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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신 인맥 지도-서울고

조회 수 191010 추천 수 0 2012.03.21 15:53:36
언론계 큰 산맥 이룬 ‘재능의 요람’

[특별 기획 시리즈] 한국의 신 인맥 지도 | 서울고①

 

[1095호] 2010년 10월 13일 (수) 이춘삼│편집위원

 

   
▲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고등학교.
ⓒ시사저널 윤성호

서울고는 8·15 광복 후에 개교한 학교이다. 예전 그 자리(옛 신문로 서울교 교정)에는 일제하에서 일인들이 자신들의 자녀들을 가르치기 위해 세운 경성중학교가 있었으나 서울고와는 관련이 없다. 다른 학교와 비교해 짧은 역사를 지녔음에도 한 시대에 수위를 다투는 고등학교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데는 그럴 만한 몇 가지 배경이 있었다. 첫째는 우수한 학생과 교사가 많이 모였다는 점이다. 공산 치하를 등지고 월남한 우수한 학생들의 상당수가 신생 서울고로 모여들었다. 입학생들의 대부분이 이북 지역의 명문 학교인 평양의 제1·제2·제3중, 광성중, 신의주동중, 해주동중, 원산중, 함흥중 등에 다니던 학생들이었다. 서울고 학생들 사이에는 이북 사투리가 표준말처럼 통용되다시피 했다. 자연히 학생들의 반공 의식이 누구보다도 투철해 뒷날 6·25 전쟁이 터지자 어느 학교보다 많은 학도병이 자원 입대해 희생도 그만큼 컸다. 자신을 던져 부하들을 구한 강재구 소령이 서울고 출신이다.

 

초대 교장 김원규 선생은 북에서 내려온 우수한 교사들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우수 교사진을 초빙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이렇게 하여 서울고에 자리 잡은 교사는 문자 그대로 제제다사(濟濟多士)였다. 비록 혼란기였지만 중등학교에 재직하기에는 너무나 과분한 교사진이었다. 서수준(전 경희대 음대 교수)·음악평론가 이성삼(전 경희대 교수)·문단의 중진인 황순원·조병화(전 인하대 부총장, 시인)·김광식(전 경기대 교수)·안병욱(전 숭실대 철학 교수)·고광만(전 문교부 차관)·남광우(전 인하대 교수)·조영식(전 경희대 총장)·안현필(전 EMI 원장)·신상초(전 성균관대 교수) 선생 등 훗날 교육계·학계·정계에 이름을 남긴 많은 스승들이 이 학교에서 오래 머무르며 후학들을 가르쳤다.

 

   

동문들이 또 하나 잊지 못하는 기억은 김원규 교장의 열정적인 가르침이다. 명문 학교마다 전해 내려오는 열성 교장의 전설이 있다. 부산고의 김하득 교장, 익산 남성고의 윤제술 교장, 제물포고의 길영희 교장이 그러했듯 서울고의 김교장 역시 큰 족적을 남겼다. 그의 교육 방침은 영국의 이튼스쿨을 지향했다. 사관생도식의 엄격한 규율 속에서 성실과 근면을 가르쳤다. ‘깨끗하자. 부지런하자. 책임지키자’라는 교훈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그 자리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되라”라는 훈화는 서울고인들의 가슴 속 깊이 자리 잡았다. 이같은 교육은 외국의 어느 교육 관계자가 서울고 교정을 둘러보고 ‘티끌 하나 없는 학교(spotless school)’라고 찬탄해 마지않았을 만큼 학생들의 자세를 가다듬게 했다.

 

이런 전통 속에 교육받고 단련된 서울고인들은 사회 각 분야에서 훌륭한 몫을 해냈다. 그런 가운데 분야별로는 강한 분야, 다소 약한 분야의 차이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랜 역사에 비해 정계·관계 등의 진출이 다소 약하다거나 재계·금융계·언론계·학계·문화예술계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괄목할 활약상을 보인다는 평가가 그것이다.

