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지각장애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십니까? 다른 말로 표현하면 “내가 왜 이럴까?” 하는 상태라고 설명해도 역시 알쏭달쏭하지 요?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건강하고 정상적인 부분과 질병으로 이환 상태가 겹치는 부분이지요. 이 상태에서 관리를 잘 하면 다시 건강한 상태로 쉽게 되돌아 오지만 방 치하면 원치 않는 상태로 진전되고 맙니다. 관리 라 하면 Take a rest. 영양섭취, 손발 잘 씻기 등으로 매우 간단한데 실천이 잘 안되지요.
상아제약에 근무시절 국내 최초로 미니 드링크 “젠”을 개발하면서 피로를 “정서적 지 각장애” 라는 표현으로 둔갑을 시켰습니다. 300원짜리 기존 드링크나 더블 마진 이상 을 제공하는 식품 드링크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1,000과 1,500원이나 하는 제품을 사 용해야 하는 당위성 설득은 매우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Marketing 전략에서 많이 사용 하는 Top Down 방식으로 사장이 마시는 드링크로 위치를 부여하면 중역도 따라서 마 시고 일반 사원에게까지 확대된다는 이론으로 명품들이 확산되는 과정과 동일하지 만 그와 같은 방법은 아니라고 사전에 결론을 지었습니다.
의약품으로서 정통 마케팅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제품 Concept를 설정하고 기존 드링 크와 식품 드링크와의 차별화를 기하는 것이 정도라는 개념에서 출발했습니다. 허가 받은 효능 효과는 단지 “피로 회복과 자양 강장”뿐이었는데 피로 회복의 정의나 지 수 설정이 어렵고 또한 자양강장의 이웃 사촌격인 보약으로 운운하자니 양심이 허락 을 하지 않았습니다. 과대 표현이고 미니 드링크 한 병으로 보약이 될 리도 없으며 드 링크제의 성격상 적용이 어렵습니다. 어린이 소화제 백초를 개발하면서 어린이 보약 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어린이는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고 모든 것이 진행 중인 상황임으로 어른에 비해 모자라는 부분을 보충해주는 것이 바로 보약이지요. 어르신 네한테 지어다 드리는 보약은 또 다른 의미로 현재의 건강상태를 몇 년 더 연장해주십 시오 이지 정력제로 오해가 되어서는 아니 됩니다.
제놀을 개발했을 당시에도 200원짜리 파스에 익숙한 소비자를 어찌하면 1,000원짜리 습포제를 사용하고 확산을 해야 할 지 무척 고심했었습니다. 핵심 전략은 사용의 불편 을 해소하기 위해 밀착포를 무상 공급하고 약사들로 하여금 직접 사용 경험을 하게 하 였습니다. 약사들의 조기 축구 모임에도 전 직원이 찾아 다니고 Sample을 무상으로 분배하여 약사와 그들 가족이 사용하고 스스로가 느끼는 Seeing is believing(보는 것 이 믿는 것이다. - 약효 확인)이 주효했습니다. 파스 주세요 하면 이 것 한번 써 보세 요 까지는 쉽게 설득이 가능하여 비약적인 판매 신장을 이루고 단기간 내에 100역대 품목에 진입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아쉬운 것은 Cool(급성)과 Hot(만성)의 비율인 9:1을 깨진 못한 것입니다. 1,000원짜리 제품을 팔면서 약사가 굳이 급성과 만성을 묻 고 권하는 것에 인색했기 때문입니다.
제품 Concept 수립과 가격의 두 가지 난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난제가 남았습니다. 드 링크를 마시면서 기대하는 효과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반짝하는 Fresh 효과입니다. Coke, Coffee와 Tea에 많이 포함된 Caffeine은 1병당 30mg 이하로 규정이 되어있었으 며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근원을 찾아보니 1960년대 드링크 오남용을 검찰에서 문 제 삼다 보니 다급한 나머지 약정국에서는 규정을 만들었고 그 후에 아무도 손을 대 지 않아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규제조항이지요. 하지만 젠에 는 브라질 원산인 과라나가 함유 천연 Caffeine이 50mg이나 들어있어 드링크제 보다 오히려 속효성인 것도 일조를 했습니다.
Target를 피로회복으로 결정했지만 소비자 설득 방안이 쉽게 떠 오르지 않았습니다. 피로의 정의는 무엇이며 그 지수와 강도를 규정하고 소비자에게 학습을 할 방안을 강 구해야만 했습니다. Bench marking을 위해 일본 서적을 뒤적이던 중 집중력 장애를 피로 측정의 요소로 사용하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차를 많이 마시는 국민이 독 서량이 많다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일본 책에서의 실험은 평소의 오자 수정률을 가 시 오가피와 인삼과 비교하여 가시오가피가 더 우수 하다는 엉뚱한 결론을 내리고 있 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젠의 Marketing을 위해 만들어 낸 용어가 바로 정서적 지각장애입니다. 내 가 왜 이럴까, 나른하다, 집중력 장애, 권태롭다, 밤샘 피로, 운동 후유증, 등 광범위 한 적응 영역을 개발하기 위한 화두라고나 할까요. 가격의 극복은 더블 마진에 집착하 는 약사들에게 그러다가 식품업자의 앞잡이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경각심과 약사는 약 을 취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강하게 어필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지금 피로하지 않으십니까? 피로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있듯이 빠 른 조치가 필요합니다. 정서적 지각장애를 벗어나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피 로야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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