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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산도(舟山島)로 시집온 심청(沈淸)

조회 수 26472 추천 수 0 2013.01.30 11:46:50

    주산도(舟山島)로 시집온 심청(沈淸)

 

 

몇 년 전 섬진강 변 국도를 따라 여행하다 강을 향해 비스듬히 내린 산자락에 심청의 고향 곡성이라고 관목을 촘촘히 심어 잘 정지하여 만들어 놓은 문구를 보고 의아했던 적이 있다. 어릴 때 읽은 심청전 소설이나 영화 어느 곳에서도 곡성이 심청의 고향이라는 내용을 보았던 기억은 없고 오히려 황해도 어디였던 것이 어렴풋이 떠올랐었다. 그 후 신문에 난 백령도 소개 기사에서 심청이 몸을 던진 인당수가 백령도와 북한 장산곶 사이에 있는 바다라는 기사를 본 기억도 있었지만 주산(舟山) 보타구(普陀區) 심가문(沈家門)에 있는 심원(沈院)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심청에 대해 별 관심 없이 지냈다.

 

올해는 추석까지 겹쳐 국경절 연휴가 무려 8일이나 되었다. 긴 연휴가 아쉽기는 했지만, 과거의 호된 경험으로 사람구경이 목적이 아니라면 연휴에는 중국 국내 여행을 피하겠다는 생각이 있던 터에 딸 내외가 추석 연휴에 잇대어 휴가를 얻어 상해로 오겠다 하여 일찌감치 외지 출행 계획은 접었었다. 게다가 이번 연휴는 춘절, 국경절 같은 국정 공휴일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받지 않기로 한 후 처음 맞는 것이기에 고속도로도 차산차해(車山車海)가 될 것 같아 더더욱 엄두를 못 냈었다. 그랬는데 우연하게 기회가 되어 상해 모 대학 역사학과 한() 교수 내외 등 몇몇 중국 친구들과 함께 심가문을 방문하게 되었다. 마침 긴 연휴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날이어서 인지 예상과 달리 차량이 많지 않아 생각보다 수월하게 목적지에 닿았다. 주산도 남동쪽 끝에 자리한 중국 최대의 어항이자 수산물 집산지로 심씨들이 많이 살았었기에 그리 불리게 되었다는 심가문(沈家門)에 도착하니 바다로 면해 이어진 상가에는 어구 판매상과 함께 해산물 식당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그 중 한집을 골라 입구 좌판과 비좁은 수족관 속에 갇혀있는 몇 가지 생선과 해산물을 골라 점심을 마친 후 물어물어 심원을 찾아갔다.

 

안내표지는 물론 진입로 표시도 분명치 않은 길을 들어서 조금 가니 야트막한 언덕에 심원의 솟을대문이 나타났다. 그 아래 검은 돌판 위에 중문과 한글로 진()나라 때 백제에서 보타()로 시집온 효녀 심청의 고사를 묘사하기 위해 조성했다는 설명과 함께 심청 고사를 명기하였다. 백제와 무역을 하던 거상 심국공(沈國公)이 앞 못 보는 부친의 길러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홍법사(弘法寺)에 인신 시주(人身施主)한 처녀를 배 두 척에 가득 싣고 간 값진 물건을 주고 고향인 심가문으로 데려와 부인으로 삼았는데, 이 처녀가 전라남도 곡성 사는 원량(元良)이라는 봉사의 딸 원홍장(元洪莊)으로 결혼 후 이름을 심청(沈淸)으로 고쳤단다. 부친의 눈을 뜨게 하려고 심청은 570존의 관음상을 조성 고국으로 보냈다고도 쓰여 있다.

찾아오는 길에 이렇다 할 표지판도 없어 실망스럽던 차에 심청이란 이름이 심가문에서 연유되었다는 안내문을 읽고 나니 뭔가 개운하지가 않았다. 그런 마음으로 둘러보니 모든 것이 눈에 안 찬다. 초라한 의상을 입고 어정쩡하게 서 있는 효녀관(孝女館)의 심청 상을 보고 국공청(國公廳)의 단아하고 품위 있는 모습의 심국공 상을 보자니 완전히 주객이 전도된 것 같다. 해로청(海路廳) 벽면에 설치된 서해를 중심으로 한 해상항로도(海上航路圖)는 고대부터 중국과 한반도 간에 해상 교류가 있었고, 그 중심이 주산 보타로 심청도 그 뱃길을 따라 심가문으로 왔음을 역설하는 것 같았다. 심원 제일 뒤편에 있는 심덕정사(沈德精舍)에 들어서니 우리가 배웠던 불교의 최초 한반도 전래연도(372, 고구려 소수림왕 2)보다 훨씬 앞선 진() 영가(永嘉) 6(312)에 심청이 백제에 관음상을 보냈고, 관음사를 창건하는 등 관음불교를 한반도로 전한 최초의 인물 이라고 기록해 놓았다. 전시물 중에는 곡성군에서 기증한 축소 복제한 관음사 금동관음보살 좌상과 관음사지(觀音寺誌)도 있는데 중국어로 설명된 관음사지 내용에는 원홍장이 심국공의 부인이 아니라 진()나라 황후로 되어있다.

 

곡성군과의 연관성을 살펴보기 위해 곡성군청의 곡성문화관광(www.simcheong.com)’을 보니 심청전의 근원설화로 송광사 법보박물관 소장 옥과현성덕산관음사사적(玉果縣聖德山觀音寺事績)’에 실려있는 관음사 연기설화(緣起說話)’가 언급되어 있었다. 효행, 인신공희(人身供犧), 개안(開眼) 등 동일한 구성요소와 효녀, 맹인 아버지, 화주승, 뱃사람(진나라 사신, 남경상인), 황제 등 등장인물의 유사성을 근거로 들었다.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였으나 용왕, 인당수, 뱃사람 등 바다를 배경으로 한 심청전과 내륙에 위치한 곡성과의 연계성, 연기설화(충청도 대흥현)나 심청전(황해도 황주 도화동)에 나오는 고향과의 상이 등으로 혹 타지자체가 심청의 고향이라고 나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에도 특히 통일이 되면 심청전에 나오는 황해도 황주가 제일 먼저 나설지 모르겠다.

 

어쨌든 곡성심청에 언급된 연기설화와는 달리 황제와 결혼했다는 원홍장을 심국공과 결혼시켜 심청으로 개명시킨 곳이 심가문이라는 보타구의 심청공정(沈淸工程?)에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곡성군이 우호교류협력(2001년 우호교류협력합의서 교환)이라는 형식을 통해 들러리를 서준 꼴이 되어 버렸다. 심원에서 푸대접 받는 심청을 보면서 심사가 틀려 별생각을 다 해봤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곡성군이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고향 쟁탈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심청을 주산도로 시집 보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그 중 하나다.

 

 

                                                                                                  201210  석중 전성진 씀.

 


박승훈

2013.01.31 12:47:59
*.28.92.167

반가우이. 좋은 글 잘 읽었네.

작년 9월 주산 보타산에 갔었는데 심원 얘기는 전혀 몰랐어.

어촌에 위치한 금룡반점(金龙飯店)과 영빈반점(迎賓飯店)에서 식사를 하고

심향각(沈香閣)이라는 향 판매점에 들렀었는데 이 상호도 심청과 관계가 있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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