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 20회 동기 여러분
작년 11월부터 이동수 총무의 혼자만 즐기지 말고 지식을 공유하자는 강권으로, 어떻 게 하면 맛있고 값싼 생선회를 먹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 조금 언급하고자 한다. 물론 우리 동기들 중에서는 나의 강의 및 실습을 받았지만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286 COMPUTER의 MEMORY FUNCTION만 탓하고 있는 친구들이 상당수 있으리라 생각한 다.
첫째, 생선에 대한 지식을 어느 정도 숙지하고, 둘째, 계절에 따른 맛의 차이점, 셋째, 양식어와 자연산의 구별, 넷째, 식당을 선택하는 KNOW-HOW, 다섯째는 주방장 또는 종업원 앞에서의 적절한 언어구사 및 사기술 등을 숙지하는 기 본적인 공부가 필요하다.
어류에 대한 지식은 우선 연근해어냐 원양어종이냐 저서어냐 중층어냐의 사는 환경 에 따라 분류하고 동해 남해 서해 동지나해 또는 원양으로 지역을 나누어 생각해보자. 원양으로는 참치(다랑어, 일본명 마구로), 가다랭이, 은대구등을 회로 먹을 수 있지 만 활어나 선어가 아닌 냉동 상태를 해동한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연근해의 활어 및 선어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한다.
대개, 도다리, 광어, 양태, 보리멸, 쑤기미(삼식이, 탱수) 등의 저서어(주로 땅바닥에 사는 고기)는 봄부터 여름이 제 맛이 나고 농어, 도미류, 능성어(다금바리), 쥐고기, 고등어, 학꽁치(사요리), 술벵이(용아리), 칼치, 전어 등의 중층어 및 붕장어(아나고), 갯장어(하모)등은 여름에서 가을까지가 한창인 어종에 속한다.
겨울에 접어들면 꽁치(일본명 삼마), 열기, 오징어, 돌 도다리(이시가레이), 방어(부 리), 정어리 등이 가장 미각을 돋우는 어종에 속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면 12월~3월까지는 복어 및 돌 도다리(등껍질에 작은 돌 같은 것이 많이 있으며 다른 도다리와 달리 살 색깔이 붉은 색)가 가장 맛있는 철이며 3월에 소위 말하는 봄 도다리가 시작되며 4~5월에는 노래미(게르치), 멸치, 평방어(히 라마사, 히라스), 쑤기미(탱수, 삼식이)로 미각을 돋우고 6~7월은 농어, 점도다리, 7~8 월은 보리멸, 양태, 쥐고기, 갯장어, 붕장어, 술벵이, 능성어, 학꽁치, 칼치, 고등어, 전 갱이 특히 쥐고기의 생간(외)의 맛은 아무도 즐겨본 분이 없으리라.
9월 이후 겨울까지는 돌돔(이시다이)을 포함한 도미류, 준치, 병어, 전어 등으로 일년 의 맛을 마감한다.
모든 동물도 마찬가지지만 산란하기 전후(특히 겨울)의 1~2개월은 모든 영양분이 알 로 가기 때문에 가장 맛이 없는 시기에 해당된다. 가령 농어는 겨울철에는 육질이 물 러 회를 손으로 찢으면 찢어질 정도로 기름기가 빠져 가장 맛이 없는 계절이므로 피하 는 것이 좋으며 5월경에는 노래미(게르치)가 비싼 광어나 도미류 보다도 훨씬 맛이 있 으므로 비싼 어종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역별로 구분하면 동해에서는 오징어, 방어, 꽁치, 정어리, 청어 등 한대성 어류가 제 맛이며 남해에서는 칼치, 삼치, 평방어, 붕장어, 문어, 도미류 등. 제주도 근해에서 는 고등어, 전갱이, 능성어 (다금바리), 도미류 등이 맛이 있으며 서해에서는 우럭, 농 어, 수조기, 홍어 등이 대표적인 어종으로 꼽히나 이것은 수온, 조류, 플랑크톤에 의해 서 맛이 결정 되어진다. 가령 제주도에서 잡히는 전복은 제복이라 하며 살이 무르고 기름기가 많으나 육지에서 잡히는 전복을 육복이라 하며 살이 딱딱하며 그 맛의 차이 가 완연히 다르므로 이것은 수온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붕장어의 경우 색깔과 꼬리 의 길이 등으로 동해산, 남해산, 동지나산으로 구별할 수 있으며 삼치나 학꽁치의 경 우도 색깔로 구분할 수 있으나 전문가가 아니면 식별이 불가능하므로 더 이상 거론을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러면 자연산과 양식산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자연산은 먹이 활동을 위하여 열심히 움직이며 여러 가지의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여 운동으 로 인한 육질이 단단하나 양식산은 제한된 가두리 또는 수조안에서 운동 부족 및 거 의 똑같은 먹이로 인한 비만의 형태를 뛰며 육질이 무르며 기름기가 너무 많고 맛은 여러분의 추측에 맡긴다. 구별하는 방법은 양식산은 자연산에 비해 모양이 조금 이상 할 정도로 뚱뚱하며 햇빛에 타서 참돔은 검 붉은색, 농어나 뽈락, 우럭은 진한 검은색 을 띠게 된다.
