서울고총동창회 지부동호회 주소록

logo

fun! happy! Power Social Worker
미국을 자동차로 달린다.
등록자 김원명 조회수 7994 등록일 2003.10.21

미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L.A.에 도착하여 큰 처남의 영접을 받았는데 무엇인가 편안
치 않다는 느낌을 우선 받았다. 당시 처남의 이민 생활은 3년을 고작 넘기고 있었는
데 한국에서는 잘 나가던 엘리트였고 모 재벌의 초대 New York 지사장의 모습은 온
데 간데 없고 Gift Store를 운영하는 장사꾼으로 변신한 것이다. 하긴 미국 이민은 공항
에 영접 나온 사람에 따라 이민자의 사업 형태가 정해진다는데 그렇게 일찍 망가질 줄
이야. 이 후 나는 미국을 방문하더라도 친구 가족을 불문하고 이민자에게는 절대
Pick Up Service를 부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타이트한 삶을 살아가는 그들이 시간
을 내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유를 불문하고 화장실과 처가 집은 멀수록 좋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처남
집에 눌러 붙어 해주는 밥이나 먹고 데리고 가는 곳이나 따라다니는 성격도 아닐 뿐더
러 짧디 짧은 여름 휴가를 그대로 보낼 수가 없었고 그들의 발과 같은 처남의 차를 빌
려 달라는 엄두도 나지 않아 우리 여기 왜 왔지 하고 마늘님만 들볶던 중 생각난 것이
렌트카.

처음이라 처남의 도움을 빌어 Grand AM이라는 소형차(우리의 Accent 정도)를 Budget
라는 렌터카 회사에서 빌려서 자동차 여행은 시작되었고 최초 목표는 Las Vegas. 대
구 정도 거리이고 4시간이면 가능하다고 해서 저녁 6시경 L.A.를 출발했는데 웬걸 12
시가 다 되서야 도착하고 나니 숙소도 식사도 막막할 수 밖에. 마늘님은 계속 잔소리
를 늘어 놓고 불쾌 및 괘씸 지수는 상승일로. 초행 Las Vegas의 환락가를 하염없이 돌
아 다니다가 찾아 들어간 곳이 Motel Best Western. 방은 넓디 넓은데 어딘지 청결하
고 깔끔하다는 인상은 전혀 없고 약간의 호텔 결벽증이 있는 집사람은 좌불안석이다.
편의점을 찾아 대충 끼니를 때우고 돌아오는 길에 모텔에 있는 Slot Machine에
Quarter(25 Cent)를 넣고 몇 번 당겼더니 우르르 쏟아진다. 아마 100개 정도였던 것으
로 기억되는데 이 후 우리 부부는 꼬박 밤을 세웠다.

날은 밝아 우리는 출발을 결심하고 Motel을 나와보니 사막성 기후는 아침부터 온 세
상을 달구는데 Jet Leg와 밤샘까지 발목을 잡는다. 우선 한시간 가량을 운전해보고 목
적지를 정할 요량으로 우선 출발을 하고 얼마 후 아침식사를 하러 들어간 곳이 트럭
운전사용 식당인가 보다. 메뉴조차 Trucker라 주문을 했는데 나오는 식사량을 보니 가
히 산과 같다. 나 같은 사람이면 하루 종일 먹어도 처치가 곤란한 양이라 음식을 남기
는 것을 터부로 생각하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씨름 끝에 3분의 1정도를 겨우 먹고 팁
을 남겨 놓고는 얼른 뛰쳐나왔다. 이제부터는 어디로 갈 것인가? 그 것이 문제로다.

