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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다섯?
등록자 김원명 조회수 3921 등록일 2004.10.24

다리가 다섯?

수수께끼를 맞추어 봅시다.
남자라면 셋까지는 익히 알고 있는 바이지만 두 개를 더 보태면 무엇이 될까요?
목발에 의지하고 새로 걸음마를 하는 본인의 처지가 바로 그렇습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느냐? 물으신다면,
지난 9월 어느 비 오는 토요일 오후 죽전에서 신호 대기를 하던 중 초보 주부가 운전
하는 차에 받친 덕(?)에 목과 허리 그리고 무릎에 통증이 있어 X-Ray와 MRI를 촬영하
고 그 결과를 보니 목과 허리부분의 통증은 약간의 충격과 퇴행성으로 인정이 되나 우
측 무릎의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내심 각오하고 있었지만 담당
의사는 수술을 적극 권유하며 시기를 놓치면 인공관절 대체 시술이 불가피하다는 것
입니다. 나 같은 문외한이 보더라도 MRI 상으로 아예 전방십자인대는 아주 닳아서 없
어졌고 무릎관절 내 뼈와 뼈 사이에 있어야 할 연골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30
년 구력의 테니스를 과감히 끊고 골프에만 전념해 왔지만 최근 몇 년간은 내리막 길에
서 심히 부자유스럽고 특히 빠른 걸음이나 뜀박질은 할 수가 없으니 꺼져가는 건널목
신호등으로부터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인내를 배워야 했습니다.

의지와 인내의 한계를 벗어났음을 직감하고 무조건 항복하고는 수술을 받기로 했습
니다. 군에 복무하던 1973년 장교들끼리 내기 농구 시합을 하던 중 점프하여 공을 다
투다가 손상을 입은 것으로 그 후 제반 형편이 여의치 않아 30여 년을 그저 조심스럽
게 다루어 왔지만 한계에 도달한 것입니다. 군에서 다친 것을 10월 1일 국군의 날을 기
해 분당 차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사전 준비 및 척추 마취에 20분, 이어서 시술에 소요된 2시간 20분 그리고 회복실에서
30분까지 장장 3시간 10분 동안 그렇게(?)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치고 지냈습니다. 수술
제목은 “전방십자인대 재건 및 연골 재생”으로 살과 뼈를 깎는 고통이라 는 표현을 사
용해야겠지만 하반신 마취로 통증은 그다지 없었는데 단지 연골 재생을 위해 뼈에 구
멍을 스무 개 남짓 뚫는 충격은 마취에도 불구하고 척추까지 텅텅 하며 울리는 것이었
습니다. 수술 중에도 모니터를 보여주며 열심히 설명을 해주시는 선생님 덕에 지루하
지는 않았지만 정신은 말짱하니 만감이 교차할 밖에 없었습니다. 이 지경이 될 때까
지 방치한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수술과 회복에 필요한 2주를 나 자
신을 위해 투자하지 못하고 오직 가족과 소속된 조직을 위해 봉사할 수 밖에 없었지
않았는가와 같은 자가당착에 빠져보았습니다.

역설적으로 만일 나에게 이러한 Weak Point가 없었다면?
더 많은 스포츠를 즐기고 지금 보다 더 행복함을 느꼈을까?
아니면 또 다른 스포츠 손상으로 더 심한 고생을 하고 있을까?
아마도 후자일 것이라고 수술 중 의사와 농담도 나누었습니다.

30년 동안 지속적으로 나를 짓 눌러 온 무릎의 통증과 강박관념은 이제 영원히 나를
떠나나 봅니다. 즐기던 스포츠를 본의 아니게 하나하나 멀리해야 하는 과정에서의 좌
절감이란……. 차례대로 축구, 농구, 배구 그리고 야구가 나와 상관이 없어지고 특히
오랫동안 즐겨 온 테니스를 그만두던 때의 절망감이란 이루 말로 표현이 불가능하지
요. 운동 중이나 그 후에 느끼던 통증은 지나친다 하더라도 승부욕에 스스로 제동을
걸거나 자제를 하다 보니 근성에 변화를 보이는 것과 새로운 스포츠에 대한 미련을 버
리거나 도전의식의 결여는 가장 견디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새로운 희망이 보입니다.
수술 전에 가장 마음에 와 닿던 이야기가 바로 둘째 아들 녀석이 “아빠 수술 후에 테니
스 가르쳐 주세요.” 랍니다. 그리 해야지요.

이제 수술한지 20여 일이 경과되었고 열심히 재활훈련을 한 덕분에 2주가 지나면서
목발 신세는 면했습니다. 그 동안 운동으로 다져 온 하체근육도 일조를 하고 있습니
다. 체육관에서 매일 한 시간 정도 근육강화 훈련을 하면서 드라이버 300 야드를 날리
는 꿈과 테니스장에 화려하게 복귀하는 꿈을 꾸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평소 친구들에게 입 버릇처럼 이야기 하던 은퇴 후 지향하는 소일거리인 시골학교 운
동부 자원봉사 코치와 테마여행 가이드를 하기 위해 이제부터 몸 만들기를 열심히 하
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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