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레 노크한 문에서 뛰쳐 나온 할머니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온 골목을 뒤흔든다.

                     1층 돼지 우리 옆의 간이 식당이다..

2층에 함께 올라간 후, .... 

배가 고프니 아침 좀 먹을 수 있냐는 말이 간신히 통하자

할머니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우선 급히 쌀을 씻어 전기 밥솥에 쳐 넣더니

천장에 걸어 놓은 훈제 돼지고기 한덩어리을 냉큼 들고 밖에 나가 떠들어댄다.

알고보니 함께 사는 딸에게 요리를 부탁한 것...

한 구석에 담겨있는 유리 병에선 마법처럼 열무김치가 출현하는 데,

생김세와 맛이 너무나 우리 것과 비슷했다..

하기사 할머님의 자태도 한국의 농촌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니련가.. 

남편분이 산책후 돌아오셨다.

말이 통하지 않자 답답한지 글을 적는 보여 주는데

80세의 나이에도 어둡게 지내는 방에서 또렸하게 정자를 쓰더구나...

목조 건물 설계 기술자로 본인이 직접 설계한 많은 작품 사진들을 소개해 주었는데

알고 보니 원래 목공에 재주가 많은 동족중에서도

목탑과 풍우교 분야에선 대단한 실력자인 모양이다.

자본주의 세상이 아니었던게 미련이 남을 듯.. 

 368m 길이의 삼강현 소재 대풍우교 설계및 시공(2010년)

 42.5m 높이의 대고루(大鼓樓) 설계 시공(1992년) 등등..

사진 설명에 밥 식는 줄 모른다..

아내가 생전 잊지 못할 멋진 생일상이 끝나고

돈 100￥을 감사의 의미로 전하며 이별하려 하자

할아버지가 우리의 소매를 끌어 당기며 비밀의 문으로 안내했다.

사위와 외손녀의 방이 있는 곳인 데

할아버지의 작품실과도 붙어 있었다. 

그에 대한 기사가 실린 신문들의 스크랩및 그의 작품 모형물..

오른편 벽에 걸려있는 그의 손때 묻은 연장들이 훈장처럼 반짝였다.

할머니가 성급히 집안에 뛰어 들어갔다 나오더니 그들이 직접 만든 장식품을 아내에게 선물했다.

생김세는 거칠어도, 어떤 돈으로도 바꿀수 없는 소중한 추억 덩어리..

사진을 보내 달라며 명함을 받았는 데...

손녀를 포함 전 가족 5명이 찍은 사진이 흔들려 매우 안타깝구나.....

다른 사진이라도 보내 드리긴 하겠는 데...

아래의 목공 전문가 문패(동족목공세가연락처)가 달린 집이니

추후에 갈 분이 잘 찍어 다시 보내 주시길...

헤어지기 아쉬워 자꾸 멀리 쫓아 나오는 노인 내외에게

자이지엔(再見)하며 안녕을 고하지만

인사말대로  (평생에) 다시 볼 기회가 있으련지..

아련한 마음이 앞 개울에서 빨래하며 일으키는 잔잔한 물살처럼 가슴에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