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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근이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조회 수 29706 추천 수 0 2012.12.01 14:29:14

 

 

지난 일요일 오후 3시 교보문고에서 창근이를 만난다. 약 1년만이다.

 

작년 가을에는 설미대 3년 선배되는 미모의 창근 와이프,
창근 부친과 형제들을 분당에서 만난적이 있다. 5남1녀의 남자 형제중에서 2명은

경기를 나왔고, 3명은 서울고를 졸업하였다고 한다. 경기고를 나온 둘째 형은 과거 서울대 총장을

지냈으며 동생은 현재 홍대 경영대학원장으로 한국금융의 중추역할을 하고있다.

 

16회 서울고 선배되는 형은 요즘 국제변호사이며 금년에 재미한국계 톱10에 들어 한국정부기관에서

선출된 일이있다. 창근이 아버님은 1918년 생으로 오랜 검사생활을 하셨으며 한국 정부 수립시 좌파로 물들었던

DJ를 관리감독하신 분이다. 장면박사의 비서실장도 하셨다. 창근이 부모님은 모두 평양 출생이시다.

 

오늘은 창근이와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고교시절로 돌아가 보기로 한다.

 약 45년 이전의 시절이지만 창근이는 고교 졸업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으니

어쩌면 과거의 기억이 우리보다 더 순수하게 고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 이야기는 창근이의

기억을 근거로 내가 엮는 것이니 다소 미비하더라도 이해하시기 바란다.

 

이순신.jpg

 

일요일 오후 사람들로 엄청나게 붐비는 교보문고는 이 곳이 수도 서울이라는 사실이 실감날 것이다.
좁은 땅에서 남한 인구의 약 반에 해당하는 2천 5백만명이 수도권에서 살고 있으니...
세종로 이순신 장군 동상 뒤로는 새로 옮긴 광화문, 없어져 버린 중앙청, 청와대 뒤로 북악산이 보인다.
빛이 없는 흐린 날씨에 게다가 폰카로 사진을 담으니 상태가 좋지 않다.

 

 조선일보.jpg

 

이순신장군 반대편은 다행스럽게도 옛 기억이 남아 있는 건물인 동아일보 사옥이 아직 남아 있다.
그 건너편의 국제극장은 온데간데 없으며 태극당도 사라졌고 신문로로 접어드는 길 목에 있던 금강제화 매장도 사라졌다.
새문안 교회를 지나 아래 운동장에는 서울시립박물관이 들어 섰으며 약간 오르막에 있던 고교시절의 정문은
흥화문으로 변해 있다. 1초라도 늦으면 규율부에 잡혀서 지각한 벌로서 잔디를 뽑아야 했던 시절이었다.

 

흥화문.jpg

 

창근이와 나의 사진을 찍어 준 이쁜 아주머니는 과거에 학교 부근에서 30년 이상을 살아서
서울고를 잘 알던 분이라 옛날 기억을 더해 주었다.

 

흥화문-1.jpg  

 

고교 교사는 철거되어 그 자리에 경희궁이 복원 되었으며.. 오래되어 스러져가는 은행나무와 아래편의
방공호를 창근이는 기억하고 있다. 아마도 우리 친구들은 방공호를 들어간 본적이 없을진대, 일제가 만든 방공호의
길이가 중앙청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설만 무성한 곳이었다. 지금와서 후회되지만
호기심 많은 톰 소이어처럼 우리들은 왜 방공호 탐험을 하지 않았을까?

우리의 가장 찬란했던 10대 시절이었는데...

 

방공호.jpg

 

김문환이가 서울 시청에 근무할 때 구교사 교장실에서 시립박물관 건립을 기획하였다는 얘기도 하며
시립박물관 내부를 통과하여 지나 갔다. 문환이는 고교 입시는 무사히 통과하였으나 성적이 좀 딸려서 2학년을

두 번 다녀서 20회로 졸업한 친구이다. 그런 친구는 계성근이가 또 있다. 성근이는 결국 한 학년을 세 번
다닐 수 없어서 오창원 선생의 선처로 이화 건너편에 있던 서울 예고를 졸업하였다.

 

아래 운동장 약수터가 조그만 돌다리로 변해 있었다. 약수터에서 교문쪽으로는 철봉과 평행봉이 있었는 데
뉴욕에 사는 이재룡이가 열심히 알통과 갑빠 근육을 연마하던 곳이다. 재룡이는 운동 신경이 좋아 만능 스포츠 맨이었는 데
나도 부산에서 갓 올라 온지라 재룡이에게서 스케이트를 배웠다. 그러나 연륜이 부족하여 코너 돌 때에 두 발을 일자로 

벌려서 도는 코너 묘기는 끝내 부릴 수 없었다. 임동규와 최병준이도 재룡이를 졸졸 따라 다녔다고 한다.

