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그 이야기,
21세기에 술이 새롭게 발명된다면 당연히 마약이나 향정신성약물과 같이 습관성으로 취급되었을 것이다. 동아제약의 박카스는 원래 그리스 술의 신 이름을 잠시 빌려다 쓰 는 것뿐이고 호머의 오디세이에서 유리씨즈는 포도주를 만들어 신을 잠자게 만들고 탈출을 감행한다. 술은 인류의 시작과 더불어 함께 했으며 역사의 현장에 빠지지 않 고 등장하며 요인의 암살 전에는 대부분 술로서 주의력을 산만하게 하고 거사를 했 다. 우리나라 역사의 현장에도 시바스와 리갈이 함께 등장하지 않았던가. 잘 먹으면 보약이요 그렇지 않으면 독이다라는 말을 실감케 하듯이 술을 슬기롭게 먹는 이들 보 다는 노예화된 이들이 많은 것이 세상사가 아닌가 생각한다. 술 익는 마을, 구름 가듯 이 가는 나그네와 같은 시적인 표현이 있는가 하면 미국 영화에서 가끔 본 금주령, Moon light worker(밀주업자)와 마피아를 연상케 하고 한국에서는 옛날에는 술 도가 가 부의 상징이 되기도 했고 양조장 집 따님이 선망의 대상이었다.
술이 없었다면 또한 술을 먹지 못한다면 참으로 끔찍하고 차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만약에 내가 그랬었다면 나는 이미 우울증이나 염세증에 걸려 정신신경과 신세를 면 치 못했을 것이다. 힘이 들어서, 괴롭거나 외로워서 또한 슬퍼서 한잔 그리고 즐거워 서 한잔 등 술을 먹어야 하는 이유도 참 다양하다. 시조 “먹세 그녀, 먹세 그녀, 또 한 잔 먹세 그녀 꽃 꺽고 산 놓아 무진무진 먹세 그녀”를 읊어가며 친구들과 유유자적 하 거나 왕자의 첫사랑에 나오는 Drink! Drink! 는 맥주 맛을 배로 증감시키기에 충분하며 “What a wonderful world!”를 들으며 마시는 Bourbon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나는 술을 참 좋아하고 즐겨 마시면서도 이렇다 할 실수를 하지 않는 것으로 자부를 하지만 총각 때 하도 실수를 많이 저질러 이렇게 자제력을 확보하게 된지도 모르겠 다. 우리 마늘님도 가끔은 잔소리 삼아 금주 보다는 절주를 강요하곤 하지만 연애와 결혼을 통 털어 35년 이상을 함께 하면서 내가 술 먹고 나서 주정을 하거나 실수한 것 을 본 적이 없다고 인정은 한다. 하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한 번은 엄청 난 사고를 쳤다. 아침에 일어나려는 순간 거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듣고 달려 가보 니 아파트 화장실의 욕조가 깨져있었다. 물론 저지른 사람은 나였고 전 날 화장실에 서 간이 세면을 마치고 돌아서려는 순간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발로 욕조 옆구리를 찬 것이다. 어렸을 때 유도를 연마한 덕분에 경황 중에도 측방낙법으로 넘어지면서 머리 를 보호하고 털 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그 것도 타일 위에서. 만약에 욕조가 깨지지 않 았다면 내 몸이 깨졌을 것은 자명한데 이런 걸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음식과 술로 내기하는 것만큼 바보는 없다지만 가끔 우리는 이러한 시험에 들곤 한 다. 저녁 늦게까지 술을 퍼 먹이고 다음 날 늦게 출근하는 직원을 야단치는 고약한 상 사(내가 이런 부류임)에서부터 회식 자리에서 돌아가는 술이나 폭탄주로 Knock-out 을 시키고 이를 즐거워하는 사람들로부터 완전한 해방은 없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연 월차 휴가가 자유롭지 못하던 때 신입사원 시절을 보냈던 나는 소주 한 병에 2차로 맥 주 한 병을 먹으면 예비군 소집에 응해야만 했다. 그 때는 그 것이 가장 합리적인 변명 이었으니까 자주 써 먹었고 나의 선배인 동시에 상사는 또한 눈감아 주었었다.
