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 상호교류의 해 개막 행사 참가기
손우현 한림대 객원교수(국무총리 프랑스 공식방문 특별수행원)
꿈만 같았던 3박 5일간의 파리 ‘출장’을 마치고 지난 일요일 귀국했습니다.
8년 만에 다시 보는 파리는 역시 아름다운 도시였습니다. 파리를 다시 보니 마치 옛 애인을 다시 만난 것처럼 강렬한 감정이 되살아나 돌아 올 적에는 정말 아쉬움이 컸습니다.
프랑스 경찰 선도차가 이끄는 국무총리 행차 대열에 끼어 신호등을 무시하고 파리를 동서남북 가로질러 질주하며 그야말로 주마간산 식으로 다시 보고 왔습니다. 옛날 살던 집 등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았으나 시간이 없어 다음 기회로 미룬 채.
파리는 정말 마력이 있는 도시입니다. 매일 아침 한국 총리 행렬이 통과하는 콩코르드 광장(Place de la Concorde)에는 이른 시간부터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었습니다. 이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무척 평화로운 모습입니다. 그러나 이곳은 프랑스 대혁명(1789-1799) 때 루이 16세와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를 포함하여 수많은 사람이 단두대(guillotine)에서 처형되었던 형장이었습니다. ‘콩코드(Concorde)’는 화합을 의미하며, 이 광장의 이름은 이러한 어두운 역사를 넘어 평화화 화합으로 나가자는 프랑스 국민의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파리는 언제 찾아도 변함이 없는 곳입니다. 변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교민 만찬에 참석하신 재불 교민 중 최고령자 한묵 화벡님(102세)은 저를 알아 보시지 못했습니다. 이를 본 한 화백님의 사모님은 눈물을 글썽이셨습니다. 저의 30년 지기(知己)인 한국문화원의 Georges는 부정맥 수술을 한 탓인지 많이 늙어 보였습니다. 저는 이를 보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프랑스 문단의 시인인 그는 저에게 한국 사람과 같이 일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눈치문화’라고 토로한 적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없어 따로 만나지는 못하니까 개막 당일 리셉션 장에서 만나자고 한 또 하나의 30년 지기 Figaro 신문의 Alain Barluet 편집부국장은 리셉션 장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만남은 너무 짧았습니다. 그는 제가 ‘프랑스를 생각한다’란 책을 낼 때 추천사를 써 준 고마운 은인입니다.
1,200여 객석을 가득 메운 국립샤이오극장 개막 행사에서 프랑스 정부대표로 제일 먼저 인사 말을 한 사람은 한국계 입양아 출신인 Fleur Pellerin 문화부 장관이었습니다. 프랑스에서 최고 교육을 받은 뒤 고급 관료 등용문인 ENA를 거쳐 오늘에 이른 그녀는 한국을 ‘나의 마음에 소중한 나라’(le pays cher a mon coeur)라고 했습니다. 생후 6개월 때 길거리에 버려졌던 그녀가 한국에 대해 이런 감정을 품는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그녀는 친절하고 기품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다음 달 부산영화제의 프랑스 특별 프로그램(French Focus)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합니다. 리셉션 장에는 또 하나의 성공한 입양인 Jean-Vincent Placé 상원의원도 있었습니다. 7세 때에 변호사 가정에 입양된 그는 프랑스 역사에 조예가 깊으며 특히 나폴레옹에 대해 일가견이 있습니다. 개막 행사 리셉션 장에서 만난 그 역시 매우 겸손하였으며 허세가 없었습니다. 프랑스와 프랑스인들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가 있지만 저는 프랑스가 우리가 버린 이 두 고아를 이렇게 훌륭하게 키워준 것 하나만으로도 위대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는 ‘자유, 평등, 박애’의 나라입니다. 이들 두 한국계 프랑스 정치인은 이제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양국간의 훌륭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불 상호 교류의 해 개막 당일 샤이오 극장 무대에서는 한국 Ancien Régime(구체제) 예술의 진수인 유네스코 등재 세계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종묘제례악이 공연됐습니다. 이 공연은 몸 속에 유교의 피가 흐르고 있는 한국인인 저의 영혼을 깨워 주었습니다.
또 한가지 특기할 것은 공연장인 이곳 국립샤이오극장이 바로 1948년 대한민국이 국제적으로 탄생한 역사적인 현장이라는 것입니다. 1948년 12월 12일 이곳 샤이오극장에서 개최 중인 제3차 유엔총회는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하는 결의안(195호)를 48대6(기권1)으로 통과시켰습니다. 당시 장면 박사가 이끌었던 우리 대표단의 치열했던 외교전과 이렇게 탄생한 대한민국이 이후 67년간 이룩한 기적적인 성취를 생각하며 저는 깊은 감회에 사로잡혔습니다.
개막 행사 후 리셉션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샤이오 극장 맞은 편의 에펠탑은 한볼수교(1886년)이후 처음으로 태극 문양을 상징하는 붉은색과 푸른색 조명으로 물들여지고 2층 난간엔 태극기와 프랑스 국기가 나란히 게양되었읍니다. 이 때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과 재즈 가수 나윤선이 부르는 '아리랑'이 울려 퍼지자 파리의 한국 축제는 절정에 달했습니다.
그 때의 감격을 저는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지난 130년간 힌국은 참으로 먼 길을 달려 왔습니다. 국권 상실과 동족 상잔의 비극을 딛고 일어서 세계 최빈국의 하나에서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이 되었습니다. 한국 이민자도 많지 않은 프랑스에서 한국어는 이제 대학수학능력시험인 바칼로레아에서 필수 선택 외국어가 되었습니다. 안으로는 여전히 시끌벅적하나 밖에서는 인정받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혹 관심 있으실 분들을 위해 Youtube에 실린 '한불상호교류의 해' 개막행사의 이모저모를 담은 동영상과 한국 색채로 조명한 에펠탑 동영상 등을 첨부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6aZw4IgpbdY
https://www.youtube.com/watch?v=YSSfgdjeVUc
https://www.youtube.com/watch?v=OVMkwG_ifKI
https://www.youtube.com/watch?v=Vm0zEG_CF-Y
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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