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총동창회 지부동호회 주소록

logo

fun! happy! Power Social Worker

시인의 품격(치마 / 문정희 vs 팬티 / 임보)

조회 수 59400 추천 수 0 2013.10.29 20:34:01

치마 / 문정희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있다

가만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 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궁금하여

남자들은 평생 신전의 주위를 맴도는 관광객이다

굳이 아니라면 신의 후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자꾸 족보를 확인하고

후계자를 만들려고 애를 쓴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다

여자들이 감춘 바다가 있을지도 모른다

참혹하게 아름다운 갯벌이 있고

꿈꾸는 조개들이 살고 있는 바다

한 번 들어가면 영원히 죽는

허무한 동굴?

놀라운 것은

그 힘은 벗었을 때 더욱 눈부시다는 것이다 

   

 

 

문정희(文貞姬, 1947 5월 25일 ~ ) 시인은 전라남도 보성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서울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9년에 《월간문학》신인상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다.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문정희 시집》, 《새떼》, 《찔레》, 《하늘보다 먼 곳에 매인 그네》, 수필집 《지상에 머무는 동안》 등을 출간했다. 2007년 현재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겸임 교수로 재직 중이다.

 

팬티 / 임보

 

 

 

- 문정희의「치마」를 읽다가 

 

그렇구나.

 

여자들의 치마 속에 감춰진

대리석 기둥의 그 은밀한 신전.

남자들은 황홀한 밀교의 광신들처럼

그 주변을 맴돌며 한평생 참배의 기회를 엿본다

 

여자들이 가꾸는 풍요한 갯벌의 궁전,

그 남성 금지구역에 함부로 들어갔다가 붙들리면

옷이 다 벗겨진 채 무릎이 꿇려

천 번의 경배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런 곤욕이 무슨 소용이리

때가 되면 목숨을 걸고 모천으로 기어오르는 연어들처럼

남자들도 그들이 태어났던 모천의 성지를 찾아

때가 되면 밤마다 깃발을 세우고 순교를 꿈꾼다

 

그러나, 여자들이여. 상상해 보라

참배객이 끊긴.

닫힌 신전의 문은 얼마나 적막한가!

 

그 깊고도 오묘한 문을 여는

신비의 열쇠를 남자들이 지녔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보라.

그 소중한 열쇠를 혹 잃어버릴까 봐

단단히 감싸고 있는 저 탱탱한

남자들의 팬티를! 

 



 

임보 시인(1940년 6월 19일)은 한국문단의 원로시인이자 국문학자이다.

본명은 강홍기 姜洪基이며 1962년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그해《현대문학》으로 등단하였다.

논저로 『현대시 운율 구조론』『엄살의 시학』『미지의 한 젊은 시인에게』등이 있다.

충북대 교수를 역임하였으며 카페〈자연과 시의 이웃들〉을 운영하고 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공지 김동석교수님(은사) 문상관련 감사의 글 <막내아들 김주환> 집행부 2021-12-16 921
203 양재 시민의 숲 file 양덕용 2014-02-22 13358
202 告 變 차성만 2014-02-20 13383
201 The River of No Return 을 읽고 .....최문식 [1] 집행부 2014-02-04 33480
200 ' The Rever of No Return " -이종찬- [3] 집행부 2014-02-03 19313
199 신년기독모임 요약 정병모 2014-02-01 20500
198 새해 인사 --- 김 웅배 file 김 종국 2014-02-01 22109
197 남한산성 file 양덕용 2014-01-07 29741
196 저무는 계사년 마지막 해를 맞으러 율동공원에 file 양덕용 2013-12-31 29270
195 나누고 싶은 음식과 건강이야기(암투병기) 양지원 2013-12-23 28105
194 장내리 장터 2 [4] 차성만 2013-12-02 29143
193 장내리 장터 file 차성만 2013-12-02 26023
192 기독인 모임 송년회 12월9일 (연대 음대 합창단 공연 감상) 전명욱 2013-11-27 27723
191 등촌9일일호프에 참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file 김춘상 2013-11-18 30245
190 감사합니다. 김원하 2013-11-06 28442
189 기독인 모임 요약 [1] 전명욱 2013-11-05 28206
» 시인의 품격(치마 / 문정희 vs 팬티 / 임보) 집행부 2013-10-29 59400
187 사랑하는 병식아! [2] 김상경 2013-10-14 27300
186 고 김병식 동기의 명복을 빕니다 양덕용 2013-10-12 29081
185 감사합니다 <유지홍> 집행부 2013-10-10 29170
184 감사드립니다(전명욱) 전명욱 2013-10-07 290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