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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50주년 기념행사 <김동배>

조회 수 597 추천 수 0 2018.11.19 19:20:26
졸업 50주년 기념행사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고교 졸업 50주년 기념행사로
우리팀에선 노래‧율동 준비
두 달 넘게 연습하며 즐거운 시간
철없던 시절로 돌아간 듯 유쾌
건강의 중요성 새삼 깨닫기도


지난 10월 말 고등학교 졸업 50주년 기념행사에 다녀왔다. 내가 올해 칠순이니 벌써 그렇게 되었다. 동창회에서는 준비위원회를 만들어 금년 초부터 행사준비를 하였다. 식후 공연은 외부 전문가를 부르지 않고 우리 자체 내에서 개인이나 팀을 만들어 하기로 하였다. 경연대회 식으로 진행하여 1등에게는 상당한 액수의 상을 준다고 하여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참가자 혹은 참가팀 중에는 고등학교 때부터 가무에 능했던 친구들이 나올 거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내가 속한 기독인회에서는 노래 3곡을 준비하였다. 첫 곡은 찬송가 ‘나 같은 죄인 살리신’인데 1절은 영어로 Amazing Grace〜를 부르면서 객석에 있다가 무대 위로 올라갔다. 둘째 곡은 동요 ‘과수원길’인데 동심을 자극하는 식으로 편곡하여 불렀다. 셋째 곡은 영화 <시스터 액트>에 나와 유명해진 ‘Oh, Happy Day’인데 율동과 함께 불렀다. 부인들과 함께 20여명이 두 달 넘게 연습하였는데 가사를 외우기도 어렵고, 특히 율동은 정말 웃기는 모습이었다. 적당히 손을 들고 어깨와 다리를 예쁘게 조금씩 흔들어야 하는데 남자들은 도대체 돌부처를 조금 넘는 수준 밖에는 되지 못했다. 어떻든 열심히 연습한 보람으로 큰 실수 없이 공연을 끝냈고 동창들로부터 큰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그런데 공연의 압권은 교복을 입은 것이었다. 아무래도 노래만 가지고서는 감동을 주는 데 한계가 있을 것 같아 한 친구의 제안으로 고등학교 때 입던 교복을 입기로 했다. 지금은 거의 사라져버린 남녀 교복을 빌려주는 데가 신설동 어딘가에 있었다.

남학생들은 모자를 쓰고 학교 마크는 종이로 복사해서 붙였고, 여학생들은 희고 넓은 칼라가 있는 상의에 스커트를 입었다. 교복을 입은 모습을 보니 얼굴에 주름이 좀 있을 뿐 50년 전 모습 거의 그대로인 것이 어찌나 우습고 재미있는지 우리는 모두 박장대소하면서 동심으로 돌아갔다.

사실 공연보다 연습이 훨씬 더 즐거운 시간이었다. 평소 별 재미없이 지내다가 연습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친구들이 무엇보다 반가웠고, 오랫동안 만나다 보니 이젠 여고 동창생 이상으로 친하게 된 부인들은 노래연습보다 수다 떠는 재미가 더 쏠쏠한 것 같았다. 교회에서 가스펠 그룹을 리드하는 친구 부인이 노래지도를 하였다.

우리 모두는 철없는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깔깔댔고 간단한 화음도 넣어 연습하였는데 노래연습은 그야말로 최고의 힐링이 되었다. 연습이 끝나면 몸과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친구의 소중함과 함께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는 듯한 편안한 느낌도 들었다. 음악이 분명 치유의 효과가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러나 연습이 순탄하게 진행된 것만은 아니었다. 다리에 통증이 있어 중간에 몇 번 나오다 결국 공연에는 나오지 못한 부인도 있었고, 남편의 오랜 투병생활에도 불구하고 빠지지 않고 연습에 참가한 부부도 있었다. 1년 전 남편으로부터 신장이식을 받았는데 연습시간이 너무 좋아 연습에는 거의 빠지지 않았으나 최근 후유증이 심해 당일에 참석은 하지 못하고 집에서 응원만 한 부인도 있었다. 연습이 끝나면 병에서 회복 중에 있는 남편과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회원들과 같이 저녁식사도 못하고 빨리 귀가해야만 하는 부인도 있었다. 우리가 이제 질병과 씨름을 해야 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노래연습을 하는 두어 달 동안 즐거움과 아픔이 교차되는 일이 많았지만, 우리는 동창들에게 영감있는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 노력하였고 우리 자신도 매우 유익한 시간을 갖게 된 것에 만족하였다.

나이를 좀 먹고 보니 인생사가 항상 좋거나 혹은 나쁠 수만은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심리학 임상지도자인 거머(C. Germer)박사는「심리치료에서 지혜와 자비의 역할」이란 책에서, 우리 자신에 대해서 뭔가 좋아하지 않는 점을 발견하게 되면 우리는 불합리하게도 다른 모든 사람은 완벽한데 오직 자신만 그렇게 부족한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우리가 Common Humanity(공통된 인간성)를 인정한다면 우리는 자기연민을 통해 훨씬 편안한 삶을 살 것이라고 갈파하였다. 어차피 우리 모두는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는 제한성을 가진 인간일 뿐이다!

동창회 총무는 기념행사 경과보고를 하면서 동창 480명 중 57명이 벌써 유명을 달리했다는 얘기를 했다. 행사를 끝내고 나오면서 나는 몇 몇 친구들에게 ‘졸업 60주년 기념행사’ 때 또 만나자고 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이제부터는 정말 건강을 제일로 생각해야 하겠다.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출처 : 백세시대(http://www.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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