렌터카 회사에서 준 지도와 씨름 끝에 눈에 익고 들어본 기억이 있는 Yosemite 공원
을 한 번 가보면 어떨까 제안을 했더니 좋단다. 사막을 거쳐 California 북부로 가야 하
는데 Death Valley를 거쳐 Bishop을 일차 목표로 정하고 출발했다. 난생 처음 사막을
운전하는 나로서는 아무 생각 없이 그리고 겁도 없이 달려 들었지만 상당한 준비가 필
요하다는 사실을 뒤 늦게야 깨닫게 되었는데 더위와 수분 공급에 관한 대책이 바로 그
것이다. 잠은 몰려오고 에어컨은 사막의 열기를 식히지 못하고 차문을 열면 그야말로
한증탕 바람이 몰아 들어온다.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휴게소를 만나 갈증을 채우고
다시 출발. 로컬 사과주스를 5병이나 마셨는데도 갈증은 가시줄은 모른다.

초원과 함께 뛰노는 말이 보이는 Bishop에 도착하니 어느덧 해가 기울 무렵이라 서둘
러 모텔을 정하고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시골의 레스토랑에서 Steak를 썰며 이 것이
진정한 미국 여행이다 라고 자위하며 또 한밤을 보냈다.

아침부터 서둘러 Yosemite 공원 정상으로 오르는데 기온은 급강하 하고 바람은 심하
게 불어 차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아 빨리 상승했던 것이 원인이 되어 가슴이 두
근두근 댄다. 해발 3,000M까지 올라가 본 적이 없고 너무 빨리 올라서 고소 적응이 안
됐기 때문이다. 차에서 때때로 내려 호흡조절을 해야 한다는 것은 후에 알프스를 오르
며 등산열차가 중간중간 손님을 내렸다 타게 하는 것을 보고 재 확인을 했다. 만년설
을 보고도 감흥을 느끼기 보다는 고소 부적응에 따라 걱정이 우선 엄습한다. 또한 어
제 사막과는 천양지차인 환경에 어안이 벙벙할 뿐. 그래도 정상을 넘어 공원의 중심
에 이르는 가운데 절경과 명소는 놓칠 수야 없지 않는가. 세월은 가도 역시 증명사진
만이 남는다는 지론에 따라 열심히 찍어 온 것을 지금까지 곱게 간직하고 있다.
Video Film 까지.

하룻밤 머물려고 예정했던 요세미티 공원 본부 근처의 숙박 지에 가보니 1박에 200$
이상이며 예약이 이미 Full이라 방이 전혀 없단다. 다음 숙박 가능 지역은 3시간을 더
Drive 해야 하는데 날이 저물라면 1시간 밖에 남지 않았고 초행길이라서 또 걱정이 앞
서지만 내색은 못하고 가보잘 수밖에. 그로부터 꼬불꼬불 길을 두시간은 내려왔는데
미국차들은 왜 이리 달리는지 뒤에 오는 차량에게 비켜주기 바쁘다. 혹시나 하고 도중
의 모텔에 들려 방 있냐고 하니까 우리나라 여관에서 웬 방글라데시 사람이 불쑥 들어
와 방 달라고 하는 것과 같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자기들끼리 비아냥거린다. 내
말을 그대로 흉내내며 Do you have a room tonight? 나중에 터득한 지혜지만 Motel 밖
에서 전화로 구하면 보다 쉽고 나처럼 불쑥 찾아오면 있어도 안 준다는 것을.

