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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 happy! Power Social Worker

아래 글은 서울고 동창회보 2014년 가을호에 게재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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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골프나 테니스 같은 대중적인 레저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개중에는 요트로 대양을 건너는

거칠고 위험한 레저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봄 회보에 소개된 적 있는 배헌종(20회) 동문은 후자의 경우다.

배 동문은 유럽에서 구입한 요트로 직접 항해하면서 우리나라로 가져 오기도 했다.

몇 년 전 배 동문이 홀홀단신 요트를 타고 대양을 건너오는 과정을 기록한 항해일지의 일부를 게재한다.

 

항로.jpg

 ▲ 요트 항로

 

항해 전날

   
이제 날이 밝으면 첫 항해를 시작한다. 조금은 두렵기도 하고 설렘에 잠이 오지 않는다.

환갑이 되던 해, 푸른 바다를 바람 따라 흘러가며 나의 삶을 되새겨 보기도 하고 남은 인생을 새롭게 살아 보자고

구상한 일이다. 그냥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바람 부는 대로 흘러가기도 하고 파도치는 대로 밀려가면서 언제나

꿈꿔 왔던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 그것이 거칠고 힘들어도 좋았다. 그러고 보면 나도 엉뚱하고 황당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용감하거나 아니면 무모하거나.


나이 육십에 요트면허시험을 시작으로 6급 항해사, 무선통신사, 스쿠버다이빙 자격증 등 항해에 필요한 면허를 받고,

로프 매듭, 전자해도 사용법, 세일링 방법 등 세일요트로 항해하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를 익히느라 일 년 반을 정신없이

보냈다. 한 달 전 크로아티아 서쪽 해안에 있는 프리모스텐 근처의 크레믹 요트 마리나에서 요트를 계약하고 한국에

갔다가 다시 이곳 스플리트까지 오는 바쁜 시간을 보냈다. 원양 항해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크레믹 요트 마리나에서 출발 → 아드리아해 → 지중해 북단의 이오니아해 → 그리스 코린토스만 → 코린토스 운하

→ 에게해 → 최종 목적지 그리스 라브리온까지는 항해거리가 약 580마일이고 먼 바다를 지나서 일주일 정도 항해해야

한다. 나에게는 상당히 부담되는 장거리 항해다. 어쨌든 가 보자.

 

출항 

 
선실 옆 쪽창으로 비치는 햇살에 눈이 번쩍 떠진다. 밤새 뒤척이다 지쳐 잠이 든 모양이다. 벌써 6시다.

서둘러 엔진을 걸고 항해장비의 스위치를 켠다. 긴장을 풀자. 샤워도 일주일치 하고, 커피도 한잔하고, 마리나를

한 바퀴 산책도 하고, 아침에 새로 나온 빵도 사고, 오늘은 밥도 해서 먹자.

안되면 내일 출항하지 뭐… 항해 준비물(식량, 식수, LPG, Diesel연료, 등등...)도 다시 확인하고 항로 입력한

좌표도 다시 보고, 해도(海圖)도 보고, 비상시의 피항지도 확인하고, 조금은 마음이 차분해진다.


9시경에 매니저인 레오가 왔다. 준비는 다 됐는지? 잠은 푹 잤는지? 뭐 필요한 것이 있는지? 이 친구 제법 자상한

데가 있다. 기상은 별로 나쁘지 않다고 하면서 10시쯤 출항할 때 다시 오겠다고 하고 돌아간다. 10시가 되자

네델란드의 선박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오늘 출항을 확실히 하는지? 예상 도착일자는 언제인지?


“요트운반 전용화물선이 내일쯤 스페인 팔마항에서 출항, 22일경에 라브리온에 도착 예정이니 20일까지는

라브리온에 도착하여 선적회사에 배를 인계해야 한다.”고 재차 확인하고 “즐거운 항해를 바란다.”고 한다.
지중해에서 한국으로 운항하는 요트운반선은 일 년에 한 편 정도로 이번에 운 좋게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으로 가는

러시아 파워요트가 있어 부산까지 운송 편을 예약한 터라 이번 선적을 놓치면 내년에나 운반이 가능하니 여하튼

가야 한다. 10시가 훨씬 넘어 레오가 계류줄을 풀어 주자 폰툰을 빠져 나와 마리나를 뒤로 하고 항해를 시작했다.