고급 간부가 되면서부터는 사명감도 있지만 신입사원 때와 같은 만용을 부릴 수는 더 더욱 없었다. 아침 Tennis를 10여 년 하다 보니 무 지각 무 결근의 대 기록을 세웠지 만 그 고초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매일 아침 6시 전에 집을 나서야 했고 술이 덜 깨 음주운전은 다반사요 음주 브리핑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이 했다. 가장 극심했던 것은 숙취가 다음날 저녁까지 지속되는데도 불구하고 연이어 술 상무를 해야 했으니 말이 다. 원인 규명을 해보면 술을 섞어 먹는 것이 그 원인 중 으뜸이요 주량을 지나치는 것 이 그 다음으로 사료되는데 가장 피해야 할 것은 소주를 먹고 나서 입가심으로 맥주 를 마시는 것이며 이는 실수나 사고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가수들도 노래 말 따라 인 생을 살다 간다고 하지만 내 주변의 한 사람도 소주 마신 후에는 항상 맥주로 입가심 을 하면서 “내 마음 별과 같이”를 즐겨 부르더니 어느 날 2차로 마신 맥주 때문에 교통 사고가 났고 그는 마음에 늘 같이하던 별나라로 갔다.
나는 술을 즐기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 술에 대한 철저한 이론적인 무장과 전략적 으로 마시고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데 오늘은 그 근간을 이루는 이론을 소개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소주를 마신 후에 맥주로 입가심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매우 간 단하다. 맥주 후에 소주를 마시면 전혀 취하지 않지만 거꾸로 하면 취하는 것은 황산 을 물에 붙는 것과 물을 황산에 붓는 것과는 다를 바가 전혀 없다. 황산에 물을 부을 때의 화학적인 폭발이 몸 안에서 일어나니 사고를 칠 수 밖에. 또한 맥주는 입에서는 시원하지만 발포성임으로 위벽을 자극하여 알코올의 흡수를 촉진시키니 설상가상이 라는 표현이 걸 맞는다.
남의 실수지만 대표적인 에피소드를 소개하면 이렇다. 레닌그라드의 한 연구소의 소 장 방에 마련된 저녁은 참으로 조촐했다. 돈이 없던 그들은 궁리 끝에 여자 연구부장 이 스스로 요리를 하고 우리를 초대한 것이다. 통 닭 구이, 감자 그리고 버섯 초절임 이 다였지만 Vodka는 빼놓지 않고 등장한다. 내용을 인지한 이상 우리는 즐거운 표정 으로 아주 맛있게 먹고 즐겁게 마셨다. 나는 답례로 러시아 혁명 시 인민들이 행진한 것으로 유명한 네프스키 대로에 위치한 동독인이 운영하는 맥주 집으로 2차 초대를 했는데 문제가 여기서 발생을 한다. 국내 최대의 재벌인 S Group의 비서실 직원과 동 행을 했었는데 평소 점잖던 그가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더니 이혼녀였던 예쁜 여자부 장하고 같이 밤을 보내야 한다고 혼자만 아우성을 치는 것이었는데 다음 날 일어난 그 는 기억이 전혀 없단다. 이 모두가 Vodka에 맥주를 부은 결과다.
알고 마시면 각자에게는 편리한 이론이지만 상대방에게는 때에 따라서는 전략적인 무기도 될 수 있으니 선별 사용이 바람직하다.
첫째, 속도론 – 천천히 마셔라 소주 한 병을 1시간 동안 마시는 것과 불과 몇 분만에 마셔버리는 것과는 차이가 있기 에 나름대로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상대방을 공략하기위해서는 쉴새 없이 권해서 리듬과 템포를 뺏을 필요성도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이와 같이 건 배(간뻬이) 제의를 해 손님의 넋을 나가게 하곤 하며 이 짓도 연 일주일 지속하여 따 라오면 비즈니스 파트너로 인정한다니 고심이 말이 아니다.
둘째, 화학 반응론 – 점진적으로 센 술을 선택하라 직 전에 설명한 바와 같이 점진적으로 고도주로 간다면 별 문제가 없지만 거꾸로 내려 온다면 사고를 감수해야만 한다. 장거리 비행에서 내가 자주 이용하는 순서는 Jin & Tonic이나 Champaign으로 시작을 하고 White Wine 한잔으로 입을 헹구고 음식과 함 께 Red Wine을 즐겨 마신다. 식후에는 주로 Cream 주 한잔을 청하고 Cognac으로 마 감을 한다. 당연히 단잠이 이어지지만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면 Scotch Under Rocks 한 잔을 추가해도 숙취는 전혀 없다.
