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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할배

조회 수 1013 추천 수 0 2015.04.01 13:12:55

원래 난 식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집은 화초를 키우지 않았고 간혹 화초를 선물 받아 본의 아니게 집안에 들여놓은 경우에도 키우는 방법도 모르고  정성도 부족해서인지 잘 자라지 않고 얼마 안 가서 비실비실 죽어 버리기 십상이었다.


동물들 처럼 감정의 교류를 통해 희로애락의 정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아니라서 사랑과 애정 따윈 애시당초 없었지만 그래도 기왕지사 주어진 것, 까칠해진 모습은 보기싫어 분갈이도 해주고 영양제도 뿌려주고 해 보았지만 별로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집안의 몇 차례에 걸친 경조사를 거치면서 꽃이 만발한 서양란 화분 2개가 새로운 식구로서 등장하게 된 것이다. 꽃가게에서 싱싱하게 키운 터라 송이송이가 크고 우람하여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기존에 있는 다른 화초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강인한 생명력까지도 느끼게 해 주었다.

꽃의 활짝 웃는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니 옛 기억이 새롭다.


15년전, 수술로 입원해 있을 때 병문안 왔던 친구가 활짝 핀 탐스럽고 아름다운 서양란을 들고 왔다 .그 때는 대수술과 금식으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고통스런 상태였으며 살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육체적 치료는 의사에게 맡긴다 해도 정신적으로는 본인 스스로 극복해 나가야만하는 어려운 시기였다.


그런 상황에서 그 꽃의 생기 발랄한 자태는 그야말로 회생의 희망을 싹트게 했으며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불러 일으켜 주었다.

언젠가 저 꽃이 시들면 나의 삶도 함께 시들 것만 같아 열심히 그리고 정성스레 돌보았다.

그 덕분인지 활짝 핀 얼굴은 약 2달간이나 웃음꽃을 선사했고 한 번 지고 난 다음 다시 꽃 피우기가 쉽지 않다고들 하던데 그 후 2년 동안 계속 반복하여 꽃을 피우는 행운의 이변(?)을 보여 준 것이다.


지금 키우고 있는 서양란 하나는 3년전 딸 혼사 때,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2년 전 모친상때 받은 것인데 이 또한 15 년전의 경험을 되살려 나름대로 정성껏 돌봐 왔지만 3년 짜리는 작년에 꽃대 하나에서 2송이 정도가 피더니 이내 시들어 버렸고 2년 짜리는 금년 초까지 아무 조짐도 없어 꽃이 다시 피리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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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올해 2월 처음으로 2년 짜리 꽃대에서 탐스런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하면서 여기저기 주렁주렁 매달려 있던 꽃망울들이 경쟁적으로 폭죽의 향연을 터트리는 장관을 연출해 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기대도 안했던 3년 짜리도 작년의 부진을 깨끗이 만회하고 새롭게 태어난 것 처럼 폭죽의 향연에 적극 동참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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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수줍게 얼굴을 드러낸 새로운 놈과 아침 인사를 나누는 것이 이리도 기쁜 하루의 서막이 될 줄이야....


누가 식물과는 감정을 교감 할 수 없다고 했던가 ?

비록 감정 표현은 할수 없다지만 식물도 사랑을 교감하고 사랑에 반응하는 유정물인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분명 식물도 사랑을 받으면 행복으로 보답해  주고 있는 것이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꽃샘 추위의 시샘도 한풀 꺽였다.

남녁으로부터 봄의 화신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북상할 채비를 갖춘다.                                

버들가지에 물이 오르고 파릇파릇                                                  

새싹이 움트기 시작하면 봄의 전령은 여기저기 꽃망울 터뜨리는 소리로 봄을 알린다.


특히 올 봄의 전령은 우리집 속 깊숙한 곳까지 찾아와 행복의 전도사로서 꽃망울 하나하나에 행복을 주렁주렁 매달아 주고 있다.


나도 이젠 조그만  꽃 한송이에서도 행복의 의미를 찾아 볼 수 있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할배는 못 될지라도 꽃처럼 누구에게나 기쁨과 행복을 선사해 줄 수있는 그런 할배로서의 삶을  살고 싶은 건 아마도 나이 탓일까?  ....?  


"꽃보다 할배" !!

그래서 요즘 한창 유행하는 말이 되었나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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