거꾸로 겨울철에는 엷은 회색 등으로 색깔이 바래지기도 한다. 수조에 있는 상태로는 피부가 깨끗하고 머리 등에 상처가 없으면 좁은 공간에서 잘 훈련된 고기이므로 양식 일 가능성이 높다.
직접 조리를 할 경우에는 양식산은 기름기가 많아 손 또는 칼이나 도마에 기름이 많 이 묻으며 육질이 물렁한 편이다.
현재 한국에서 일부라도 양식을 하고 있는 생선은 광어, 우럭, 농어, 도미, 복어, 뽈 락, 돌돔, 노래미, 쥐치, 숭어, 전어 등이 있으며 섬민어는 중국에서 담수어와 해수어 의 교배종으로 육질 및 색깔이 숭어와 비슷하며 능성어(다금바리)는 베트남에서 양식 되어 항공편으로 수송되어 오기도 한다.
맛있는 생선회를 먹기 위해서는 횟집의 수조를 잘 관찰하여 그 집이 보유하고 있는 생 선의 종류, 자연산 여부 등을 확인하여 단골집을 하나 정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계 절별로 맛있는 생선이나 자연산이라도 잡은 지역, 수조에 보관된 시간을 고려하여 좋 은 것을 골라주기 때문이다.
일식집이나 참치집 등 수조나 냉장고의 내용물을 볼 수 없는 곳에 갈 때는 주방장 앞 의 카운터나 주방이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는 것이 좋다.
주문을 할 때 오늘의 회가 무엇이냐고 물어보고 여름에 방어회가 있다고 하면 여름 방 어는 개도 안 물고 간다고 하고 겨울에 농어가 있다고 하면 겨울 농어는 고양이도 안 물고 간다고 주방장에게 들리도록 큰 소리로 말한다. 그러면 생선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라고 하여 좋은 생선 및 맛있는 부위를 먹게 될 수 있다.
주방장 앞에 앉으면 전복의 종류는 제복과 육복이 있으며 육질은 어쩌고저쩌고, 방어 와 평방어의 차이는 잡히는 계절과 생김새, 육질의 차이 및 색깔 등 등 중얼거리면 계 속해서 여러 가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먹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
한국 사람들은 초장 또는 쌈장에 상추쌈을 하여 먹는데 초장이나 막장은 그 맛이 강하 므로 실제의 회의 육질을 알지 못하며 특히 상추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양을 많이 팔기 위한 횟집의 영악한 아이디어와 회에 대한 문외한의 생각이 맞아 떨어지기 때문 이다.
따라서 나는 간장(일본 회간장)에 와사비(생 와사비)를 약간 묻혀 육질을 음미하며 즐 길 수 있도록 권하고 싶다. 계속하여 노력하면 고기의 종류, 자연산과 양식산의 구별, 죽고 난 후의 경과 시간 등을 알게 되고 그 맛을 즐기게 되어 진다.
그 외 생선의 부위, 회를 썰 때 얼음물을 준비 한다던가 내장을 날로 먹거나 또는 샤브 샤브로, 살아있는 문어, 낙지, 새우등을 삶는 방법, 살아있는 게나 새우를 구워먹는 방 법, 원양고기의 선택 방법 등 2~3시간의 강의가 필요하며 실물을 보며 경험하지 않으 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 정도만 숙지하여도 횟집이나 일식집에서 그런대로 사기는 칠 수 있으므로 머리 나쁜 친구들 열심히 외우도록.
기회가 있으면 부산에 와서 강의를 들으면서 실습을 받도록. 단 강의료는 무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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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이 남는다면-
*물고기에 대한 상식 몇 가지 1.모 방송국에서 칼치는 서서 헤엄친다고 발표하였으나 이것은 잘못된 상식임. 칼치 는 잘 때나 쉴 때는 서 있는 상태로 조류에 흘러가면서 서서히 위로 부상하나 기압의 차이에 의해서 잠이 깨거나 이동코자 할 때는 아래로 또는 적어도 수평 방향으로 헤엄 쳐 이동함. 2.대부분의 생선은 알을 낳지만 망상어는 포유동물과 같이 새끼를 낳으며 상당기간 뱃속에서 기름. 3.오징어는 앞으로 헤엄칠 때는 귀를 말지만 뒤로 헤엄칠 때는 귀를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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