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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김원명

조회 수 2806 추천 수 0 2010.10.24 21:54:25
영종도
등록자 김원명 조회수 3469 등록일 2008.09.12

영종도 회상

인천공항에 가는 길에 영종도대교를 건너다 보면 우측으로 작은 섬 하나와 그 넘어 멀
리 보이는 큰 섬이 있는데 내 기억이 맞는다면 삼학도와 용유도이다. 어느 여름 날 친
구 네 명이 함께 삼학도를 징검다리로 하여 영종도에서 용유도까지 바닷길을 걸어 갔
는데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고 두 섬을 보면 그 옛날 일들을 쉽게 회상하곤 한다. 영종
도는 그 당시 염전과 농사로 일반 농촌과 큰 차이가 없는 도회인에게는 그냥 시골 그
자체였다. 용유도에서 뱃길로 인천항까지 돌아오는 데는 1시간 30분이나 걸렸는데
그 거리의 바다를 발로 건너간 것이다.

때는 1969년 8월의 어느 하루 개학을 기다리기 지겨운 대학 2년생 하나 1년생 둘 그리
고 삼수생 하나가 뭉쳐 서해의 용유도 을왕리 해수욕장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한일회
담 반대 데모 때문에 조기 방학으로 7월 초부터 한 달간에 남한 일주를 하고 온 나는
또 나서겠다는 말을 할 용기가 나지 않았는데 이름하여 삼수생 위로회를 빙자하여 후
원자가 나선 것이다. 후원금은 왕복 여비와 담배 값 정도이고 식생활은 서울에서부터
지고간 식량으로 자급자족이다. 친구 네 명이 뭉친 것인데 중고등학교 6년 동창이고
나만 빼면 나머지 세명은 국민학교도 같이 졸업한 사이다.

대장은 아니지만 항상 기획과 추진 그리고 안내는 내 몫이다. 연안부두에 도착한 우리
에게 반갑지 않은 소식은 태풍 때문에 연락선이 모두 발이 묶였다는 것이었다. 한심했
지만 그냥 돌아가자는 파와 어디서라도 놀다 가자 파로 나뉘었는데 물론 나는 후자에
속했다, 그 전에 데이트 겸해서 한번 와본 경험이 있는 인천에서 10분 거리의 작약도
를 가려 했더니 요금도 비싸고 야간에는 간첩선 경계를 해야 함으로 야영이 허락되지
않는단다. 궁하면 통하기 마련인데 옆 창구를 보니 영종도 라고 써 있는데 시내 버스
요금의 두 배 정도라 만만했다. 위치를 물어보니 작약도 넘어 보이는 섬을 가리키는
데 그 것이 바로 영종도란다. 얼른 배표를 사서 올라타니 작약도에 비해 네 배는 더 가
고 배도 크지만 섬사람들의 출퇴근이나 생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정부로부터 지원금
을 받아 그렇게 싸단다. 하면서 우리의 원래 목적지인 용유도까지 걸어서도 갈 수 있
다고 하니 귀사 솔깃했다.

일단 섬에 내린 우리는 야영장소를 찾았는데 모두 만만치가 않아 염전 옆 공터에 2인
용 텐트 하나 치고 감자와 꽁치 통조림을 넣은 잡탕 찌개를 해서 잘 먹고 난 여름 밤
에 내일을 위한 구수 회담을 하던 중 불청객들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동네 양아치
인지 아저씨들이 몰려와 시비를 거는 것이었다. 인상이 험상궂고 다혈질인 친구와 겁
이 많은 친구 둘을 텐트에 남겨 놓고 화술과 태권도로 무장한 친구와 등치만으로 한
몫을 하던 내가 협상 대표로 나섰다. 야밤에 손님 접대할 방법도 없고 가게도 모르니
내일 다시 오면 술 한잔을 대접하겠다고 구슬려 돌려 보냈다. 텐트 안의 친구 하나는
협상이 잘 진행되면 희색이 만면하다 험악해지면 한숨을 푹푹 내쉬는 바람에 바로 노
심초사 라는 별명을 얻게 되고 오랫동안 친구들간에 회자하게 된다.

협상 중에 마음 속으로 결심한 데로 수적 열세를 극복하는 최선책은 새벽 줄행랑뿐이
다. 날이 밝자 서둘러 텐트를 접고 장정은 시작되었는데 삼학도까지는 2km는 바닷물
이 잠기더라도 노면이 딱딱하여 걸을 만 했는데 다시 용유도까지 10리 길은 썰물 시
에 무릎의 반까지 차 오르는 갯벌을 걸어야만 했다. 그야말로 악전고투였고 다시 돌아
갈 수도 없는 진퇴양난이었다. 밀물이 닥치면 어떻게 하나 라는 우려 속에 서둘렀는데
도 불구하고 평지의 4배 이상이 걸려 여름 해가 중천을 지나 하향 곡선을 그릴 무렵에
야 을왕리해수욕장 반대편에 도착 했는데 도중에 공급한 식량은 달랑 사과 하나가 전
부였다. 허기진 배를 설탕물로 달래고 1시간여를 더 걸어 최종 목적지에 도착해보니
모두가 파김치가 되었고 거지 중의 상거지 꼴이다. 춘향전 둥 이몽룡 마냥 밥아 너 본
지 오래다 하고 생쌀을 겨우 면한 밥에 고추장과 서리해온 고추로 때웠는데 동네 깡패
들의 위협으로부터는 완전 해방이 되었다.

친구들 중에는 잠수 기피증환자도 있지만 해수욕이 목적은 아니라 여느 때와 마찬가
지로 바닷물에 들어갈 생각은 아니하고 무수 건수라도 찾을 량으로 해변을 헤매다 지
치면 담배 한대 피고 다시 이야기 나누고 그래도 심심하면 모래사장에서 씨름도 즐겼
는데 나는 백전 백승. 고교 다닐 때 씨름 실력이 막상막하이던 삼수생은 몸이 축나 가
벼워져 있었고 모래사장에 내리 꼬나도 저항이 미약하다. 승리에 도취한 나머지 하던
말은 야! 대학생한테 까불지마…….

집에 돌아 갈 차비를 남겨놓고 놀 수 있을 때까지 버티기로 했다. 다행히 해변에서 연
상의 여인들을 만나 즐겁게 대화도 하고 전리품으로 식량을 추가 공급 받았는데 연초
대는 어쩔 수 없다. 숫자를 줄이지도 못하니 그레이드 라도 낮출 수밖에 없다. 파고다
에서 필터도 없는 백조로 또 다시 농민의 벗 풍년초를 시도했지만 신문지에 말아 피워
보니 비누 냄새만 나고 정말 담배도 아니라 백조를 하한선으로 하고 일일 숫자를 대
폭 감소했다.

일주일 이상을 버틴 끝에 네 명의 무전 취식자는 거지 꼴을 한 빛 바랜 사진들만 양산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무전무죄! 호강했던 여행 보다 더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어
가끔 영종도에 갈 때 마다 상념에 젖곤 한다.

그 때 벌써 우리는 영종도를 탈출하여 바다로 세계로 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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