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치득치득 내리던 지난주 토요일, 자그마한 구릉, 구비진 길을 돌아 돌아 "29호 장훈선댁이요~~" 라고 큰소리로 외친후에야 열린 차단기를 지나, 조금 들어간 산비 탈 낮으막한 곳에 그림같은 하얀 2층집이 보였다. 차를돌려 세우고 첫발길 넣은곳, 고운 보라색 "무수까리"가 앙징맞게 그 작은 고개를 치들고있는 정원의 생김새부터가 예사롭지 않더니만, 음악소리가 그 정원을 한 가득 메운다. 음악의 근원지를 찾던 일행은 낮으막한 돌탑위로 가느리게 물을 뒤 집어쓰고 흘러내리는 자그마한 분수안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았고, 그 속살속에 숨겨둔 2개의 자그마한 스피커를 찾아내곤 탄성을 질렀다. 그러나, 현관문을 열고 해맑은(나이에 비해 너무 찬사가 짙은 생각은 들지만~) 미소 로 반갑게 일행을 맞이해준 어느여인에 비하면 앞서의 그 탄성은 그저 시작뿐이었다.
날이 궂어 거실에 들인 하얀 탁상보가 깔린 식탁에 앉아, 가지고간 시바스 리갈 (왜 이 술만 보면 박정희가 생각나는지..)을 한순배씩 돌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식탁에 올라 온 정말이지 정갈하면서도 맛갈스러운 요리들이 일어날때까지 친구들 입안을 즐겁 고 놀랍게 하였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접시에 담아져 나오는 누룽지탕부터, 닭가슴살야채볶음, 간장닭도리탕, 손수 쑤었다는 도토리묵무침, 길가에서 고운손으 로 직접 캐서 버무린 쑥백설기, 감칠맛 나는 오징어볶음, (그외 몇가지 요리가 더있었 는데, 필자는 머리가 나빠 잊었다), 그리고 논네는 밥심이라고 된장국에 김치를 곁들 인 공기밥으로 마무리....중간 중간 자리에 앉아 어른들(우리보다 6학년이나 밑인 그 여인이기에 부득이하게 이리 표현하는점에 양해를 구한다)에게 말도움주면서 맥주 를 마시던 그 여인의 음식솜씨는 당장 음식점을 개업해도 문제없다고 일행들이 모두 동의해 주었다.
후식으로 나온 참외는 왜 그리 맛있었는지.....거기다가 43만원짜리 커피가 담겨있던 봉투를 보여주면서(봉투만), "이게 그커피는 아니지만, 쉽게 접하지 못하는 인도네시 아 커피야".....라고 뻥치는 집주인을 지긋이 바라보는 그 여인의 눈길, 사랑이 꽃피는 (?) 집에서 그렇게 마수회의 모임은 막을 내렸다.
이제막 "밥짓는물" 보는 법을 배웠다는 김경식동문의 말에 "우와, 능력있었네~~, 나 는 수제비 반죽은 묽어야하고, 칼국수 반죽은 되야 하는것 까지 아는 경지까지 왔는 데....아니다, 반죽을 떼어 넣기 전에 냉장고에서 두어시간 반죽을 숙성시키면 쫄깃해 진다는것 까지 아는 경지에 왔는데...." 등등 모임에서 오간 많은 대화들은 이번 차회 에는 그냥 가슴에 묻는다... 그 여인의 향내음이 너무 짙었던 모임이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