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따라, 음악 따라
그 하나, FM Radio
내 손에 Radio가 들어 온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과학 교재 수준인 광석 Radio를 청계천에서 부품을 사서 스스로 조립해서 Receiver를 끼고 들어야만 했는데 Speaker 를 통해 음악을 듣고 싶은 열망은 대단했다. 끝내 부모님을 졸라 당시에는 최고로 유 명했던 독일의 Telefunken(Hi-Fi) 콘솔 전축에게 막 지위를 양보한 Zenith Radio(진공 관식이면서 단파 방송 겸용))를 내 책상 위에 올려 놓는데 성공했다. 그 이유는 단지 공부하면서 음악을 들으려고 했던 것뿐이었는데 대부분 현재는 Oldest but Goodies 가 된 Pop Song 들이었다. 낮에 일찍 집에 돌아오면 인기 DJ 최동욱의 “3시의 다이알” 과 “Top Tune 10”이던가 당시 새로운 뮤직을 소개하는 방송을 주로 듣고 특히 많은 시 간은 “밤을 잊은 그대에게”를 들었다. 당시 임국희 아나운서는 내 친구의 고모로서 혹 시나 옆서라도 소개해 줄까 약간의 기대는 했으나 모두가 물거품이었다. 12시가 지나 면 국내 방송이 종료됨으로 VUNC라는 “미국의 소리 방송”으로 전환하여 새벽 2시까 지 듣다가 그 시간도 지나면 하는 수 없이 AFKN으로 다이알을 돌려 잠자리에 들기 전 까지 음악을 듣곤 하였다. 국내 방송과 AFKN을 가리지 않고 자주 들려주던 Bobby Binton 의 “Lonely”는 사춘기 소년의 가슴에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었다.
고등학교에 막 입학했을 무렵 일본에 출장가시는 아버지께 부탁하여 손에 넣은 일제 Sony FM Radio는 일본식 주파수라 90.8 MHz까지 한계라 89.1MHz(당시 TBC) 외에 MBC 등 여타 방송을 들을 수 없어 발을 굴렀지만 어찌 하리오 고정 Dial을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 FM 방송이 도입되면서 질 좋은 음악을 접하게 되고 AM은 인간적인 방 송으로만 대우를 받고있지만 가끔 택시에서 찌르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AM 뉴스를 듣다 보면 FM으로 바꾸어 들으라고 충고하기 보다는 연민의 정이 앞 서는 것은 웬 일 일까?
나는 음악 매니어 이거나 전문가는 더욱 아니지만 음악이 있는 분위기를 좋아하고 가 능하면 음악과 같이 했으면 한다. 내 친구 하나는 Pop Song이 좋아 영문학을 전공한 것에 비하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공부할 때 음악을 틀어놓고 하던 버릇이 굳어져 음악이 흐르면 안정감을 가지게 되는 것뿐이다. 회사 다니던 시절, 당시 전무님께서 는 내가 사무실에서 음악을 듣는 것을 무척이나 못마땅해 하셨지만 사표로 맞서는 내 뜻을 굽히지는 못하셨다. 음악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지 굳이 음악의 타이틀을 기억하 거나 작고가 등을 열거하는 행위 등은 지양한다. 거기에 음악이 있으면 듣고, 없으면 음악을 흐르게 하려고 노력을 하면 되는 것이지.
60년대 Record 원판 20여장을 부모님에게 물려 받은 것을 Seed로 하여 복사판을 약 200여장 가까이 사서 모아보기도 했지만 Tape에 이어 CD로 전환되는 과정에서는 그 다지 많은 투자를 하지 못했고 요사이는 같은 것들을 고집스럽게 반복하여 듣고 있 다. 용돈을 졸라 레코드를 살 때 보다 내 스스로 번 돈으로 사려다 보니 씀씀이 우선 순위가 달라서인지도 모르겠다. 아들 녀석 둘이 열심히 CD를 수집하는 것을 보면 “역 지사지”라고 해야 하나?
언제부터인가 나는 음악을 장르별로 아니면 가수에 따라 선택을 고집하는데 비록 Tape에서 CD로 바뀌기는 했지만 20여년간 내차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것이 몇 개 있는데 바로 Beatles, John Denver, Simon & Garfunkel, Platers, Placido Domingo 그리고 때로 졸음을 깨우기 위해 양념 삼아 가지고 다니는 Goombay Dance Band 등 이 그 것이다.
내 방과 사무실에는 항상 FM에서 나오는 음악이 흐르지만 차를 운전하는 경우에는 필수적이다. 남의 차를 얻어 탈 때 음악 없이 운전하는 사람을 바라보면 좁은 공간이 왜 그리 더 좁아 보이는지. 대부분의 경우 차에 장착된 라디오는 출고 당시 그대로 고 정되어있다. 나는 물론 차 주인의 양해를 구하고 하기는 하지만 라디오의 Equalizer 나 Tuning을 음악에 맞게 또는 내 방식대로 조절하여주곤 하여 잠시라도 내 귀의 평안 을 유지하곤 한다. 하긴 조절 받은 대부분의 차 주인도 만족을 한다. 맛 있게 음악을 듣자는데 반대할 사람이야 없겠지.
10여년 이상 Tennis하러 새벽 운전을 하며 듣던 Good Morning Pops는 영어 실력 향상 에도 큰 도움을 주었고 엄정행이 진행하던 Light Classic 또한 단골 메뉴였고 이숙영 아나의 되바라진 진행도 즐겨 들었었다. 요새는 운전을 하면서도 선택의 폭이 점점 줄 어드는 것이 아쉽기만 하고 젊은 진행자는 말만으로 한 몫을 하려하니 짜증이 앞 선 다. 내 FM Radio는 국악방송을 제외하고는 KBS 1에 고정이 되어있는데 우리의 음악 방송도 조금은 다양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늘 가져본다. 미국에서 Rent를 하여 운전 을 하다 보면 참으로 다양한 음악 방송을 접하게 되며 그 중에서도 가장 부러운 것은 장르 별로 골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Jazz, Country Music, Oldest but Goodies, Easy Listening 등 아주 다양하다. 우리 나라에 FM이 도입된 1960년대 후반 이후 무려 40년이 경과하도록 KBS와 MBC외에 늘어난 FM 방송이라고 해야 SBS와 교통방송 등 이 고작인 것에 비하면 그 격차를 실감케 한다. Smooth Jazz나 Country Music을 들어 가며 운전을 하면 교통 혼잡에 대한 극복도 쉬우련만.
한 번은 썬힐에서 골프를 마치고 청평으로 나와 귀경 중에 극도로 혼잡한 길을 보고 꾀를 내어 강을 건너 양수리로 우회하려 했는데 서종면을 통해 나오는 길은 설상가상 이었다. 되 돌아 나갈 수 도 없어 1분에 10M씩 전진을 했는데 때 마침 KBS 1의 실황 중 계방송은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이 아닌가. 동승했던 후배랑 둘이서 음악이나 들으며 무료함을 달래자고 했는데 전 곡 연주가 모두 끝나고 이어지는 환희의 합창마저 연주 가 끝났는데도 양수리는 아직 먼 곳에… 5시간 이상을 운전해서 돌아오기는 했으나 그나마 그러한 추억거리 음악이 없었다면 어떠하였을까? 교통 혼잡이 야외에서 교향 곡을 감상을 하게 해준 것에 대해서 감사를 해야 하나?
길 따라, 음악 따라 가 본 여행이 속편으로 계속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