 

   

정치권에서 서울고 출신 현역 정치인을 살펴보면 7선의 기록을 세운 조순형 의원이 우선 눈에 띈다. 유석 조병옥 박사의 자제인 조의원은 ‘쓴소리’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시비곡직을 분명히 가리는 중진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부단히 공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회 도서관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의원으로 꼽히며 무게 있는 언행으로 ‘백봉신사상’을 수차례 수상했다. 검사 출신의 4선인 최연희 의원은 당 사무총장, 법사위원장을 역임한 중진으로 지역구에서의 압도적인 지지와 국회 안팎에서 폭넓은 신망을 얻고 있다. 언론인 출신인 문학진 의원은 국회 진출에 성공하기 직전 총선에서 당시 당선자에게 3표 차이로 아깝게 져 ‘문세표’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동국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최재성 의원은, 최근 치러진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서 고배를 마시기는 했지만 뚜렷한 소신과 강한 추진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육사 출신의 예비역 대령인 김성회 의원은 18대 총선을 통해 여의도에 발을 들여놓았다. 김의원은 지난해 7월 이른바 ‘미디어법’이 상정되었을 때 뜻하지 않은 장면에서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이 손잡이를 묶어 봉쇄했던 국회 본회의장 옆 출입문의 쇠사슬을 뜯어내 한나라당 의원들이 들어갈 수 있게 한 것이다. 육사 재학 시절 럭비 선수를 했다는 그는 상대 당 의원들과의 몸싸움에서도 ‘괴력’을 발휘해 화제가 되었다. 비록 다섯 명이라는 소수이기는 해도 이들은 서울고 동문이라는 유대감으로 소속 당을 떠나 선후배 간의 우의를 두텁게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 수준의 명문 학교를 지향해 ‘스파르타식 교육’이라는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았던 서울고의 노력은 대학 합격률에서 그 진가가 드러났다. 개교한 지 3년이 되는 1949년, 이 신생 학교의 졸업생에서 1~2명을 제외한 1백35명 중 98%가 서울대에 합격하는 이변을 낳아 주위에 충격을 주었다. 그 후로도 줄곧 전국 학력고사와 대학 입시에서 전체 수석의 기록을 낳는 등 화제를 불러일으키곤 했다.

 

관계에 진출했던 동문들 중에 발군의 실력으로 주목을 받았던 인물들이 적지 않다. 대통령 비서실장과 주미 대사를 역임한 김경원 사회과학원 원장은 서울대 법대를 중퇴하고 도미 유학길에 올라 하버드 대학에서 국제정치학 박사를 취득했다. 뉴욕 대학과 고려대에서 강의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대통령 국제정치 담당 특별보좌관으로 발탁되었다. 이후 5공이 출범할 즈음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기용되었고 유엔 대사와 주미 대사를 역임했다. 뛰어난 영어를 구사하는 그는 지금도 영어사전을 곁에 두고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정부 고위직에 있는 동문으로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재임할 당시 부시장으로서 보좌한 인연으로 현 정부 들어 행정안전부장관을 거쳐 현직에 올랐다.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 임채민 국무총리실장, 정창수 국토해양부 1차관, 노대래 조달청장, 윤영선 관세청장, 이태용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이현구 청와대 과학기술특별보좌관, 김용환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비롯해 정부 부처 고위직에 몇몇 동문들이 눈에 띈다.

 

최근 새로 부각된 임채민 총리실장은 현 정부의 초대 지식경제부 1차관으로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의 조직 통합 작업을 이끌었다. 서울 출신에다 서울고-서울대 출신이라는 학력으로 지역색이 없고, 정·관계와 언론계를 막론하고 인적 네트워크가 탄탄하다는 평을 듣는다.

 

   

언론계에 윤세영·김대중 등 거물들 우뚝

 

