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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
등록자 김원명 조회수 6879 등록일 2003.11.19

“빨강머리 앤 탄생 100주년 기념 캐나다 Prince Edward Island 방문단 선발”을 제목으
로 하여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섬, 빨강머리 앤의 고향으로의 초대라는 부제가 달린
광고를 보았다. 캐나다 관광청과 동서문화사가 공동 주관한다. 일반인이라면 무심코
지나칠 중앙일보의 11월 15일자 행복한 책 읽기의 한 광고가 왜 나에게 유독 나의 눈
길을 끄는 것인가? 물론 나는 독서광도 아니기에 10권이나 되는 전집을 읽었을 리도
만무하고 어릴 적 동화와 만화영화로 접한 것이 전부이지만 광고를 보는 순간 나는 시
공을 초월하여 아름다운 섬으로 달려간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원작 ‘Anne of Green Cables”를 번역하여 우리에게는 빨강머리
앤이라고 소개되었지만 원작자의 고향에서는 빨강머리 보다는 Green Cable이 더욱
유명하고 관광 상품의 대부분을 점하고 있으며 골프장의 이름마저 Green Cable
Country & Club이라고 명명할 정도다. 무엇이 나를 그 곳으로 안내했느냐라고 묻는다
면 우연이라고 답할 수 밖에 없다.

Boston을 출발하여 바다 가재가 주의 상징인 Maryland에서 점심과 저녁으로 이 들을
포식을 한 후 우리는 캐나다 국경을 넘었다. 목표는 Nova Scotia(고어로 New Scotland
라는 뜻이다.) 지만 발길이 닿는 데로 자동차가 가는 데로 지역 정보에 의존하는 여행
을 하던 중이었다. 국경을 넘자 마자 골프장의 원조로 알려진 St. Andrews와 동일한
명칭의 Club을 발견하고 기념품으로서 모자 하나를 샀다. 하긴 런던의 스포츠 백화점
에서 St. Andrews 기념품을 사가지고 마치 그 곳을 방문한 사람마냥 행동하는 것 보다
는 의미가 있다.

Maryland에서 뱃길로 4시간이면 족한 길을 우리는 이틀을 운전하며 돌아서 가기로 작
정을 하고 섬과 섬을 징검다리 삼아 건너가기로 했는데 Prince Edward Island는 징검
다리 중 하나의 돌과 같았다. 쉽게 생각하면 캐나다 동북쪽 끝에 존재하는 아주 자그
만 한 섬이다. 차까지 싣고 가는 Cruise Ship을 타고 1시간 가량 항해 후 도착했는데
온통 섬이 빨갛다. 홍도 마냥 붉은 흙과 바위로 구성된 범상치 않음을 느끼고 마을에
들어서니 고풍스러운 건물이 Victoria 시대의 정취를 한 것 뽐내고 있다. 마을을 돌아
보는데 20분이면 족하지만 이 곳에서 하룻밤 묵기로 하고 Information Center를 찾았
다.

빨강머리 앤에 대한 정보를 바로 그 곳에서 입수하고 숙박 장소로서는 마을 외곽에 있
는 보통의 농장에서 B&B(Bed & Breakfast, 영국식으로 우리의 민박에 해당하며 잠자
리와 아침을 제공한다.)를 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찾아 간 곳이 바로 Green Cables였
는데 관광지라고 하기에는 초라한 기념관과 농장이 전부였다. 여기 저기 곳곳에 작가
와 얽힌 이야기나 소설에 자주 등장하던 건물, 유리창, 골방 그리고 들판을 돌아보는
것으로 Course는 끝나지만 보고 느끼기에 따라 받아들임은 천차만별이다. 나는 그 곳
을 떠나며 테마 여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은퇴 후 언잰가는 마음 맞는 이들과
함께 보고 즐기는 관광 보다는 이와 같이 소설을 읽고 작가의 집필 시 감정을 공유하
는 느끼는 여행을 기획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보았다.

Anne’s Books 1권 에밀리 초원의 빛에 수록된 응모 엽서를 보내면 당첨자 10명에게
는 섬 방문 경비 전액을 또 다른 10명에게는 반액을 제공한단다. 꿈은 이루어 진다는
데 많은 응모를 추천한다. 아니 되면 나처럼 자비로 갈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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