거의 밤 10시가 다돼서 도착한 곳이 Atwater로 공군 비행장이 있는 곳이었지만 마침
주말이고 보니 온 Motel이 No Vacancy로 방을 전혀 구할 수가 없다. 한편 중심가에서
는 술 취한 젊은이들이 광란의 질주까지 하니 마지막 수단인 차 안에서의 노숙은 아
예 꿈에도 꾸지 못할 지경이다. 궁리 끝에 공군 비행장 위병소 앞은 안전하겠지 하고
노숙을 준비하다가 위병소의 헌병에게 혹시나 하고 물어보니 설명을 하는데 도대체
알아들을 수가 없다. 생기기는 꽤 번듯하게 생긴 것들이 약도 하나 그릴 줄 모르다니
속으로는 무식한 놈들 하고 용기를 내어 다시 시내로 나가는 길에 발견한 르망 자동
차, 웬일인지 한국인들인 것 같아 따라 가보니 Supermarket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맥
주를 사갔고 나온 두 여인에게 다가가 한국말로 길을 물으니 다행히 그들은 얼른 흐트
러진 매무새를 고치며 안내를 자청한다. 자기들이 아는 Motel이 있다고 해서 따라 가
보니 이미 가본 곳이었고 혹시나 가 역시나. 시간은 12시를 넘기고 방법이란 전혀 없
으니 날샐 때까지 운전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 하에 그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나는 Interstate 5번을 따라 San Francisco로 북상하였다.

한 20분 정도 운전하다 보니 Motel 간판이 눈에 들어오기에 밑져야 본전이다 하고 들
어 가보니 방이 있단다 그 것도 40$만 내란다. 땡 이다 싶어 얼른 계산을 하고 들어가
보니 상태는 역시 엉망이다. 하지만 어찌 하오리 우리는 침대 위에서 그대로 새우잠
을 잠을 잘 수 밖에. 평생 손에 꼽을만한 수준의 숙박이었고 한마디로 Night Mare였다.

다음 날 다시 서둘러 San Jose(산 호세)로 향했는데 눈 앞에 펼쳐지는 평야와 호수 등
이 장관이다. 와이너리(포도주 제조원)가 운영하는 까사 후르투스(과일의 집)라는 휴
게소에 들려 현지에서 경작한 다양한 과일과 그 들의 먹거리를 구경하는 것도 매우 흥
미가 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휴게소와 현지 모텔이 정취가 두고두고 생각나
몇 년 후에는 동일 장소에서 일박을 하기도 했다.

오늘은 잠자리 걱정은 없다. 왜냐하면 San Jose에 살고있는 고교 후배 집에서 하루
묵기로 했으니까. 후배와 계수가 반갑게 맞이하고 서둘러 저녁을 내오는데 한국보다
더 한국적이다. 각종 김치에 양념으로 잘 재운 바비큐까지 오랜 만에 포식을 했다. 객
지에서 보니 후배가 더욱 반가워 밤 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다 잠자리에 들었었는데 꿈
에는 벌써 태평양을 끼고 1번 도로를 남으로 달린다.

이번 여행의 Highlight는 역시 San Francisco에서 L.A.까지 Highway 1번 도로를 따라
남하하는 것이다. 일전에 만화가 고우영씨가 신문에 연재했던 기행문과 일치하는 코
스로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던 참이었고 우리의 동해안을 따라 하던
운전과 어떻게 다른가 자못 기대가 컸던 것이다. 17 Miles Drive, 명 코스를 두고 양쪽
으로 존재하는 카멜과 몬트레이를 주마간산으로 보았으며 Pebble Beach Golf Club에
들려 왜 미국인들이 동경하는 곳인지 살펴보고 미국의 신문재벌 Hurst가 세운 Hurst
Castle을 관광하고 서둘러 남하를 했는데 L.A.는 아직도 먼 곳에. Interstate 5번(고속도
로)이라면 하루면 족하지만 해안선을 따라 꼬불꼬불한 500 마일을 하루에 주파하는
것은 무리한 계획이었다.