현역 외교관으로는 박명준 주사우디 대사, 변종규 주시카고 총영사, 서석숭 주슬로바키아 대사, 신각수 외교통상부 1차관, 이정관 주샌프란시스코 총영사, 전비호 주불가리아 대사, 조성환 강원도 국제관계 대사가 있다. 현역에서 물러난 전직 외교관으로는 신두병 외교문제연구모임 회장,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장관, 이규형 전 주러시아 대사, 임성준 전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주철기 유엔글로벌콤팩트 사무총장이 있다. 김관진 전 합참의장은 서울고 출신으로 처음이자 유일한 4성 장군이고, 이정린 성우회 정책위 의장을 비롯한 예비역 장성이 배출되었으나 사관학교에 진학한 동문 숫자에 비해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법조계에서는 김용준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이 헌법재판소장을 지냈다. 이시윤 현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변호사는 감사원장을 역임했다. 국내 민사법 학계의 원로인 이 전 원장은 서울대 법대에서 후학을 가르쳤고 각급 법원 판사를 거쳐 춘천·수원지법원장을 지낸 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역임했다. 현재 민법개정특별위원회 위원장이다. 민사소송법의 대가로서 그의 저서는 법학도의 필독서로 꼽힌다. 그 밖에 대법관을 역임한 법조인으로 김용담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변재승 법무법인 화우 고문이 있다.

 

검찰에서는 검찰총장을 역임한 송광수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두각을 보였고 ‘영원한 수사 검사’ 심재륜 전 대구 고검장은 특별수사통으로 이름을 떨쳤다. 대검 중앙수사부장 시절 YS의 아들인 김현철씨를 구속시키는 등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사건을 처리하는 뚝심이 돋보였던 검사이다. 김영수 한국청소년문화연구소 이사장은 검사와 안기부 차장, 국회의원,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 문화체육부장관을 역임하고 한국농구연맹 총재를 지낸 다채로운 경력을 지니고 있다. 이재후 김&장 대표 변호사는 국내 대형 로펌의 효시를 이루어냈고, 신영무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역시 굴지의 대형 로펌을 이끈 변호사로 유명하다. 유언 제주지법 서귀포시 법원 판사는 부산·수원·서울에서 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지내고 변호사 개업을 해 10년 동안 활동한 뒤 다시 ‘시·군 법원 판사’라는 조촐한 자리로 돌아가 잔잔한 화제를 일으켰다. 정성복 현 KT 윤리경영실장은 검사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각급 검찰청 검사와 부장검사, 대검 감찰과장 등을 역임한 그는 2009년 1월부터 KT라는 거대 조직의 내부 감찰을 담당하는 윤리경영실장을 맡아 내부 자정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서울고 출신들은 대체적으로 언론계에서 강세라는 평을 들어왔다. 신동호 전 스포츠조선 사장은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두 차례 맡은 언론인이다. 주필, 편집인, 대표이사를 지냈으나 약관 33세에 사회부장으로 발탁된 ‘영원한 사회부통(通)’이다. 그가 조선일보 편집국장으로 재직할 때 서울고 출신들이 편집국 부장단의 다수를 점했고 후배들은 그를 ‘신 두목’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따랐다. 김동익 전 중앙일보 대표이사 역시 조선일보 기자를 거쳐 자리를 옮긴 중앙일보에서 정치부장, 편집국장, 주필,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한 원로 언론인이다. 언론계를 떠난 후에는 정무장관과 송담대 총장을 지냈고, 저술 활동도 활발하다.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은 그의 칼럼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의 자리를 굳혔다. 그 밖의 현역 언론인으로는 윤세영 SBS 이사회 의장, 이병규 문화일보 사장, 변용식 조선일보 편집인, 문창극 중앙일보 대기자 등이 있다. 한국일보 출신의 이성준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용식 21세기방송통신연구소 이사장은 중앙일보와 동양방송 기자로 언론인 생활을 시작해 KBS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을 지냈으며, 3선의 국회의원과 국회 사무총장까지 기록한 다채로운 경력의 ‘재주꾼’으로 꼽힌다.   

