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
사랑의 열병을 앓아보았는지 기억은 없지만 나는 현재 확실히 열병을 앓고 있다. 아 프리카 출장을 위해 황열(Yellow Fever) 예방주사를 맞았는데 접종 후 5일 후에 찾아 온 증상은 정말 대단하다. 열이 오르락 내리락 하고 춥다 와 덥다 를 반복하는데 심 한 근육통까지 동반한다. 해열진통제를 먹으면 3시간 가량 버티다가 이내 다시 열이 오르고 통증이 찾아온다. 잠을 이루기 힘들고 한 시간마다 깨어날 수 밖에 없다. 아 프리카를 주제로 한 영화에서나 보던 황열 증상을 체험하면서 면역 기능을 만드는 것인데 고통스럽기 그지 없다.
황열 접종은 국립의료원에서 접종하고 증명서를 발급하는데 10년간 유효하다. 황열 은 아프리카 중부와 북부 그리고 남 아메리카 브라질의 오지 등에서 널리 발생하며 그 지역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사전 접종이 필수 조건이란다. 랜덤으로 증명서 제시 를 요청 받는데 응하지 못하면 입국도 허락되지 않는다. 그나마 말라리아 예방접종 은 하지 않아도 되니 천만 다행이고 사흘째를 접어드니 약간의 진정 기미를 보인 다.
20여 년 전에 황열 예방 접종했을 때는 이렇게 고통스럽지는 않았던 기억이 있는데 나이 탓을 해야 하나? 아프리카는 초도 방문이면서 20년 전에는 황열 예방접종을 왜 했을까 의아해 하겠지만 다 이유가 있었다. 20여 년이 흘러 이제는 공소시효가 지난 일이라 공개를 해도 무방할 듯 한데 아프리카 출장을 가시는 회장님의 가짜 황열접 종 증명서 발급 사건이었다. 사바사바가 통하던 시절이라 증명서 발급은 해주었지 만 청구된 예방약은 소비를 해야 함으로 회장님 대신으로라도 접종을 해야 한다고 심술 간호사가 우기는 바람에 쓸데 없이 내가 대신 맞게 된 것이었다. 착잡하고 씁쓸 했던 심정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지만 후유증이 그리 많지 않아서 그나마 원망이 쌓 이지는 않았었다.
역마살 때문에 전 세계를 즐거운 마음으로 선진국과 오지를 가리지 않고 여행을 했 지만 아프리카는 진정 초도 방문이다. 월드컵 예정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케냐를 방문하고 귀국 길에 이란을 방문하도록 예정되어있다. 바르셀로나를 그들 올림픽 개 최 이전에 방문하면서 우쭐했던 기억이 있지만 월드컵 예정지를 선 개최 국민 자격 으로 미리 가본다는 의미만 되삭일 뿐 현장에 가볼 시간을 할애하기는 어려운 스케 줄이다. 10박 11일 여행 중 4박은 이동 중 비행기 안에서 해결해야 하고 새벽에 도착 해서 몇 시간 눈 부치고 오후에는 등록 설명회와 Presentation을 하고 다음 날에는 하 루 종일 상담하고 다시 자정 무렵 비행기를 타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는 진정 Hard schedule이다.
여행하면서 파상적으로 밀어 닥치는 고난과 고통을 감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극복 하고 나름대로 의미 부여하여 오랜 동안 추억으로 간직하는 것이 역마살에 순응하 는 최선의 방법이다. 다가 올 고통을 걱정하기 보다는 극복한다는 자신감으로 무장 만 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