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일 안보 라인에 대해 ‘원포인트’ 인선을
했다. 북한의 도발 위협과 급변하는 한반도 주변 안보 지형을 감안한다면 안보 공백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일본이 대북제재 해제를
약속하며 북한과 손을 잡으면서 한미일 북핵 공조가 무너지는 상황도 심각하게 본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선택한 신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었다.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이 물러난 지 열흘 만에 가장 안전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으로 외교안보 분야의 컨트롤타워다. 박 대통령은 이미 손발을 맞춰 본 김
신임 실장을 사실상 ‘승진’ 이동시킴으로써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방점을 뒀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김 실장은) NSC,
외교안보장관회의 (기존) 구성원으로 안보와 외교, 통일 분야 정책 결정에 참여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실장 직무를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신임 실장은 김 전 실장보다 더 강경한 대북 원칙론자로 통한다. 김 실장은 국방부 장관 시절 “북한
도발 시 원점과 지원세력까지 단호히 타격하겠다”며 북한 권부 핵심을 겨냥했다. 박근혜 정부의 향후 대북 정책이 ‘1기 김장수 체제’를 원칙적으로
계승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 신임 실장의 강성 스타일을 감안하면 ‘통일대박론’과 ‘드레스덴 선언’ 등 대북 유화정책이 당분간
표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올해 2월 남북 고위급 회담 통로로 국가안보실을 지목했으나 김 실장 임명 뒤 대화의 문을 더 굳게 닫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는 한민구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합참 의장을 맡았던 만큼 북한이 다시 도발에 나선다면 누구보다 단호히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이 안보 라인의 투톱
임명을 통해 북한에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자 했는지 그 의도가 명확한 셈이다.
▼ “北도발억지력 강화-드레스덴 통일구상 ‘투트랙
전략’ 펼듯” ▼
하지만 여권에서는 김 실장이나 한 후보자 인선을 곧바로 대북 강경모드로 해석하는 데 대한
반론도 많다. 정부 관계자는 “6·4지방선거 이후 드레스덴 대북 제안의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 통일준비위원회 출범이나 남북대화 재개를 추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접촉을 통한 북한 변화’는 박 대통령의 확고한 신념이기 때문에 안보 라인의 연속성을 추구하는 것과 ‘통일대박론’은 별개의
사안이라는 얘기다. 김 실장은 북한의 도발 위협을 차단하고, 박 대통령은 통일준비위 등을 통해 대북 접촉을 넓히는 ‘투트랙 전략’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이후 무난한 인사들을 발탁함으로써 리스크를 최소화한 점도 눈에 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한 후보자는 이미 이명박 정부 시절 합참 의장 임명 때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한 경험이 있다. 야당에서는 한
후보자에 대해 “할아버지가 독립군 출신인 점은 평가할 만한 일”이라며 “과거 인사청문회 때도 그다지 큰 흠결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지역
안배에도 신경을 썼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실장은 호남(전북 전주) 출신이고, 한 후보자는 충청(충북 청원) 출신이다. 국가 고위층에 PK(부산
경남) 출신 인사가 지나치게 많다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北도발땐 굴복때까지 응징”… ‘레이저 金’ 별명의 武人
[안보 컨트롤타워 개편]
김관진 신임 국가안보실장
새로운 ‘안보 투톱’ 대통령국가안보실장에 지명된 김관진 국방부 장관(왼쪽)과 김 장관의 후임으로 내정된 한민구 전 합참의장이 2011년 10월 당시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연병장에서 열린 합참의장 이·취임식에 참석해 함께 경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가가 부르면 나가고, 관두라면 물러나면 되지 뭘
고민하겠나.”
1일 대통령국가안보실장에 발탁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은 최근 아시아안보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로 출국하기 전 지인들에게
이렇게 밝혔다. 국가안보실장과 국가정보원장 기용설을 둘러싼 세간의 억측에 개의치 않는다는 의사를 특유의 짧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밝힌 것이다.
그는 “(청와대에서) 뭘 맡으라고 얘기 들은 바도 없고, 고사한 바도 없다. 지금 내가 맡은 책무를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가 ‘국가안보의 컨트롤타워’에 기용된 데는 이처럼 사심 없이 맡은 임무에 전념하는 무인(武人)의 자세 때문이라고 군
안팎에선 보고 있다. 김 신임 실장은 △역대 국방장관 중 네 번째 장수 장관 △1987년 민주화 이후로는 최장수 국방장관 △새 정부 출범 후
유임된 첫 국방장관이라는 화려한 기록을 세우고, ‘안보 사령탑’으로 영전하게 됐다.
‘김관진’ 하면 가장 먼저 ‘강력한 대북
억지력’이 떠오른다는 데 이견이 없다.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인 2010년 12월 국방장관에 취임한 그는 ‘적이 도발하면 원점과
지원·지휘세력까지 격멸하라’ ‘북이 도발하면 굴복할 때까지 응징하겠다’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강렬한 눈빛과 단호한 말투로 대북
응징의지를 강조하는 그에게는 ‘호상(虎相)의 지휘관’ ‘레이저 김’이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그는 역대 국방 수장 가운데 국민
인지도가 가장 높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공식·비공식 행사차 외부에 나가면 그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는 시민이 적지 않다. 군 관계자는
“대중식당을 가면 김 장관에게 손님들의 사진촬영 요청이 쇄도하곤 했다”고 전했다. 인터넷에서도 결기 어린 표정의 이른바 ‘김관진 카리스마’가
인기를 끌었다.
김 신임 실장이 부정부패나 비리 같은 개인적 흠결이 없다는 점도 발탁 배경으로 꼽힌다. 그는 국방부 장관 청문회
당시 여야 의원들로부터 ‘금전적으로도, 처세 차원에서도 문제가 없고 묵묵히 군인의 길을 걸어온 인물’이라는 공통된 평가를 받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가 각종 의혹으로 낙마하자 곧바로 유임된 것도 그의 도덕성과 청렴성이 인정받은 결과이다.
군 일각에선 김 신임 실장이 대북 억지력 제고에는 기여했지만 ‘작지만 강한 군대’를 건설하기
위한 국방개혁에는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령권(軍令權·작전과 정보 등)과 군정권(軍政權·인사와 군수 등)의 통합을 뼈대로 한
상부지휘구조 개편 작업을 추진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또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의 경질을 계기로 군내 인사 잡음이 나왔다. 북한 무인기
사태와 국군사이버사령부의 정치 댓글 의혹 사건 등에 대한 미흡한 대처도 오점으로 꼽힌다.
△전북 전주(65) △서울고 △육사 28기
△35사단장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 △2군단장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3군사령관 △합참의장 △국방부 장관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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