 

‘상부상조’의 웃음 그칠 날이 없다

[특별 기획 시리즈] 한국의 신 인맥 지도 | 서울고②

 

[1096호] 2010년 10월 20일 (수) 이춘삼│편집위원

 

   
▲ 옛 서울고등학교의 모습.
ⓒ서울고 총동창회 제공

‘10’자가 세 번 겹쳐 중국인들이 큰 길일로 쳤다는 2010년 10월10일, 서울고 동문 등산 동호인들이 충북 음성으로 나들이를 나섰다. 연중 4계절마다 한 번씩 열리는 연합 등반 행사의 일환이었다. 1회부터 41회 졸업생에 이르기까지 아버지와 아들뻘 되는 동문들이 45인승 관광버스 열 대로 움직였다. 많게는 버스가 열다섯 대까지 동원될 만큼 이 정례 등산 행사는 대성황이다. 단일 고등학교의 모임으로 유례가 없는 호응이라고 서울고인들은 자랑한다. 총동문산악회(회장 한효택·21회)는 매주 갖는 서울 근교 산행, 백두대간-호남 정맥-지리산 종주, 5산(불암·수락·사패·도봉·북한산) 극기 산행, 해외 원정 등반 등 월별 또는 계절별로 크고 작은 산행을 강도 높게 진행하며 우애와 단합을 과시하고 있다.  

 

   



총동문산악회를 비롯해 친목 모임 다양

 

또 하나 활발한 모임이 서건회이다. 건설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동문들의 모임인 서건회에는 총동문산악회 못지않은 다수 동문이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어 여행·바둑·등산 등 취미 활동을 통한 친목 도모는 물론이고, 나아가 다양한 사업상 정보 교환과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모교를 위해 교문을 새로 세워주는 등 물심양면의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이 밖에도 여러 모임이 있다. 취미를 같이하는 동호회로 골프·바둑·테니스·당구 모임이 있고, 학창 시절 함께했던 합창반·관악반·미술반 친구들이 졸업 후에도 모임을 지속해 발표회를 갖기도 한다. 기독교·천주교 같은 종교 활동이나 서건회처럼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동문들끼리 고시동지회, 서무회(무역업 종사자 모임), 서철회(철강업 종사자 모임)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함께한다.

 

   
   

현 총동창회장인 강대신 정원종합산업 회장(15회)은 조창환 전 회장(7회·이화산업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모교 야구 후원회장과 서건회장을 지냈으며, 총동창회장을 맡으면서부터는 모교와 동창회를 위한 여러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6·25 전쟁 발발 60주년인 올해, 가장 많은 숫자의 고교생 학도병을 기록했고 희생도 많았던 선배들의 호국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서울고 동문 6·25 전쟁 참전 기념비’가 지난 10월16일 교정에서 제막되었다. 조창환 이화산업 회장의 모교 사랑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각별한 면이 있다.

 

강대신 회장이 속한 15회가 서울고 출신들 가운데서는 매우 활발한 동기로 꼽힌다. 김영호 일신방직 회장, 신영무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박용상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김선옥 법무법인 세종 시장경제연구원 운영위원장(전 공정거래위 부위원장), 이영순 알엔엘바이오 사외이사(전 식품의약품안전청장), 신용극 유로통상 회장, 구본국 서울고속도로 대표이사 사장이 이 동기회의 멤버들이다. 와인 수입업체인 신동교역도 갖고 있는 김영호 회장은 동창회 행사가 있을 때마다 와인을, 임건우 보해양조 회장(18회)은 자사 주류를 제공해 분위기를 띄우는 데 한몫하곤 한다.

 

서울대 수의대 학장을 역임한 이영순 사외이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개발한 성체줄기세포는 코스닥 상장 기업인 알엔엘(Revolution of Natural Life)바이오에 의해 양산 체제를 갖추었는데, 난치성 질병 치료에 탁월한 효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영수 전 총동창회장(12회)이 발의해 시작된 ‘모교 발전 기금 100억원’ 모금 캠페인은 박철원 전 회장(14회·에스텍시스템 회장)으로 이어지며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보였다.

 

   


20회에 부자 동문 많아 ‘눈길’

 

