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들이 구름 속에서 바둑을 즐겼을 바로 그자리에 막걸리가 놓여 집니다.

신선대에서 조금 진행하면 천황봉과 법주사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옵니다.

아직 시간이 2시 15분인지라 그냥 내려가가 아쉬워

나는 그들과 헤어져 비로봉까지 한구간 더 직진하고자 합니다. 

모두들 하산개시한다는 즐거움에 기분이 좋아지며

나 홀로 옆길로 빠지는 것을 측은해 합니다.

허나 가끔은 혼자 호젓한 길을 자유롭고 여유롭게 거닐고 싶을때가 있다는 것을 그들도 이해할 날이 올겝니다.

물론 누구는 죽을 장소 찾으러 돌아 다니는게 아니냐고 할테지만,

이젠 우리 모두의 삶이 죽을 장소와 때를 찾고 있는 건데..

갑자기 조용한 것은 누구의 큰 소리와 헤어져서만은 아니고

인적이 끊어지고 산세가 더욱 깊어지기 때문입니다.

입석대를 비롯한 많은 기기묘묘한 바위봉들이 오랫만에 만나는 기쁨에 반가워합니다. 

산죽이 가득한 널널한 산마루가 등장합니다.

반대쪽의 바위 덩어리가 비로봉이고 그 뒤가 속리산의 정상인 천황봉(아래 사진)입니다

석문(02:50)을 기준으로 내려가면 법주사, 석문을 통과하면 천황봉...

단 천황봉에서는 다시 이리로 와서 하산해야 합니다.

내려오는 길에 한적한 길을 택해 상고암에 들립니다.

비로봉 바로 밑의 전망 좋은 곳에 자리한 아주 조용한 암자입니다.

엄청난 재난에 고통받는 일본인들의 극락왕생을 빌기 좋은 장소입니다.

원래 눈 속에서도 꽃이 피는 얼음새꽃, 혹은 복수초(福壽草)인데

절의 마당에 몇송이가 깨어 있읍니다.

올해 처음보는 야생화 꽃인데

일본인의 고통을 생각하니 꽃이 오히려 슬퍼 보입니다.

암울하고 처절하게 춥고, 험난하고 완고한 대지를 헤치고

연약하지만 강인하게 새 시대의 시작을 알리며 등장하는 이 꽃처럼

당신들도 하루빨리 일어나서 다시 활달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을 기대합니다.

상고암 뒤쪽의 바위 능선으로 나가면

속리산의 문장대에서 천황봉까지의 능선 바위들이 파노라마로 한번에 감상할 수 있읍니다.

세심정을 지나 법주사로 가는 길인 데

세심정에서 선길과 철진을 만났읍니다.

법주사까지의 길이 완전히 포장되어 걷는 묘미를 많이 감소 시켰으나

청량한 기운이 감도는 계곡수 옆길은 분명 많은 기가 담겨 있으리라..

윤겸혼자 법주사앞에서 쉬고 있읍니다.(04:40)

산길이 단순하고도 여러 갈래라 17명인 오늘 참가자가 여러번의 윤회를 경험하고 있읍니다.

부처님의 키만큼, 아니 팔상전의 부드러움만큼

모두에게 건강과 행복을 주시고 집착과 반목을 걷어 가시길...

드디어 뒤풀이 시간입니다.

옥외 회식이 전혀 어색치않은 날씨입니다.

부지런히 내려 왔더니 오히려 아직 안온 회원들이 더 많읍니다.

6시 30분

광장에 모여 일본인들에게 3분간 묵념을 하고 교가를 부른 후 귀경...

다시 속세로 돌아온 자유를 만긱하기 위해 자제했던 음주를 보충하고

압구정동에 돌아오니 9시 정각....

함께 하여 주신 여러분께 감사를 드리고

4월도 총 동문 산행으로 버스 대절한다고 하니,

이번처럼 미리미리 예약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