출발과 도착의 중간 정도 지점에 해당하는 Big Sir 국립공원에 도착하니 해가 벌써 기
운다. 자고 가야지 별수가 있나. 그럴듯한 호텔이 나타나 방 있어요 하고 물어보니 하
룻밤에 250$이라며 그 것도 예약이 없으면 불가라니 전략적 후퇴가 불가피하다. 예약
에 대한 문화와 필요성을 철두철미하게 익힌 계기가 되었다. 다시 얼마간 암흑 속에
남하를 재촉하다 보니 방갈로 촌을 만나 잠자리를 구했고 저녁 식사를 했는데 식탁이
7개 정도 되는 아담한 레스토랑으로 정취와 분위기 그리고 맛까지 일품이다. 피곤도
잊을 겸 해서 메뉴 중 눈에 익은 켈리포니아 와인, 로버트 몬다비를 한 병 시켜 한껏
기분을 고조시켰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L.A. 행을 서둘렀다. 내일 이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처남
집에 얼굴도 보이고 저녁식사도 함께 해야 한다는 강요도 있고 해서였다. 한 두시간
을 달렸는데 모텔에 여권지갑을 놓고 왔다는 생각이 불현듯 드는 것이 아닌가. U Turn
이 불가피. 어제 숙소로 돌아가는 거리가 만만치 않고 지갑이 그 자리에 있다는 보장
이 없어 만감이 교차한다. 무지하게 빠른 속도로 방갈로에 도착해보니 다행히 이른 아
침이고 관리인이 아직 방 청소 전이라 지갑은 그 자리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이 후 10
여년 이상을 한번도 이와 같은 Happening은 없었다. 실수만큼 큰 교훈을 주는 것은 없
다.

오후 늦게 L.A.에 도착하여 마무리를 하고 다음 날 귀국 길에 올랐는데 놀러 왔었는
지 고생하러 왔었는지 구분은 가지 않지만 기분은 그런 데로 괜찮고 무엇인가 여운이
남는 기분이다. 이 후 나는 미국에 가는 경우 공사를 막론하고 자동차 여행을 거리낌
없이 하게 되는데 많은 실수가 결국은 자신감으로 이어졌고 온 가족과 함께한 대륙횡
단을 하는 무모성까지 발휘하게 된다.

나는 스포츠와 여행을 즐기는 이 시대의 마지막 로맨티스트라고 자처하며 산다. 실수
도 좋은 의미 부여를 하면 나만의 낭만이 되니까. 특히 자동차 여행은 하기 전의 도상
훈련이 제일 좋고 하고 나서 되 씹을 때가 그 다음이고 여행 중에는 항상 괴로움과 어
려움이 뒤따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새롭게 여행을 모색하는 나를 종종 발견하는 것을
보면 역시 역마살 중증이라는 진단을 할 수 밖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02 나도 싱글?--------------------------------김원명 2010-10-13 2489
101 속도위반--------------------------------------김원명 2010-10-13 2660
100 골프를 도와준 경찰 아저씨----------------------------김원명 2010-10-13 2415
» 미국을 자동차로 달린다.------------------------------김원명 2010-10-13 2501
98 자장면 시식--------------------------------김원명 2010-10-13 2980
97 여행과 낭만 그리고 골프-----------------------김원명 2010-10-13 2669
96 서인회(20회)모임---------------------------이종택 2010-10-13 2759
95 입산회 10월 정기산행(지리산 무박)-------------------------박승훈 2010-10-13 2395
94 가시오가피세일-------------------------------장선각 2010-10-13 2486
93 6년만의 골프 ----------------------------김원하 2010-10-13 2460
92 부부가 손잡고 보면 행복한 가정이 됩니다.--------------유원재 2010-10-13 2637
91 why,why,why---------------------------최재후 2010-10-13 2318
90 축하 축하--------------------------최재후 2010-10-13 2464
89 산행 초대-----------------------------박승훈 2010-10-13 2482
88 서인회(20회)모임안내-------------------------------이종택 2010-10-13 2376
87 입산회 8월 정기산행-----------------------------박승훈 2010-10-13 2340
86 2003  7월 신우회 모임 리포트----------------------최재후 2010-10-13 2339
85 Ultimate challenge------------------------------SangKyungKim 2010-10-13 2410
84 Wonder Kids,my friends--------------------------------최재후 2010-10-13 2349
83 Answer to your curiosity, Jaehoo!----------------------------SangKyungKim 2010-10-13 2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