서울고 출신 가운데 최고 부자로는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즈 회장(20회)이 손꼽힌다. 봉제완구업으로 사업을 일군 그는 신용카드 결제대행회사인 ‘케이에스넷’을 업계 굴지의 회사로 키워냈고 이어 손에 쥔 케이블 방송 ‘C&M’도 눈부신 성장세를 보여 그 주식을 매각한 1조원 규모의 현금 재력가가 되었다. 현재 투자 전문 기업인 에이티넘파트너즈에 집중하는 그를 가리켜 주위에서는 ‘미다스의 손’이라고 부른다. 연극인 이해랑 전 예술원 회장(작고)의 차남으로서 모교인 서울고와 연세대, 부인의 모교인 서울여대를 비롯해 여러 학교와 연구 기관을 지원하는 등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도 거액의 기부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영수 전 문화체육부장관(12회)과 가형인 이방주 회장이 자문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동산 투자 회사인 제이알자산관리를 이끌고 있는 이방주 회장은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대표이사 사장까지 올랐고,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를 역임한 전문 경영인이다. 가친을 기리는 이해랑연극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20회에는 부자 동문이 많다. 이민주 회장을 비롯해 임창욱 대상 회장, 허승조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 호종일 호성흥업 회장이 그들이다. 설립 33년째를 맞는 생활용품 제조업체 피죤의 이윤재 회장은 1970년대 해외 출장에서 섬유 유연제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 창업의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옷감을 부드럽게 하고 정전기를 방지할 목적으로 빨래할 때 함께 넣는 피죤은 섬유 유연제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미술을 전공한 장녀 이주연 부회장을 데리고 일하는 그는, 요즘도 매일 사무실에 출근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박웅서 UI에너지 명예회장(9회)은 미국 피츠버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은행과 국제경제연구소·산업경제기술연구원 연구직에 있다가 이병철 전 회장 고문으로 삼성과 인연을 맺었다. 삼성석유화학 대표이사 사장과 삼성경제연구소 국제담당 사장을 지냈다. 김영삼 정부에서 대통령 자문정책기획위원으로 활동했던 그의 최대 무기는 유창한 영어 실력이다.

 

임관 삼성종합기술원 회장, 김광호 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이상완 삼성 사회공헌위원회 사장(전 삼성전자 LCD총괄 사장), 현명관 삼성물산 상임고문, 30년 동안 삼성경제연구소와 기업구조조정본부에서 브레인으로 일한 이범일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도 삼성맨이다. 존경하는 인물을 이병철 회장이라고 밝히는 이필곤 알티캐스트 회장은 1965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제일제당과 삼성중공업에도 몸담았으며 삼성물산·삼성자동차·중앙일보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서울시 행정1부시장으로 일한 경험도 있다. 이상완 사장은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1976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오로지 이곳에서 한 우물만 판 정통 엔지니어이다.

 

전설적인 ‘고액 연봉’의 세일즈맨으로 널리 알려진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 기발한 아이디어로 종합 가구업체로 이름을 알린 이현구 까사미아 대표이사 사장, 현대자동차의 신기술 개발을 지휘해 품질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기여한 이현순 현대자동차 연구 개발 총괄부회장 등이 동문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동창회가 시상하는 ‘자랑스러운 서울고인’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구자훈 LIG손해보험 회장(18회)은 구철회 LG그룹 창업 고문의 자제이다. 셋째사위 박재영씨가 박성용 금호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구자열 LS전선 사업부문 대표이사 회장·구자용 LS네트웍스 대표이사 회장 형제는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자제이다. 구자열 회장(57세)은 자전거 마니아이다. 7박8일 동안 해발 2천~3천m인 알프스 산맥의 아찔한 비포장도로를 따라 6백7km를 달리는 ‘트랜스 알프스’는 참가자 3분의 1 이상이 중도 기권하는 ‘지옥의 레이스’로 악명이 높다. 구회장은 2002년 아시아 최초로 이 레이스를 완주한 강철 사나이이다. 1주일에 두 번 정도는 집(서울 논현동)에서 회사(안양 LS타워)까지 자전거로 출근한다. 미국 모하비 사막을 6일 동안 자전거로 횡단한 경험도 있다. 지난해 대한사이클연맹 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사이클은 움직이며 몰입하는 명상’이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서울고 사람들은 서울중을 나와 다른 고등학교로 간 구본무 LG 대표이사 회장을 ‘서울고 동문’으로 붙잡지 못한 것은 ‘큰 실수’라고 농담 삼아 얘기하기도 한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송호근 YG-1 대표이사 사장(23회)은 금속 절삭 공구인 엔드밀(end mill) 전문 기업의 CEO이다. YG-1은 미쓰비시·히타치·게링 등 세계적 기업과 겨루며 생산량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인천 부평의 본사를 중심으로 국내 9개, 해외 25개의 공장·법인 등 탄탄한 생산·영업망으로 공구의 꽃으로 불리는 엔드밀 시장을 평정한 것이다.

