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와의 식사
이태리는 마피아와 집시가 공존한다. 그 들간에 어떠한 갈등이 있는지 아니면 우리 정 치판 마냥 상생을 내세우고 있는지 나는 잘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두 Group 모두 우리 에게 그리 호감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집시는 인도 북부에서 시작하여 스페인에서부터 헝가리에 이르기까지 널리 분포되 어 있으며 최근 정치에도 참여하는 등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자유분방하고 예술 적인 그 들은 문화적으로 기여한 바도 크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분야에서 구걸 그리고 소매치기 등에서도 그들의 명성은 계속 유지하고 있다. 지고이네르바이젠(일명 집시 의 달)과 같은 Classic이 있는가 하면 악보 없이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음악도 상당한 수준이다. 헝가리의 집시 식당에서 맥주와 함께 감상했던 그들의 음악은 어느 누구에 게도 자신 있게 권할 정도로 훌륭했었다. 이태리 마피아를 설명하려다 보니 비유법으 로 시작을 했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조직력이 확고하여 집시 귀족이나 지도자들에게 는 충성을 다한단다.
마피아는 이태리 시실리에서 시작하여 미국으로 건너와 음지에 왕국을 건설하였고 정치와 경제를 막론하고 대단한 행사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일본의 야쿠자도 그 조직 력을 마피아의 것과 견주어 비교하곤 한다. 러시아 폭력배들에게도 이와 같은 마피아 라는 호칭을 사용하기도 하며 권력을 등에 없고 힘 없는 이들에게 군림하고 행사하는 이들도 마피아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카자흐스탄에서는 경찰이 얼마니 악질이면 모 두 마피아라고 부른다.
이태리를 여행하면서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마피아의 어원은 분분한데 그 중 하나를 소개하면 권력층에 있는 자들이 여자들을 강제 징수(?)하다 보니 힘 없는 백성이 외치 던 “우리 딸을 보호해 주세요”가 마피아가 되었다는 설과 자탄조로 “살려주세요’ 근원 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그 진위성을 따지고 싶지는 않다. 단지 마 피아는 그들의 생활에 가깝게 존재했으며 푸줏간 주인이던지, 야채상이던지 주변도 잘 몰랐지만 어려울 때는 항상 나타나서 힘 없는 자들을 도왔다니 마피아의 선조는 의 적이었나 보다. 아니면 이태리인이 미화시킨 것인지도 모른다. 과거 우리의 전통보다 더 확고한 대가족을 유지하는 전통을 흔히 볼 수 있으며 Family Affairs를 관장하는 것 이 바로 마피아 룰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마피아와의 식사라고 하면 달갑게 느끼지 않을 수 있지만 오랜 동안 기억에 남는 저녁 식사를 소개한다. 2년 전에 이태리 볼로냐에서 개최되는 한 박람회에 갔었는데 진지 한 상담을 마치고 나니 회사 사장은 오늘 저녁 식사나 같이 하자고 한다. 일반적인 유 럽인과는 다르다고 느끼면서 흔쾌히 좋다고 했고 1시간 후에 사장 차를 타고 전시장 을 출발하여 그들이 묵고 있는 시내 호텔의 식당으로 향했다.
호텔 식당 전체를 빌려 전시장 행사에 참여했던 수십 명이 저녁을 하는 일종의 Galla (쫑) Party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사장과 동업자가 본부석(상석으로 8명 정도의 좌석) 에 앉고 사장 자리 옆에 본인을 비롯하여 Guests를 앉게 하고는 식사를 시작했는데 시간이 경과할수록 인원은 늘어 무려 50명 이상이 되었다. 식사는 점입가경으로 그 많 은 인원이 먹고 마시고 떠들지만 짜임새가 있고 흐트러지는 이들을 전혀 볼 수가 없 다. 한국의 회식 문화와 전혀 다른 점이 바로 그 것이었고 무엇이 원동력인지를 유심 히 살펴 보았는데 사장의 아들이 진두지휘를 하는 모습이 감지되었다. 식당 입구 말석 에 앉아서 새롭게 입장하는 사람에게 자리 배치에서부터 음식 공급에 이르기까지 모 든 것을 꼼꼼히 관리하며 그의 아버지는 지긋한 미소로 바라보다가 가끔 아들에게 가 벼운 눈짓을 보낼 뿐인데 그 의미를 알아채고 알아서 모신다. 사장과 동업자는 손님들 과 함께 취권으로 사업을 마무리 짓고 아들과 젊은 관리자들은 모든 것을 알아서 일사 불란하게 처리하니 질서와 절도가 있을 수 밖에….. 부럽다고 탄식이 아니 나올 수가 없다.
사장과 아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영어가 불통인지라 그네들은 이태리말로 나는 영어 로 이야기 하지만 느낌이나 보디 랭귀지는 만국 공통이고 와인의 힘을 빌어 그럭저럭 분위기를 끌어 가는데 문제는 전혀 없다. 우리네 정서나 관계로 보면 삼촌 정도 클라 스에 해당하는 거인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설명에 의하면 이태리 미들급 권투 챔피온 을 지냈다는데 하는 일은 물론 기도와 유사한 것이다. 얼굴은 험상궂지만 느낌이 괜찮 아 수시 건배 제의를 했고 한번은 상석으로 건너와 같이 마시자니 표정과 몸짓으로 자 기가 앉을 자리가 아니라고 극구 사양한다. 아들과 기도의 역할과 태도가 시사하는 바 가 매우 크고 이러한 마피아식 가족경영이 2차 대전 후에 그들을 세계 경제무대에 빠 르게 복귀시킨 원동력이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한가한 틈을 타 사장의 아들 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이태리인을 이해하고 조금은 가깝게 다가가는 좋은 경 험을 한 것으로 자부한다.
재벌과 대 기업 중심의 우리 나라 경제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가족 중심 경영이 아 닌가 생각해 보았다. 중소기업의 육성과 저변 확대는 바로 이와 같은 가족경영의 활성 화가 근간을 이루어야만 한다.
우리 나라의 경제는 중소기업을 두 번 죽이고 있다? 제발 우리 경제와 서민을 살려주소서…… 마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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