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총동창회 지부동호회 주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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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 happy! Power Social Worker

 

아래 글은 서울고 동창회보 2012년 여름호에 게재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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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 서문)

그가 만 60세가 되는 해 철인 경기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57세 때의 일이다.

고교 동창과 인생 3막을 논하다가 즉흥적으로 의기투합 했다고 한다. 철인 경기, 정확히는 트라이애슬론이다.

바다 수영 1.5㎞, 자전거 40㎞, 마라톤 10㎞를 달리는 이 경기는 3시간 20분 이내에 완주해야 철인 자격을 받을 수 있다.

나이가 들어 새로운 운동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젊은 사람도 힘들다는 철인 경기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그는 해냈다. 환갑에 첫 출전한 2009년 인천 왕산해수욕장대회에서 그는 2시간 44분 만에 결승점에 도착했다.

처녀 출전인데도 합격 기준에서 30분 이상 앞당긴 기록이었다.

 

그는 위암을 극복했고 직장인으로도 성공한 분이라고 했다.

동문회보 편집위원회로부터 취재배정을 받고 난 뒤부터 어떤 분인지 궁금증이 피어 올랐다.

동우화인켐 부회장 문희철(20회) 동문. 서울 강남구 삼성동 동우화인켐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나이가 무색하게

단단한 몸매가 인상적이었다. 그가 아이패드에서 보여준 철인 경기 대회 사진은 더 놀라웠다.

전신의 근육이 어느 한 곳 빠짐없이 불끈 솟아있고, 특히 오른쪽 허벅지 뒤 근육은 마치 모래주머니를 둘러찬 것처럼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그의 손에 이끌려 만진 복부는 빨래판 같이 단단하고 울퉁불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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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철인 경기에 참가한 배경부터 물었다. “고교동창 문수동 군과 60세 이후 인생을 어떻게 살까 얘기하다가

79세 나이로 철인경기 챔피언이 된 할아버지의 사진이 담긴 신문 광고를 우연히 보게 됐어요.

그러다 ‘그래, 만 60세가 되는 해 철인 경기에 도전하자’ 이렇게 된 거지.” 3가지 종목 중 달리기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문 동문은 서울공대 재학시절 매년 학내 마라톤대회에 나가 늘 수위를 차지했고, 4학년 때는 ‘2등이 안 보일 정도’의 격차로

1등을 한 적이 있다. 지금도 10㎞를 43분에 주파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2,000명이 넘는 전 직원 중 1등이었다
자전거도 좀 연습하면 어려움이 없을 거 같았다. 문제는 수영이었다. 문 동문의 수영 실력은 왕초보 수준이었다.

그 뒤로 그는 회사 근처 수영장에 등록해 매일 새벽 수영 배우기에 끈질기게 도전하였다.

바다에서 웨트슈트(wet suit)를 입고 파도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실력이 될 때까지.


수영이야 그렇다 치고, 그는 한마디로 팔방미인이었다.

스노우보드·웨이크보드·윈드서핑·테니스·탁구·골프·프리스비(원반던지기)·싱어롱 기타·저글링·스포츠댄스 등 취미와

특기가 20가지가 넘는다. 지금도 한 손으로 팔굽혀펴기를 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턱걸이를 하면 배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또 영어·일어·중국어·스페인어·불어 등 5개 국어를 구사한다. 도대체 그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회사 다니면서 언제 그 많은 걸 배웠을까. 의문이 절로 든다.

 

그가 처음부터 만능 스포츠맨이자 다방면에 적극적인 모험가였던 것은 아니다.

서울중학교 재학 때만 해도 내성적인 성격에 체력도 보잘 게 없었던 전형적인 모범생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부친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가세가 갈수록 기울어진 것도 내성적인 성격의 한 원인이 됐다.

고등학교 때는 앨범 살 돈마저 없었다고 한다. 그런 그의 인생에 결정적 반전은 고교 입시 낙방에서 찾아온다.

 

그는 서울고 20회로 입학했지만, 한번 재수하는 바람에 나이는 19회와 같다.

충격적인 낙방 이후 방황하던 그는 주위의 권유로 강북 월계동에 있는 인덕실업고등학교 1회생으로 입학했다.

인덕실업고는 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신여성 박인덕 여사가 1964년 세운 학교다. “3차 학교이다 보니, 전국에서

별의별 놈들이 다 모였지. 학생수는 고작 30여명이었고. 거기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어요. 삽질에 뗏장 떼기는 물론이고

뱀 나오는 산에서 일하다 보니 깡다구가 생기더라구. 운동도 거기서 배우기 시작했고.” 그렇게 온실 속 화초로 컸던

그는 산으로 들로 다니며 호연지기를 길렀다. 기타를 배운 것도, 담배를 물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다.