 

김상준 전 풍산 방위산업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육사 출신의 예비역 육군 중장이다. 5공화국이 들어서기 직전 대통령 비서실 교육비서관을 지냈으며, 합참 작전본부장을 마치고 방산업체인 풍산에 닻을 내려 다년간 근무했다. 지난 호에서 잠시 언급한 바 있듯 당시는 김원규 교장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육사 진학을 적극 권유한 영향을 받아 육사 출신 동문이 많았다.

 

동문 기업인 60여 명을 주축으로 한 ‘두월회’는 김영수 전 회장의 제의로 발족해 양규모 진양화학 회장, 박철원 회장, 강대신 회장 등을 거쳐 오늘에 이른다.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장원순 웰빙테크 회장(19회)은 연전에 동문 골프 동호인 회장을 맡은 적이 있으며, 총동창회나 동기 모임을 뒤에서 지원하는 데 발벗고 나서는 중견 기업인이다. 송보순 삼성전자 미국법인 고문, 송경순 LECG 한국대표(미국 조지워싱턴 대학 국제금융학 박사), 송웅순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미국 컬럼비아 대학 법학 석사) 3형제도 동문이다.

 

   

학계에 이름 떨친 수재들 다수

 

서울고 1회 졸업생인 강신항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훈민정음과 국어학사 연구에 탁월한 업적을 쌓고 우리나라 어문 정책 수립에 다대한 기여를 한 공로를 평가받았다. 서울고 출신의 또 다른 석학으로 김용구 한림대 한림과학원장도 있다. 줄곧 서울대 외교학과에서 후학을 가르쳤다. 김일순 연세대 명예교수는 연세대 의대에서 강의와 진료를 병행했으며 연세대 의대 학장, 예방의학회장, 연세대 보건대학원장, 연세대의료원 원장, 연세대 의무부총장, 대통령 직속 의료제도발전특위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택휘 한영외국어고 교장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모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학자로서, 서울교대와 정신문화연구원에서 강의했으며 서울교대 총장으로 재직했다. 청소년 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2007년부터 한영외국어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지난 1학기를 마치고 정년 퇴임한 김유항 전 인하대 화학전공 교수, 박성현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장과 현재민 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과 교수는 학창 시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학업 성적으로 모교의 영예를 드높인 ‘공부의 천재’들이었다. 공영태 공안과 원장은 부친인 공병우 박사의 대를 이어 환자 진료에 힘을 쏟고 있다. 서울대 발전 기금 모금의 지휘봉을 든 이명철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인맥 관리의 달인’으로 통하는 마당발이다.

 

   

 

이상우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 위원장도 서울고가 자랑하는 수재 중의 한 사람이다. 한국일보와 조선일보 기자를 거쳐 서강대 교수로 오래 재직했으며 한림대 총장을 역임했다. 천암함 사태 이후 국가안보 총괄점검회의 의장을 맡았다. 서울대 법대 동문인 황영옥 여사와의 사이에 둔 3녀1남이 모두 학업 성적이 우수해 수재 집안으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문인 가운데 마해송 선생의 아들인 마종기 시인, 박목월 선생의 아들인 박동규 서울대 국문과 명예교수, 황순원 선생의 아들인 황동규 서울대 영문과 명예교수가 서울고 9회 동기 졸업생이다. <별들의 고향> <상도> 등 수많은 작품으로 독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모은 최인호 소설가와 지광 능인선원 원장도 지명도가 대단히 높은 서울고인이다.

 

형제 동문으로 눈길을 끄는 인물 가운데는 신용석 2014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 대외협력위원장과 신용극 유로통상 회장이 있다. 신위원장 형제의 부친은 경성중학교 출신으로 인하대 의대 교수와 향토사학자로 활동한 신태범 박사이고, 조부는 대한제국 최초의 군함인 광제호의 신순성 함장이다.

 

* 퍼온 곳 :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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