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총동창회 지부동호회 주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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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시인 김삿갓이 금강산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던중
강원도 원산땅에 도착했을 무렵 어느덧 날이 저물자 어디서든
하룻밤을 묵어갈 요량으로 한 동안 헤매이던 중 발길이 닿은
조그마한 산골 마을 서당을 찾아 들었을 때의 일이다.


"얘들아 너희 선생님은 어디 계시느냐?"


글방 안에서 마침 동몽선습을 외고 있는 학동들에게 물었다.


그러나 학동들은 김삿갓의 허름한 옷과 삿갓을 바라보며
그의 초라한 행색이 거스린다는 듯 김삿갓의 물음에는 대답도 아니하고
저희들끼리 뭔가 소근거리며 힐끗거리기만 하였다.


생각같아선 버릇없는 아이들을 꾸짓고 싶었으나 잠자코 참으며
"여봐라 선생님이 계시느냐고 묻지 않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대관절 누구신데 우리 선생님을 찾으셔요?"


"이놈아 어른이 물으면 공손한 태도로 대답이나 할일이지

어찌하여 그리도 건방진 대답을 하느냐?"


김삿갓은 문득 자신의 고달픈 나그네 길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어쩌면 아이들 까지 이토록 얕잡아 보는가 싶어

괘씸한 생각이 들어 호통을 쳤던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아이들의 방자한 태도와 말씨로 보아

역시 선생이라는 작자의 인품 또한

형편없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이 갔다.


여전히 호통을 당한 녀석은 김삿갓이 괴이쩍다는듯
"선생님께서는 지금 안채에 계셔요" 하였다.


"너희들 글 공부는 가르치지않고

안채에 들어앉아 뭘하고 계신단 말이냐?" 하니


"책이나 읽고 있으라고 하셨어요"


"그럼 손님이 오셨다고 가서 아뢰어라"


학동 녀석은 몹씨 귀찮다는듯 밖으로 나와 마지못해

안채에 들어갔다 나오더니


"어디서 오신 뉘신지 알아보라는 분부이십니다"


"허참 까다롭기도 하구나 길가는 과객이 글방 선생님

가르침이나 받을까 하고 찾아 왔다 일러라"


그러자 녀석은 또 다시 안채에 들어갔다 나오며

오만상을 잔뜩 찌푸린 얼굴로


"선생님께서는 지금 나오실 수 없답니다.

그러니 그냥 돌아가시랍니다." 하였다.


그래도 훈장이랍시고 존심은 살아 있어

거드름을 피우는가 싶기도 하고 조금은 부아가 치밀어 올라

심기가 불편한 터라 한사코 하룻밤 머물기를
단념하고 마을을 뜨기로 작정을 하였다.


그러나 막상 그냥 돌아서기가 왠지 억울한 생각이 드는지라
괴나리 봇짐 필낭에서 붓과 종이를 꺼내

시(詩)한 수를 휘갈겨 써 내려갔다.


그리고 다쓴 시를 접어 아이에게
"여봐라 내가 이자리를 뜬 다음

네 선생님이 나오시거든 이 글을 전해 주어라" 한 다음


쉽사리 미련을 떨쳐 버리기라도 한듯

김삿갓은 휙 뒤도 돌아보지 않은체
발길을 옮겨 바람처럼 떠났다.


이무렵 훈장이라는 작자는 안채 아랫목 마누라 허벅지에 누워
낮잠까지 한 숨 늘어지게 자고 난 다음 뒤늦게야 마지못해
글방으로 나아가니 글을 건네받았던 녀석이 훈장 앞으로 다가와


"선생님 아까 거지꼴을 하고 찾아온 손님이

이 글을 써놓고 갔어요" 하며 내밀었다.


훈장은 한 동안 게슴츠레 실눈을 하고 글을 읽어 내려 가는데
갑짜기 얼굴색이 붉어지고 거친 숨소리를 내며

 손끝에 경련이라도 인듯 부들부들 떨면서
"이런 쳐죽일놈이있나" 하면서 노발대발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훈장의 입에서는

앙칼진 욕설이 쉬임없이 튀어 나오는 것이 었다.


내용인즉슨 다음과 같았다.

 


書堂乃早知

 
서당내조지(인데)
 

房中皆尊物

방중개존물(이라)
 


生徒諸未十

생도제미십(이오)
 

先生來不謁

선생내불알(이라)

 


서당은 내가 일찌기 내가 알아 보았는데
방안에 있는 녀석들은 다 잘난척만 하는구나.
학생은 모두 해봐야 열명도 못되고

선생은 나타나 인사도 하지 않는구나.

그러나 위의 시를 음역으로 따라 읽는다면
차마 입에도 담지못할 욕설이기 때문이다.

즉 서당은 내 자지이며 방중은 개좃물이고
생도는 제미씹이며 선생은 내불알이라는 말로

서당과 훈장 생도를 한꺼번에 싸잡아 욕설을 퍼부은 셈이다.


"허 고이언 놈이로다"
훈장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듯 이를 갈며 분개했다.


방랑시인 김삿갓은 발길 닿는데로 가는 곳마다
갖은 조소와 수모 그리고 문전 박대를 받아도

자신의 처지와 세상 인심이 그러려니 하고 대범하려 했으나

김삿갓도 감정을 지닌 사람이기에 참는데도 한계가 있는지라
 
다만, 자신만이 지닌 최대의 장기인

필도를 휘둘러 통쾌한 응징을 하는 수 밖에 없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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