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과 편지
학교 졸업 앨범과 소중한 편지들을 혹시 아직도 보관하고 계십니까? 두 가지의 상관성은? 있을 듯 없을 듯도 하지만 최근 그 것들이 갑자기 본인 앞에 동시에 나타나 그 소중한 가치를 새삼 느꼈기에 되 찾은 기쁨과 의미를 친구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졸업앨범 20여년 전, 집사람과 같이 쓰는 방과 거실 뿐 나 혼자만의 공간을 갖기 어렵던 시절 각 종 졸업 앨범이라는 것들은 보관과 장소 문제로 늘 홀대를 받기 일수였고 급기야는 내 무장관 명으로 “창고로 보내시오” 라는 처분을 받게 되었습니다. 창고에 넣은 기억뿐 그 이후 이사를 거듭하면서 짐을 싸고 풀고 반복을 했지만 종래 발견할 수 없어 마 음 한구석은 항상 허전했습니다. 화재 때문에 졸업 후에 급조 했지만 우리에게는 매 우 소중한 앨범임에는 틀림이 없는데 말입니다.
이제 와서 터 놓고 하는 말이지만 고교 졸업 앨범을 잊어버렸다는 자책감은 동창회 명 부에 있는 친구들의 작은 사진을 볼 때마다 새록새록 떠오르곤 했습니다. 어찌하면 앨 범 Copy본이라도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을 늘 갖고 있던 차, 이게 웬일이래요? 3년 반 전에 지금의 집으로 이사하고 창고에 쳐 박아 놓았던 마지막 이삿짐에는 분명히 “그릇들” 이라고 표기되어 풀지도 않았는데 무려 20여 년간 그 안에서 잠을 자고 나타 난 것입니다. 잊어버린 보물단지를 찾은 기분으로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간 40년의 시공 을 초월한 세계를 여행하고 돌아왔습니다. 이 기분 이해하시지요?
편지 앨범과 함께 찾아낸 것이 바로 빛 바랜 편지들이었습니다. 어니언스의 노래 편지가 유행하던 시절 나도 곧잘 편지를 쓰고 또한 많이 받았는데 받 은 편지는 온데 간데 없고 내가 보냈던 100통에 가까운 편지와 봉합엽서 들이 앨범들 과 함께 들어있었습니다. 발신을 보니 강원도 사창리, 양구, 현리 등등으로 군대시절 보낸 것이 대부분이지만 나름대로 사연이 구구절절 한데 그때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맛 보았습니다. 게 중에는 러시아 문호 푸시킨의 시 “세상이 그대를 힘들 게 할지라도“ 를 응용한 대목에 이르러서는 웃음이 피직 터지는 것이었습니다. 요즈 음에는 메일을 보내도 복사본이 남지만 70년대 초의 편지는 쏜 살과 같아 일방통행 일 뿐 보낸 편지를 다시 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늑대의 승리(?)라고 나 할까…. 다행히 내 편지들의 수신인을 모시고 사는 덕에 그러한 감동을 다시 맛 볼 수 있는 것아 아니겠습니까!
더불어 발견된 친구와 후배의 사연들을 다시 읽어 보면서 만약 이 글들을 다시 그들에 게 보내준다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혼하고 아기까지 데리고 고군분투하 던 미국 유학시절 친구가 도서관에서 시험 준비를 하다가 짬을 내어 소식 전하며 답장 을 강요하던 일, 고향과 부모를 떠나 객지에서 홀로서기를 하던 후배는 고생을 감내하 면서도 외로움을 달랠 길 없어 “ 형 한번 내려 와” 등 내용이 모두 구구절절 한데 나 혼자만의 회상에만 그치지 말고 이러한 편지 사본들을 다시 편지를 보내 준 그 들에 게 환원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여러분은 받은 편지를 보낸 분들에게 환원시키자는 본인의 제안에 대해서 “반대 또는 찬성” 어느 편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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