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성진에게 전화가 왔읍니다.
야!!! 100년 만에 찾아 오는 길일을 그냥 보낼꺼냐??
공룡에 가자!!
나야 100년 살 것도 아니니 그렇게 궂이 찾을 이유도 없었는 데,
본인은 100년 이상을 채울 듯 합니다.
하여간 그동안 내가 권한 산을 거진 100% 참석한 보답으로,
혹은 다음에 내가 가고 싶을 때의 의무 참석하게 부담줄 마음으로 찬성합니다.
하긴 나에게 묻지도 않고 공룡에 간다면 약간은 서운하겠지..
다른 여러 사람들에게도 권했는 데, 갑작스런 계획에 모두들 어리둥절...
물론 11월의 산행은 무미건조하게 단풍도 없고 눈도 없는 제일 재미없는 산행일 겁니다.
단 둘이 가게 되니 여러명이 가기에 부담이 되는 약간 긴 코스로 살짝 비틀어
상행시는 한계령에서 중청을 거쳐 휘운각으로 가고,
하산시도 마등령에서 오세암을 거쳐 백담사로 내려 가기로 합니다.
06:30 동서울 터미날 출발...
산행 초입에서, 각자 무거운(20kg) 촬영장비를 메고 가는 남녀 젊은이들에게 기념사진 한장 부탁!!
중청에 올랐다가 일출을 보고 공룡을 거친다던데...
공룡은 포기한 듯..
젊은이들의 열정이 부럽습니다.
한계령 삼거리(11:10)
지난 번 지리산 산행시 추위에 고생을 해, 겨울 옷만 잔뜩 가져 갔더니 너무 따뜻하더라는...
오후가 되더니 영서쪽은 구름에 덮히고
영동쪽은 구름을 거부하는 그 싸움터의 경계(서북 능선)를 지나게 되었읍니다.
덕분에 간헐적으로 보이는 동해쪽의 풍광이 예사롭지 않읍니다.
나뭇잎이 떨어지니 근육질 바위들이 적나라하게 나타납니다.
14:00
끝청
이어서 40분 전진하면 중청산장인데,
대청봉이 자꾸 구름에 점령당해 정상행을 포기하고 우리의 숙소 휘운각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구름이 즐거운 일이 있는 듯
우리의 시야 전체에서 황홀한 공연을 하고 있읍니다.
묘하게도 흐린 날씨인데 불구하고,
사진 정중앙 아래의 희운각부터 동해 바다의 섬까지
너무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금번 산행의 최대 장관!!!
공룡 능선의 나한봉? 1275봉?이 구름과 맞짱뜨고 있읍니다.
이 한장면으로 이번 산행의 본전은 찾았다며 성진이 즐거워합니다
저 역시 이 곳에서 오랫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읍니다..
의외로 한적한, 아마 생전 처음으로 인원(10명 내외)이 적은 산장 마당에서
준비한 음식이래야 삼겹살과 김치 뿐이지만 소주를 반주삼아 먹다보니 날이 어두워집니다.
겨울 산행의 최대 단점...
추야 장장 기나긴 밤을 지세울 방법이 없읍니다.
그나마 6시도 되기 전에 화채봉 위로 떠오른 보름달에게
제발 내일 날씨도 부탁을 하며 숙소에 들었읍니다만
8시도 안 되어 잠을 청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딱히 다른 것 할 것도 없고,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나 궁상 떨 것도 걱정이고....
다행히 침상 한 면을 우리 둘이 독차지해
잠이 깨면 발도 뻗고 기지개도 펼수 있어 덜 심심??
이 한적한 행복을 기리기 위해 매년 11월 11일은 휘운각 오는 날??로 정하자나...
이렇게 11년 11월 11일 새벽에 휘운각 111번 침상에서 가을을 흘려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