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나는 아들 둘을 낳아 부자지간을 형성했으며 스스로 마음이 넉넉하니 진정 부자요 하 고 산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가진 이들의 허세와 과시를 질시하거나 상대적인 빈곤감을 가져보지는 않았으나 아직 노후대책이 완벽하지 못하다는 우려를 가끔은 하고 있다. 거기까지 준비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 아들 둘의 외국 유학이라는 변명거리가 있었지 만 실로 이재에 밝지 못한 나의 어리석음에 기인한다. 하지만 이제부터 준비하면 충분 하다 라는 생각과 집사람과 나의 면허증 두 개에 의지하며 위기의식 없이 살아가나 보 다.
결혼하고 내 집 장만하는 10 수년 동안 문화생활까지 접고 전전긍긍 하고 나니 사교육 비라는 불청객이 찾아와 가계를 총체적으로 어지럽히더니 결국에는 은행 문이 닳도 록 현금 서비스와 마이너스 통장에 신세(?)를 져야만 했다. 아파트를 팔아서 빛을 갚 고 아들 둘 해외 유학을 보내고 나니 결혼 후 20년간의 노력이 도로 아미타불이 되고 만다. IMF 직전에 다니던 회사마저 그만두고 나니 그야말로 풍비박산, 무일푼으로 노 숙자 신세와 다름이 없었고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만 했었다. 답답하고 암울 한 시기를 보내면서 화 병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며 스스로를 달래며 대책을 세워보 기도 했었다.
“궁하면 통하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고 했다. 월급쟁이에서 Professional Consultant로서의 거듭 나는 것이었다. 아들이 쓰다 놓고 간 컴퓨터를 사용하여 그 동안 알고 지냈던 해외의 Business Friend들과 사업개발을 위한 교신을 시작했다. 새로운 기회 모색을 위해 배수지진을 치고 절치부심하다 보니 솟아 날 구멍도 보이고 전략적으로 Approach하다 보니 은인도 만나고 귀인이 길 안내 를 자처하여 기대 이상의 결과를 창조할 수 있었다. 좌절을 딛고 이와 같이 새로운 삶 을 살다 보니 매사에 감사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드리는 지혜를 갖게 된 것도 또 하나 의 부산물이다.
최근 10년 가까이 내 몸을 무겁게 짓누르던 아들 둘의 해외 향토 장학금으로부터 이제 는 해방이 되나 보다. 큰 애는 이미 2년 전부터 전액 장학금으로 석사를 필두로 하여 박사과정을 이수 중이고 작은 애 또한 국내의 자매학교인 연세대학교에서 잔여 학점 을 이수하는 특혜를 받아 마지막 1년이라는 짐 마저 도 덜어 주었다. 결혼 생활 30주년 을 불과 2년 앞 둔 시점에서 또 하나의 분기점이 형성되나 보다. 자식 자랑하는 부모 는 팔불출이라고 했지만 사춘기의 반항 없이 그리고 어려운 외국 생활에서 옆 길로 빠 지지 않고 도덕적인 삶을 살아주니 내 마음이 넉넉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지금부터 진 정 부자가 되어볼까 나?
부자는 가진 것을 자랑하기 보다는 베푸는 데 인색함을 보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베 푸는 박찬호가 슬럼프에 빠지면 온 국민이 애타 하지만 박세리가 부진하면 그 아비 탓 을 하지 않던가. 불교에 빈자일등 이라는 말도 있지만 규모가 무슨 대수랴? 베푸는 연 습은 아무리 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을…….
경륜과 지혜를 주변의 사람들과 나누며 살기에 나도 부자다. 비록 재물을 많이 갖거나 축적하지는 못했지만 남 다른 경험과 짜릿한 성취감을 맛 본 것을 자부하며 지금도 꿈을 먹고 산다. 오랜 직장생활 중 몸으로 부닥쳐 터득한 지 혜는 삶의 의미를 재 조명하며 타인의 길라잡이로서 역할을 다한다. 왕도 나 지름길 을 제시하기 보다는 꾸준히 가되 실수 없는 길이 바로 내가 안내하는 길이요 시행착 오 예방에 최선을 다 한다. 소중한 경험과 주변의 관심이 나의 존재가치를 더욱 뜻 깊 게 하기에 나눔의 잔치를 항상 생각하며 사는 진정 나는 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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