셋째, 효소론 – 먹던 술을 마셔라 숙취의 원인은 체내에 흡수된 술이 분해 과정에서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물질이 생 성되기 때문인데 이를 방지하면 머리가 아플 리가 없고 술은 정량적인 분석으로는 비 교할 수가 없다. 23도 소주를 360ml 마시는 것하고 12도 포도주 700ml를 마시는 것과 내용 알코올량은 거의 비슷하지만 취하는 것은 전혀 틀리게 마련이고 포도주를 처음 마시는 사람이 포도주 일 병을 모두 마신다면 역시 사고의 지름길이다. 고도주의 대명 사인 보드카를 즐겨 먹는 Russia인이나 Scotch를 즐겨 마시는 영국인에게 우리의 소 주를 소화시킬 능력은 없다. 우리도 가끔 잘 먹지 않던 막걸리를 마시다 보면 뒤 끝이 안 좋은 것을 쉽게 감지한다. 우리 몸에서 술의 종류나 Grade 별로 De-Alcholase라는 Alcohol 분해효소를 생성하게 되는데 소화능력이 없는 아기에게 고기를 먹이는 것과 매 한가지다. 당연히 오바이트(Over Eat)라고 종종 표현하는 Vomiting으로 이어져 카 레라이스를 만들어 주위에 피해를 끼치게 된다.
이 외에도 심사숙고 해야만 할 이론으로는 색깔론 – 같은 색깔의 술만 먹거나 섞어 먹는다. Jin과 Vodka 또는 Wine과 Cognac은 궁합이 좋으나 Jin과 Whisky 또한 Wine과 Vodka 는 권장하지 않는다. 분류론 – 과실주, 곡주, 증류주, 기타 제제주 등을 선별한다. Mixing – Cock Tail을 할 경우에는 완전히 섞어야 한다. 폭탄주는 Mixing, 발포성 그리고 속도론을 가미한 대표적인 역행론이다. 해장 술과 낮 술은 유해유독이니라
나는 이상과 같이 잘 알아서 또한 합리적으로 마시려고 노력하지만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나 아니면 꼭지가 돌 때는 이성과 지성을 잊고 감성과 야성에 의존하는 때도 있 지만 크게 도를 초과하지 않으려고 노력은 한다.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은 이상의 이 론은 전적으로 본인의 경험에 의한 것일 뿐 검증 절차를 거치거나 공인된 학회 등에 발표한 사례도 전혀 없다. 따라 해보는 것은 각자의 자유지만 본인에게는 여하한 책임 이 없다는 것을 사전에 명기해 둔다.
이왕 넉살을 떨었으니 간단한 Cock Tail 하나를 소개하고 마무리를 짓고자 한다. 옛날에 서부 개척시대에 수탉을 기르던 농군이 있었는데 아끼던 수탉이 집을 나가 돌 아오지 않자 그 집에서는 구수회담(궁리) 끝에 신문 광고를 냈단다. 현상금도 걸었더 니 어느날 낮선 나그네가 문제의 수탉을 안고 집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하도 기 쁜 나머지 아버지도 술을 들고 나오고 아들도 술 병을 들고 나와 나그네를 반겼는데 이 때 한 잔에 두 가지 술을 따랐다 해서 수탉의 꼬리가 오늘 날까지 이어지고 있단 다. 젊은 시절 데이트 할 때 Screw Driver나 마이타이 등 아주 약한 칵테일을 시켜 주 고는 시시각각 변하는 상대방의 동정을 예의 주시하던 기억이 한 번쯤은 각자 갖고 있 겠지만 자신의 마늘님이나 집을 방문하신 여성 고객에게 권하기에 적당한 것이 바로 Bourbon Coke이다. 또한 만들기도 아주 쉬우니 금상첨화. 미국 남부의 정취가 강하 게 묻어나오는 술, Jim Beam이나 Old Kentucky 등의 American Bourbon을 사용하여 약 한 여성은 Several Drops, 강한 여성은 Single이나 Double 정도를 넣고 어름과 Coca Cola를 가하면 매우 훌륭한 Cock Tail이 완성된다. Scotch 나 Irish Whisky가 Canada 로 넘어가 Canadian Whisky가 되었고 America에 와서는 Bourbon이 되었는데 알코올 은 40도로 낮춘 반면 맛은 비단(Smooth like a silk) 같고 향이 좋아 콜라의 달콤함과 시 원함이 아주 잘 어울린다.
오늘 저녁 잠옷을 입고 기다리는 마늘님에게 Bourbon Coke을 권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