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두개에 분산되어 충분히 넓게 잠을 잔 후
새벽 6시 경에 마을 산책을 했읍니다.
저 건너편 폐 석재 채취장에 거대한 부처를 새기는 현장입니다.
아마도 산 주인이 원상복구하는 돈을 들이느니 동남아 최대의 반신 석불을 암각해
참배객들에게서 시주를 받을 계획인 듯...
국도변에 위치해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중 일부는 거북한 사람들도 있겠고,
부처님도 얼굴 성형하느라 발파하고 포크레인으로 쪼이는 불편도 참아야...
점점 대형화 되고 세속화되는 그런 종교의 상징물이 많아지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유쾌한 마음만은 아니더랍니다..
이른 아침을 먹고 잠시 휴식을 가진 후
08:00 4코스 출발...
이 곳에선 강을 따라 가는 A 코스와 벽송사를 지나는 산길로 지나 나중에 A코스로 합류하는 B코스가 있는 데...
산과 강의 다양성을 위해 B코스를 주장했더랍니다...
08:40
서암정사에 닿읍니다.
작년 10월 입산회 몇명이 지리산 종주를 포기하고 들렸던 곳입니다.
그 동안 신축중인 대웅전엔 지붕이 올라 갔고...
내 소개로 코스를 정해 그들의 반응이 신경 쓰였었는 데
다행히 진호가 볼거리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시주를 했읍니다...
... 내 돈으로....
누가 사천대왕의 눈을 피하고 있읍니다...
어제 아침 서울 집에서 등산 장비 준비로 아내에게 큰 소리 친것이 마음에 걸리는 듯...
09:30
벽송사...
여기도 작년에 함께 들렸었던 사찰입니다..
변강쇠의 정력을 그리워 하며 형님께 안부를 전한다나..??
도인송과 미인송...
목장승과 더불어 벽송사의 상징입니다.
집에 가면 이렇게 아내를 안아 주겠다고...?
09:50
빨치산로로 진입합니다.
다음 송대 마을까지 3.5km의 매우 한적하고 명품스러운 고고한 본격적인 산길입니다.
진호가 빨치산과 모자를 교환합니다...
산이 높아 지는 듯 하더니 이내 구름이 짙어 집니다.
그나마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는 데..
운치는 있다지만 이정표가 매우 아쉽습니다...
조망도 전혀 안 돼 혹시나 놓치는 길이 있을까 신경을 곤두세우며 전진합니다.
깊은 산 속의 울창한 삼림들..
산림욕으로 온 몸의 신진대사가 원활해짐을 느낍니다.
11:10
어설프게 희미한 소롯길을 간신히 헤치고 나오니
이런 멋진 정자와 비경이 펼쳐집니다.
절을 지으려 터도 넓게 딱아 놓았읍니다.
송대리라는 4코스에서 첫번째로 만나는 동내의 뒷 부분인줄 알았는 데...
동내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더니
왼쪽으로 가야 될 것을 오른쪽으로 돌아 어름터라는 계곡의 광점동 마을로 유턴했다는.....
바로 아까 다녀간 벽송사가 있는 산 밑자락입니다..
우리 모두 눈을 부릅뜨고 길을 찾아 왔었건만...
어찌 이런 일이...
구름낀 날씨탓도 있겠으나,
과히 이길을 개방하길 꺼리는 면이 있어 이정표들도 적게 설치 했던가, 혹은 빨치산들이 치워 버렸든가..
하여간 추후에는 정확한 정보없이 이 길로 지나는 것을 말리고 싶읍니다..
11:30
현실에 맞게 계획을 수정할 수 밖에..
역시 작년에 들렸었던 칠선 계곡가에 위치한 멋진 전망의 식당에 들려 백숙을 처리합니다..
혹자는 오히려 막걸리 먹을 시간이 늘었다며 반기기도 하고...
식후 우리나라 3대 계곡인 칠선 계곡으로 산보를 가 보자고 결심한 20분 만에
계곡의 족욕으로 계획 변경...
15:00 함양으로 가는 시내버스인 데
이 기사 양반의 애향심과 주변 마을에 대한 해박한 지식,
그리고 승하차하시는 나이든 동내분들의 대소사까지...
정통한 해설을 들으며 잠에 떨어졌다가...
고속버스로 옮겨 타 서울에 도착하니 19:00
비록 모두가 계획대로 된 것은 아니였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더욱 흥미로웠고
모두의 느긋하고 여유로운 마음 덕분에 매우 인상적이고 즐거운 여행을 한 셈입니다.
초대를 해준데 대해 많은 감사를 드립니다.
다음에도 부디 함께...
참석자 -- 김 호석. 우 제룡. 유 병돈. 장 진호. 김 종국(5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