재룡이는 5월 16일 차가운 날씨인데도 개헤엄밖에 모르던 얌전한 동규와 병준이를 데리고

광나루에서 한강을 헤엄쳐 건너 갔다온 아찔한 순간도 있다고 한다. ㅎ~

 

약수터가 있던 곳에서 울타리 밖으로 사직공원 방향으로 길이 있는 데, 그 길이 서울고 뒤편 내수동 쪽에
살던 친구들의 주 통행로였던 셈이다. 큰 길가 신문로 파출소 앞에는 이현구가 살았으며 당시에도 잘 살았다고 한다.
현구는 사업도 성공하였으니 그 때나 지금이나 잘 살고 있는 셈이다. 사업은 원래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이 성공하는
편이 많은 데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일반적으로는 부자 부모를 둔 팔자 좋은 자식들은 노력을
별로 하지 않는 편이라 물려 받은 재산을 날리지만 않으면 중간 정도 가는 편이다.

 

조금 올라가다 보면 서울고 교사들의 관사가 있었는 데, 내수동 방면에 살던 친구들은 관사를 통해 난 구멍으로
등교를 하였다고 한다. 그러면 교문으로 한참 돌아가야하는 바쁜 등교길이 많이 단축되어 창근이가 애용하던 곳이라
한다. 조금 더 올라가면 좌측으로 성두섭이가 살던 하숙집이 있었으며 하교 후 담배피러 들렸었다고 한다.

 

옛 기억을 더듬어 찾다가 드디어 세종로 성당을 찾았다. 창근이의 눈이 반짝였으나... 그 때 뿐이었다.
성당 건너편 아래편이 창근이가 살던 집이었으나 '경희궁의 아침'이라는 커다란 재개발된 복합 단지만 있을 뿐이다.
그 동네 다다르기 전에 염기대가 살았으며, 담을 마주한 바로 옆집이 인영이 집이었으며, 계단위 높은 곳에는 김형곤이가 살았고
아래 편 큰 길가에는 장형순이 살았다고 한다. 창근이는 K중에 떨어져서 동성중을 다녔으며, 다시 K고를

떨어져 중동고를 잘 다니던 중 입시 한달 전에 모친의 권유로 우리와 동기가 되는 인연을 갖게 되었다.

우리 모두 잘아는 사실이지만 좁디 좁은 교정에서 복작거리던 K교 보다는 경희궁에서 뛰어 놀던

우리들이 보다 넓은 세계를 가슴에 품어 왔다는 사실을...

 

고2, 고3 시절 반장을 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으나 두번씩이나 시험에 떨어지다니...

아마 사춘기를 겪느라 그랬을지도 모를 일이다. ㅋㅋㅋ 필동에서 살다가 내수동으로 이사오면서
덕수국민학교로 전학 등  당시 부모들은 자식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려고 안간힘을 썻으니, 과거의 교육열이
새삼 생각난다. 창근이 남매는 다들 씨가 좋아서 모두 좋은 학교를 다녔으며, 창근이 얘기로는

버클리 출신에다가 박사인데도 불구하고 창근이 학력이 다른 형제들에 비해 좀 떨어진다고 한다.

 

창근이는 야구를 좋아하여 정부청사가 있는 건너편 공터에서 동네 야구를 많이 하였다고 한다.
하기야 지금은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살고 있으니... 그런데 인영이는 운동과는 거리가 멀고 또 한학년 아래이다보니
잘 끼워주지 않았다고 한다. 인영이 얘기로는 당시 창근이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형이라 존대말을 하였다는... ㅎ~

 

광화문.jpg

 

원위치로 새로 복원된 광화문을 지나 문화가 산책을 시작한다. 한국에서 가장 큰 화상인 현대 갤러리,
그 옆에 자리한 금호 갤러리를 지나 소격동 길로 들어선다. 당시 라이벌이었던 경기중고에 자리한 정독 도서관...

 

아라리오.jpg


남으로 꺽어지면 아라리오 갤러리, 이화익 화랑을 거쳐 5대 극성의 하나였던 덕성여고 돌담길을 지나가면

인사동으로 들어선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거리이다. 작은 화랑들이 길 양 옆에 자리하고 있으며 중심부엔 두번째로 큰
가나화랑의 인사동 점인 5층 가나아트센터가 있다. 수도약국을 거쳐 탑골공원 뒤편에 자리한 유진식당을 찾는다.