자 이제부터 또 다른 시작이다.

 

항해 첫날


채 맘이 정리되기도 전에 상큼한 바닷바람이 불어온다. 가슴이 뻥 뚫린다.
파란 잉크를 진하게 뿌려 놓은 듯한 아드리아해의 물빛은 바닥이 보일 듯이 정말 곱다. 한 시간 가량 항해하니

이제 넓은 바다다. 한 시간만 더 가서 공해상의 상선항로를 타면 위험한 장애물이 없다. 이틀정도 똑바로 남쪽으로

항로 고정이다. 바람이 없어 엔진으로 항해하니 조금 시끄럽기는 해도 오토파이럿이 항로를 잡아 주니 훨씬 편안하다.

고것 참 한 사람 몫을 한다.


시원한 콜라 한잔으로 목을 축이면서 문득 해변을 뒤돌아보니 너무 아름답다.

아마도 파란 코발트 빛 바다와 어울려서인지 작은 섬 뒤로 펼쳐지는 해안 풍경이 무척이나 평화로운 느낌이다.

해안도로를 달리면서 바라 본 바다와는 또 다른 아름다운 모습이다. 오늘부터는 낮에 잠깐 눈을 붙이고 밤에는

쪽잠을 자면서 가야 한다.


다행히 지중해 부근에는 어선들이 거의 없고 대형 상선들도 규칙을 잘 지킨다.

커다란 크루즈선들도 아주 멀리서부터 내 요트에서 반마일 이상 떨어져 돌아간다. 큰 선박이 지나가면서 생기는

파도에 작은 선박이 흔들리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점심은 샌드위치로 대강 때우고 자야겠다.

 

항해 둘째 날


출발할 때부터 약간 멀미를 느껴 잠을 설쳐서 그렇겠지 했는데 어제 밤에는 무척 힘들었다.

오늘 아침도 머리가 띵하고 자꾸 짜증스럽다. 아침부터 콜라로 배를 채우고 먼 곳만 쳐다보면서 억지로 멀미를 참는다.
챠트프로터(GPS장치)를 확인하니 이제 겨우 스플리트 앞을 지나고 있다. 오늘 밤쯤에는 크로아티아의 남쪽 끝

드브로닉을 지나 알바니아와 이태리의 발굽 뒤꿈치 사이의 해협을 지날 텐데… 바람이 없으면 없어서 걱정이고,

너무 세게 불면 혼자서 감당하기가 힘들어서 걱정이고… 노트를 펼치니 마리나에서 만난 요트맨들의 충고가 떠올랐다.


크로아티아와 이태리 사이의 아드리아해는 양쪽에 산들이 있어 강풍이 별로 없지만 이태리 남단을 지나면

지중해 쪽으로 터져 있어 발칸반도에서 불어오는 서풍이 항상 강하니 조심하라는 말이었다.


저녁을 라면으로 때우고 미숫가루를 한잔 마시니 배가 빵빵한 게 조금 기운이 난다. 어제보다 바람이 차고 습한 것 같다.

비가 오려나? 밤 9시경 졸리기 시작할 때부터 바람이 조금씩 강해지더니 드디어 강풍이 분다.

서둘러 축범(돛을 줄임)하고 방수복을 껴입고 대비를 했다.


그런데 이건 장난이 아니다. 풍속계가 20노트를 넘나들고 비바람이 따갑다. 난생 처음 보는 높은 파도다. 겁이 난다.

이런 강풍은 처음이다. 다시 메인 세일은 아예 접고 제노아(돛의 일종)만 손바닥만큼 펴야겠다. 강풍에 메인 세일을 접는

게 너무 힘이 든다. 덜 접힌 메인 세일이 바람에 펄럭여 이젠 파도에 휩쓸려 치솟다가 곤두박질치면서 펀칭을 한다.

금방이라도 배가 부서질 것 같다.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여 비상용 구명보트 부풀리는 절차를 머리 속으로 되뇌며 만약에

대비한다. 경험도 없이 너무 무모한 시도가 아니었나 하는 후회가 생겼다. 오늘 밤은 잠자기 글렀다.

몸은 천근만근처럼 무겁고 늘어진다. 가는 데까지 가 보자.

               
 <다음 호에 계속>

 

크로아 망고넛01.jpg

 ▲ 크로아티아에서 구입한 첫번째 요트 '망고 넛'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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