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는 시간의 흐름을 잊어버리고 산다. 언제인지도 모르는 날, 친구의 비보를 들었 다. 만사를 제처놓고 안산의 빈소에 찾았는데 친구 장선각의 마지막 길이었다. 열 손 가락으로 꼽아도 될 적은 추모객, 친구의 고단했던 삶을 알려주듯 쓸쓸함이 감돌았 다. 우리 이제 살아야 얼마나 살겠으며, 그나마 살아있을 때, 잊혀진 접어둔 꿈을 나누 며 살자. 우용희의 빈소에는 가보지도 못했다. 그 역시 쓸쓸한 말년을 보냈다고 들었다. 그 친 구 운명을 달리하기 전, 나는 그를 위해 형식적인(?) 기도만 했었다. 몸도 힘들고 마음 도 힘들고 가족한테도 버림받은 '폭풍의 언덕'의 그림이 떠오른다. 차라리 바람에 날 려가고 싶은 비탄의 자리였음이 틀림 없다. 나는 죽은 후의 삶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내 경험의 밖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느낌은 있다. 두려움의 자리다. 여한 없이 살지 못한 자의 슬픔의 자리가 아닐 까? 부끄러웠던 흔적이 많으면 많울수록 그 두려움의 크기는 클 것이다. 나는 부끄러 울 수밖에 없는 흔적이 유달리도 많은 사람이다. 아직 성숙되지 못헤 낱낱이 들어내놓 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프다. 몸이 아픈 것이 아니라, 마음이 아프다. 친구 하나가 췌장암으로 투병하고 있다. 아직 식품분야의 공공성을 깨닫지 못했던 시절부터 식품위생이라는 한 분야에서만 몸을 바쳐온 친구다. 성직자같은 인품을 지닌 멋진 친구다. 힘든 길에서 고생한다고 격려 한번 못해주었는데,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만 같다.
"하나님 차라리 나를 데려가시지... 이 땅에서 뜻깊은 일을 할 수 있는 친구를 왜 데려 가시려 합니까?"
"선각아, 용희야! 네가 가있는 그곳은 마음 고생, 몸고생이 없단다. 고단했던 이 땅에 서의 삶을 돌아보지 말고, 행복하게 지내렴..."
"친구야, 힘들어도 포기하면 안되... 너는 이 땅에서 할일이 아직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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