 

그런 그에게 변화가 찾아온 것은 그해 9월 어느 날이었다. 수업 시간 선생님이 각자 꿈에 대한 발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점점 자기 차례가 돌아오는 동안 그는 수없이 되물었다. “내 꿈은 뭐지?” 결론은 나는 꿈이 없더라는 거였다. 그때 마침 창문 너머

상계동에 있는 서울공대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맞아, 바로 저거야! 난 수학을 좋아하니 서울공대가 내 꿈인거야!’는 생각도

불현듯 떠올랐다. 하지만 선생님은 서울공대에 가겠다는 그의 꿈을 ‘별 미친 놈 다 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비웃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다짐했다. ‘두고 봐라, 내가 꼭 서울공대에 가고 말테니’.


서울고 입시까지는 3달 밖에 남지 않았지만, 목표를 세우자 그는 미친 듯 도서관으로 달려갔고 기어코 뜻을 이루었다.

그는 “그 뒤로는 목표만 세우면 달성 못할 게 없다는 인생철학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입사할 무렵인 1974년 이후

지금까지 새벽 6시면 어김없이 체육관을 찾는다. 1시간 동안 헬스 운동을 하고 아침 7시30분부터 8시30분까지는 어학공부를

하거나 조찬모임에 참석하는 생활 패턴을 지금까지 이어왔다. 헬스 외에 추가로 운동 하나를 더 배우려면 5시40분에

나갔을 정도로 운동 시간을 엄격히 지켰다. “지금 사는 아파트에서 전날 밤 가장 늦게 귀가했다가

다음날 아침 제일 먼저 나오는 사람이 저일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LG전선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2년 만에 대우로 옮겨 대우중공업을 거쳐 ㈜대우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고 오리온전기에서 임원을 지냈다. 주로 해외 주재원 생활을 하면서 80, 90년대 수출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2003년 지금의 동우화인켐으로 옮겨 부사장, 사장을 역임했다.  그 사이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1년 오리온전기 해외 공장인 DOSA(프랑스) 사장 시절 출장차 한국에 들어왔다가 무심코 받은 종합검진에서

암이 발견됐을 때가 그렇다. 비교적 초기에 발견돼 긴 투병생활을 한 것은 아니지만,

수술 후 출혈로 재수술을 받으면서 생사의 기로에 서기도 했다. 그는 “운이 좋았다”는 말을 연신 했다.

 

그가 최근 쓴 강연자료에는 인생을 스포츠에 비유해 ‘3막 + 1막’으로 풀어 설명하는 대목이 나온다.

0~25세는 훈련기간, 26~50세는 전반전, 51~75세는 후반전이고, 76세부터는 연장전이라는 것이다.

그의 분류대로라면 그는 현재 인생의 후반전을 열심히 뛰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그의 도전은 지금도 끝이 안 보인다.

올해 목표는 중국어를 중국에 2년 주재한 사람 수준으로 익히고, 악보를 안 보고 100곡 정도를 기타 치며 노래하기이다.

더구나 60대에도 식스팩을 자랑하는 명품 체력을 감안하면, 문 동문의 ‘거침없이 하이킥’은

아마도 인생의 연장전까지 계속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문희철.jpg

 

● 주요 학력 및 경력

1972 2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금속공학과 졸업
1974∼1976 LG전선
1976∼1977 대우중공업
1977∼1994 ㈜대우
1979∼1983 ㈜대우 NY
1986∼1990 ㈜대우 Miami 지사장
1990∼1994 ㈜대우 정보통신기기 수출 부장
1994∼1999 오리온전기 영업부문 담당 상무
1999∼2002 DOSA(프랑스) 사장
2003∼2005 동우화인켐㈜ 부사장
2005∼2010 동우화인켐㈜ 사장
2008∼현 일본 스미토모화학㈜ 집행임원(이사) 겸임
2010∼현 동우화인켐㈜ 부회장
● 수상
2006 11. 30 무역의 날 철탑산업훈장

● 대외 직책
2006∼현 한국Responsible Care 협의회 부회장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비상임 이사
           한국화학산업협회 감사
2007∼현 한국정밀화학공업진흥회 부회장
2008∼현 SEMICON KOREA 자문위원


 


어기

2012.06.20 16:25:36
*.10.31.249

희처리를 첨 본 것은 인천에 있던 대우중공업에서였다.

당시 나는 대우실업 기조실에 근무하는지라 중공업 수출용 브로슈어 제작으로 사장을 만나러 갔었는데,

희처리는 헬멧과 방한복, 빨간색 작업화를 신고 삼실도 아닌 찬바람 날리는

한 데에서 일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후 그는 엔지니어 출신 세일즈맨이 되어 대우의 세계 전선을 넘나든 수출의 역군이 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 찾아온 건강의 적신호, 그러나 이를 넘어서고 철인 3종 경기를 도전하였으며 아직까지

현역으로 건재하고 있다. 인간의 정신력은 한계가 없다는 말이 생각나게 한다.

 

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동기인가?

희처리는 칭구들에게 술과 밥을 항상 마니 사도록 해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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