 

유진식당은 평양 부근에서 살다가 월남한 실향민이 세운 곳이다. 물냉면 맛과 녹두전으로 유명하다.
곱배기 물냉면과 두툼한 녹두전을 두 장 시켜 놓고 옛날 얘기가 이어진다. 창근이가 버클리 학사를 끝내고 박사과정으로
힘들게 보낼 때 서울의 모친께선 신부감을 십여명 리스트로 작성해 놓고, 당시 김현옥 서울 시장의 딸을 추천 하셨으나
창근이는 설미대 65학번이며 미국에서 서양화 공부 중이던 지금의 부인을 만나서 3녀 1남을 낳게 된다.
그의 부인은 그림 공부를 포기하고 박사과정 창근이의 뒷바라지를 하였던 현모양처이다.

 

선우가족.jpg 

가족들과 함께 (창근 페이스북에서 퍼옴)~

 

윤재가 재개발한 청계천 야경이 내려다 보이는 커피집에서 한국과 미국의 물가를 비교하며
급속도로 발전하는 모바일 비즈니스에 대하여 얘기하다보니 하루가 저물어 간다.

 

그리고 며칠 후....

 

창근이의 금요일 수업 준비가 미비하여 참석이 확실치 않았으나, 목욜 저녁 서광회 모임에서 태시기가
보고 싶다고 수원에서 압구정까지 먼 길을 전철을 타고 올라온다. 그리고 많은 친구들을 만난다.
재호, 성진, 수한, 태식, 훈선, 윤재, 신구 그리고 중수도 늦게 참석한다.
서광회가 창근이의 참석으로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녹두전, 왕만두, 묵무침, 돼지고기 보쌈, 칼국수까지 푸짐한 식사후
아쉬움이 남아 강남 최고의 시설과 사운드를 자랑하는 부근 봉82 노래방으로 향한다.
신구는 마이크 잡는 폼과 창법을 보니 많은 금전을 유흥에 소비하였다는 것이 금방 드러난다. ㅋㅋ

 

신구마이크.jpg

 

재호는 일본서 고교 졸업 후 다시 서울고를 입학한 맏형이다.
그러나 그의 순수함은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다. 비유하자면 곱게 물들어가는 단풍과 같다.
일본판 조용필의 노래가 일품이다.

 

재호.jpg  

 

태시기는 폰에 담겨 있는 손주 사진에... 신구는 혹시 와있을지 모를 여인의 문자를 확인한다.
태시기와 창근이의 모친은 덕수국교에서 자식들 교육문제로 만나 서로 잘 아시는 사이였다고 한다. 
태시기 모친은 아마도 장남이었던 태시기의 장래에 큰 기대를 하셨던 것 같다.
그리고 태시기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는 삶을 살아 왔다.

 

핸폰점검.jpg


창근이는 미국에서 생활한 시간이 한국의 두 배를 훌쩍 넘겼으나 아직도 한국의 정서가 남아 있다.
어쩔수 없는 일이다. 창근이의 감정과 목솔이 좋다. 한국 가요를 어찌 그리 다 아는지... ㅠㅠ

 

창근.jpg  


훈서니는 엄청난 LP판을 소유한 오디오 매니아인데... 그러나 직접 부르는 것은 끝내 들어 볼 수 없었다.


신구+홍선.jpg


신문로에 있던 동양극장과 서대문 4거리 화양극장에서 당시 최고의 라이브 가수 였던

쟈니리의 '뜨거운 안녕'과 '하숙생'을 오랜만에 존웨인(태식)의 목솔로 들어 본다.

이리하여 오늘도 하루가 저물어 간다.

 

재호+태식.jpg


이상이 올 연말  '선우창근 스페샬 특집'이다.

글솜씨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급하게 압축을 하다보니 글들이 삐그덕 거리나,
창근이의 근황을 궁금해하는 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창근의 페이스북을 소개한다.

 www.facebook.com/home.php#!/gene.sonu.7

 


 


Gene Sonu

2012.12.02 23:00:06
*.78.123.224

어기의 글을 읽고, 보잘것 없는 이 존재에게 적나나  하게 보여준 우정에 부끄럽고, 그저 머리만 숙임니다.


어린 나이에 도미하여, 오랜 세월 한국 동기들과  절연돼였으나, 가끔 귀국할때 마다 따스하게 대하여 주는

우리 동기들의 우정에 진심으로 감사드림니다.


어기가 쓴대로  K고에 낙방을 해서 이런  덕을 보는구나 생각하니, 이 성구 선생님한테 뵈운 고사숙어   "새옹지마" 가 떠오름니다.  ㅎ ㅎ


앞으로 남은 여생, 오랜 세월 못나누었던 우정을 열심히 재건할려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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