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명색이 명문고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모이는데, 반바지?... 그럼 어때, 동네 꼬마들 모임인데....게다가 날은 더워 죽겠는데...." 잠시 고민을 하다가 반바지 차림으로 모임에 나갔다.
모임길 가다 보니, 우와, 이건......여인들이 모두들 훌러덩 벗고 다니는구먼.. "내가 벗고(?) 나오지 않았으면 눈에 안들어 올뻔했던 모습들이네"하고 혼자 중얼거 리다가 그만, 실소를 지었다. 그래도 사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저렇게 훌러덩 벗고 다니는 여인들이 눈에 안들 어왔었다니, 이제는 내 사내도 아니군.....
장마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 무더위 속, 6월의 마지막 수요일날, 박상균 총무의 직무태 만(?)로 인하여 자리하지 못한 몇명의 동문도 있었고, 모처럼 일찍 퇴근하여 집에서 한가로이 누워있다가 늦은 전화를 받고 급히 뛰어나온 동문까지 포함해서 조촐하게 (?) 마수회 모임이 시작되었다. 무한정 리필된다는 야채쌈에, 맛있게 구어진 대패 삼결살과 해물 쌈장을 듬뿍넣고 우 거적 우거적 입안으로 구겨넣는 동문들의 식성이 더위를 잊게 했는데... 어우러져 나온 막걸리에 옛추억을 떠올리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동문도 있고.. (도대체 그때 그 철모들은 어디서 구했었데?.....그거 남대문시장에 가면 발에 채였어 ~~)....아마도, 대부분 어린 그 시절 경험했던 그 장면들의 회상때문이리라...
어느자리이던, 피해야 할 두가지 주제가 있다고 하는데, 정치와 종교, 오늘은 그 누군 가가 과감하게 정치를 탁상위로 꺼내 내었고, 역시나 격렬한 토론이 전개되었다. "엥겔스"까지 동원한 공산주의의 분석과 교조주의의 북한정권 그리고 한반도 주변정 세까지 넘나들던 굵직한 토론 중간중간에 사소한 주제라고도 할 수 있는 이명박정권 의 정치력 부재와 박근혜의 끈덕진 자기보호, 야당의 천안함사태와 사대강 사업을 보 는 시각차이, 동문들 개개인의 각기 달리 처한 상황과 그에따른 사고의 차이 등등... 워낙 광범위한 주제와 각기 다양한 견해를 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끊어질 듯 끊어 질 듯하며 끊어지지 않고 계속되던 토론이 서빙하는 아줌마들의 눈총을 받고 나서야 타의에 의해 종료되었다.
허지만, 아직도 성에 차지 않는듯, 식당나오면서 받은 공짜 자판기 커피잔들을 들고 식당앞 노천광장에서 잠시 마무리 토론을 이어가더니, 역시나 명문고등학교 출신들 답게 멋지게 웃으면서 아쉬운 토론을 결론없이 마무리지으면서 오늘의 모임을 마감 지었다. (그래도 역시 그 2가지 주제는 모임에서는 피하는 게 좋을 듯 하다.)
곧 시작되는 장마에 피해없도록 동문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면서 7월 마수회 모임은 한 달 방학으로 쉬고 8월 마지막 수요일에 다시 보자며, 그래도 아쉬운 동문들은 중간에 번개때리자고 하면서 각자 어두어진 길목으로 사라져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