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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수 선생님에 대한 회억(回憶) (손우현)

조회 수 2394 추천 수 0 2014.05.29 09:55:08

박용수 선생님에 대한 회억(回憶)

어제 보라매 병원에 마련된 박용수 선생님 빈소에 다녀왔다. 방명록을 보니 바로 전에 양윤재가 다녀 갔다. 사모님은 윤재가 박용수 선생님이 담임이시던 학급의 반장을 지낸 적이 있다고 했다.

영정 사진을 보니 오래 전에 찍으신 건지 젊은 시절의 선생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내 생각은 경희궁 시절로 반세기를 거슬러 올라갔다. 다부진 체구와 강렬한 눈빛 그리고 바리톤 음색의 총각 선생님. 그러나 그 위엄의 이면에는 제자들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이 있었다. 완도 출신의 선생님은 경기고(54)와 서울 문리대 영문과를 나온 수재였다. 서울고 교사를 거쳐 나중에는 국립 충북대학교 교수를 지내셨다.

내가 선생님을 마지막 뵌 것은 프랑스로 다시 떠나기 일년전인 1999년 동기회 망년회였다. 그때만 해도 선생님은 건강한 모습이셨다. 선생님은 20회 회보에 그 날 망년회 참가 소감을 기고하셨는데 내가 오래 전 술자리에서 19세기 영국 수상 Benjamin Disraeli가 한 명언 "Life is too short to be small."(인생은 소인배로 살기에는 너무 짧다.)을 인용한 적이 있다고 회고 하셨다. 아마도 문제의 술자리는 고등학교 졸업 후 선생님께서 유웅렬(재미)과 나에게 무교동 낙지집에서 막걸리를 사주시던 자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배운지 얼마 안된 술에 너무 취해서였는지 내가 그 말을 하였는지는 기억이 확실치 않다. 그러나 명민하신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틀림없을 것이다.

또 선생님이 들려 주신 이야기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완도의 다리 건설현장에서 젊은 시절 귀신을 목격하셨다는 이야기다. 그 당시 완도에서는 다리 공사를 할 때 사람을 생매장하면 붕괴를 막을 수 있다는 미신이 있어 연고가 없는 인부를 산채로 매장하는 일이 있었는데 이렇게 희생된 한 젊은이의 원혼이 귀신이 되어 나타난 것을 선생님이 저녁 산책을 하시다가 직접 목격하셨다는 것이다. 섬찟한 얘기라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지 모르겠다. 어제 빈소에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선생님의 차남도 똑같은 얘기를 들었다고 하였다.

당뇨와 고혈압을 앓으셨다는 선생님께서는 요즘 추세로는 너무 일찍 돌아 가셨다. 선생님께서 서울고 제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베푸셨다고 말씀드리니까 사모님께서는 참 좋으신 분이셨다고 말하면서 눈시울을 붉히셨다. 빈소는 선생님의 장성한 두 아들이 지키고 있었다. 장남은 약사이고 차남은 웹 디자이너다. 낮이라 그런지 빈소는 다소 쓸쓸해 보였지만 가족의 사랑과 존경 속에 생을 마치신 선생님은 행복한 인생을 사신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어렵던 시절 벽지에서 상경해 명문 학교를 거쳐 국립대학 교수가 되기까지 선생님에게는 남모르는 고충이 많았을 것이다. 이제는 이승에서의 모든 수고를 내려 놓으시고 고통이 없는 곳에서 영면하시기를 삼가 머리 숙여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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