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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헌

조회 수 24843 추천 수 0 2011.11.26 12:55:40

  역사 인물 시리즈 3

 

                           허 난설헌 (許 蘭雪軒)

 

   허공을 둥근 그릇에 담으면 둥글게 보이고

   네모난 그릇에 담으면 네모나게 보이는데....

   난설헌은 이조시대 여인으로서 드물게

   초희라는 아명(兒名)으로 불렸고,

   선비처럼 경번(景樊)이라는 자(字)를 가졌다.

   일찌기 동생 허균과 함께 스승 이달에게서 글을 배워

   8살에 "백옥루 상량문"이라는 시를 남겼는데....

 

   그녀의 타고난 지혜는  별속에서 반짝였으나

   극복하기 힘들었던 그 시대 여인들의 복종은 숙명이었다.

   아버지 (허엽)는 동인(東人)의 영수(領袖)로서 대립의 정점이었고

  어머니 광산 김씨는 두번째 부인으로,  동생 허균과는 동복(同腹)인데

   동생은 서얼과도 어울리며, 기행(奇行)을 일삼기도 하였다.

   과거 급제가 늦었던 남편(김성립)과는 불화가 끊이지 않았고

   모질게도 어린 두 남매를 잃는 아픔을 겪으며

   친정 아버지와 동생이 당쟁으로 유배를 떠나는 가정 파탄까지

   비정한 주변의 인심을 곱씹어야했던 암울한 시대에

   그녀는 세가지 한(恨)을 안고 살아야했다.

   여자로 태어난 것이 첫째였고,

   조선에서 태어난 것이 둘째였고,

   남편의 아내가 된 것이 셋째였다.

 

   오롯이 님을 향한 마음은 외람되이

   길 떠나는 낭군에게 금비녀를 뽑아주고

   가을 밤이면 님을 걱정하는 마음에

   사랑은 지나쳐서 미움이 되고,

   봄이 되면 복사꽃이 지니

   더욱 울적해지는 여인의 마음은

   깨어진 그릇의 참혹한 아름다움으로

   일찌기 원수까지도 포용했어야 했는데....

   그녀는 가슴에 복받치는 설움으로

   작은 병풍에  힘없이 기대어 울기도 하였다.

 

   과거도 버리고, 미래도 버리고, 현재도 버리면

   생사(生死)의 괴로움을 벗어날 수 있을까.

   잠들지 않으면 밤이 길고

   피곤하고 게으르면 길은 멀어질 뿐

   천개의 강이 있으면, 천 개의 달은 비추는데

   무슨 일로 바람은 불어, 이 마음을 흔들고 있을까.

 

   태어난다고 하는 것은  한 조각 구름이 모이는 것이요

   죽는다고 하는 것은 한 조각 구름이 흩어지는 것인데

   꽃다운  스물일곱의  자유로운 혼은

   추운 겨울 하늘을 기러기 소리되어 떠나고....

   홀로 밟는 눈길에 아픈 흔적을 남기며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니고

   번뇌와 자비도 둘이 아닐진데

   무엇을 기뻐하고, 무엇을 웃으랴.

 

   삶은 쉬임없이 절망으로 마지막 불꽃을 태웠고

   타고난 잔재는 애달프고 아름다웠다.

   모든 존재는 속절없이 무상(無常)으로 지나가고

   뒤늦은 깨우침은 무슨 소용이  있더란 말인가.

   남겨진 공허한 빈 손에

   바랄 것이 없으니, 구할 것도 없어라.

 

   누가 이 여인의 마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리

   누이를 여윈  동생 허균은  슬픔에 잠겨

   시대의 최고 여류 시인이라 생각하면서

   "난설헌 시"를 모아 명나라에 전하였는데....

   중국과 일본의 문인 재사들이 관심있게 읽었으며

   그후 허균은 종교에 더욱 심취하였다.

 

   * 예식장에서 이 교수와 k등을 만났는데,  "요즘 글을 쓰느냐"는 질문과 게시판에

     "글을 올리라"는 요청이 있었다. 불우한 시대에 한을 지니고 살았던 한 여인의

     애달픈 이야기를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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