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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김원명

조회 수 2328 추천 수 0 2010.10.19 08:18:03
도시락
등록자 조회수 2382 등록일 2008.03.21

도시락

한국 남자들은 밥에 목숨을 건다. 라고 해도 부인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아침밥
먹고 나오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고 이른 아침에 전 가족이 모여 식사하
며 가장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들도 많다. 나도 몇 년 전까지는 아침이 없으면 월급도
없다. 를 주장하던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아침 6시 30분에 집을 나서는데 아침 먹기도
그렇고 바나나, 주스와 두유로 대체했더니 오전에 속도 편하고 다이어트 도 하고 1석
2조다. 요즈음은 외국 출장 중에 공짜라고 아침을 먹어보니 그리 편치 않은 것을 보
면 다 습관 드리기 마련인가 보다. 아침을 통째로 굶는 것은 성인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정신 노동자의 경우에는 두뇌 활동에 장애를 준다고 하니 아침의 중요성은 재 강
조해도 무리가 없다.

점심은 마음에 점을 찍는 것이다 라는 말이 있고 아주 오래 전 원시시절에는 사람도
두 끼 식사를 했다는데 언제부터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야 하는 지 모르겠다. 삼삼오
오 모여 도시락과 반찬을 꺼내 놓고 식사 준비를 하는 여직원들 보고 젓가락 하나 더
놓자는 말이 굴뚝 같은데 용기가 없다. 아니 벼룩이 간을 내 먹지 어디다 대들어 하는
심정에서 엘리베이터로 향하지만 오늘은 무얼 먹어야 해?

다양한 식당은 의사결정에 혼란만 줄 뿐이고 늘어선 줄을 바라보면 조급증과 갑갑증
을 부채질한다. 발길이 닿거나 빈 자리를 찾아 들어가면 종업원은 강압적으로 빠른 주
문을 요구하며 천천히 생각하면 마치 쫓아 낼 듯한 분위기에서 메뉴를 보니 마음이 편
할 리 없다. 점심에 친절하게 잘 하면 저녁에도 손님이 많이 몰릴 텐데 하고 속으로만
불평을 한다. .

매일 전투적으로 먹어야 하는 점심 대신 사랑의 도시락이 생각나곤 한다. 신혼 초에 2
년간은 도시락을 지참하고 출근을 했다. 당시 대식가였던 나는 점심에 밥 두 그릇은
기본인데 주머니 사정과 주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 같이 간 사람들하고 공평 분
할을 하니 내가 더 먹었다고 돈을 더 낼 수도 없는 분위기고 참자니 배 고프고 진퇴양
난이었다.

큰 도시락에 밥만 담고 그 위에 Egg Fry를 하나 얹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매
일 다른 반찬으로 교체해주는 정성을 보고 당시 상사는 사랑의 도시락이라고 명명을
해주었다. 내가 외출 중에 한번 과장님에게 시식을 허락했더니 점심 전에 나를 꼭 출
장을 내보내려 하거나 아예 돈을 주며 밖에 나가 사 먹으라 하며 내 도시락에 눈독을
드리곤 했다. 가방에 넣은 빈 도시락이 길을 걷다 보면 소리가 나기 마련인데 창피함
보다는 감사함과 뿌듯한 기분으로 집으로 향하곤 했다. 무릎 수술 후 미국 San Diego
에서 재활 훈련을 위해 큰애와 함께 하던 시절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은 내 몫이었다.
외국인들과 함께 생활하니 밥에 김치를 싸줄 수도 없고 해서 Salad와 과일을 중심으
로 준비를 해주었다. 빈 그릇을 받아 들고 다음 날 메뉴를 구상했었다.

“점심을 거르는 종업원” 이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지만 70년대 초를 회상케 하는 아르
헨티나의 현실이었다. 양 보다는 질 더 나아가 즐기는 점심으로 바뀌었지만 도시락은
세월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즐겁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도
시락을 즐기는 여직원에게 권하는 말은 식사 전에 꼭 물 한잔 마시기와 식사 후 걷기
운동을 권고한다. 옛날 양반들도 식사 후에는 꼭 마당을 세 번은 돌았단다.

점심사건은 우리로부터 어느 누구도 빼앗아 가지 못하는 매우 중요한 시간인데 그저
배를 채우는 것에만 치우치기에는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메뉴를 고르는 것도 즐
거움으로 하고 식전에 Mouth Watering을 하면 소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식사 후에 물
을 마시면 분비된 소화액을 희석시켜 좋지 않다는 이론도 다시 한번 새겨 보자.

나만의 소중한 점심시간을 기획하고 오늘의 점심을 계획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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