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젯따의 왈츠
내 평생에 오페라 무대 공연을 직접 관람한 것은 양 손에 꼽을 정도로 그리 많지는 않 다. 고등학교 다니던 무렵 명동 국립극장(시공관)에서 관람한 푸치니의 라보엠이 가 장 기억에 남고 다음으로는 미국 출장 중에 역시 푸치니의 나비부인을 시카고 시립 오 페라가 공연한 무대로 기억된다. 오페라를 감상하는 나의 수준은 아직까지 기초 단계 를 벗어나지 못해 오랜 동안 이해되지 않는 대화와 스토리 전개를 지루하게 지켜 보다 가 귀에 익은 아리아가 들릴 때 잠시 몰입을 하는 정도이다. 귀로만 듣던 라보엠 중의 그대의 찬 손, 내 이름은 미미, 무젯따의 왈츠 등과 나비부인의 주요 아리아, 어떤 겐 날, 허밍 코러스 등은 그 후 들을 때마다 각각의 무대의 분위기가 연상이 되다 보니 항 상 그 감흥이 새롭다. 그래서 라이브가 좋다는 것일까?
까까머리 고교 일년생에게 오페라라니 웬 말인가? 또한 해외 출장 중에 오페라 감상 까지 가야 할 정도로 음악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던가? 당시에 나는 음악에 심취했거 나 특별한 애착이나 필연성 따위는 전혀 없었고 단지 주변에서 만들어준 우연한 기회 에 불과했다. 음악대학 졸업반인 친척 누나의 강권과 데이트를 겸해서 갔던 것이 오페 라와의 첫 만남이었고 시카고를 출장 중에 음악을 매우 좋아하는 미국 회사의 회장님 초청에 따라 마피아가 운영하는 이태리 식당에서 간단히 스테이크로 저녁식사를 끝 내고 Civic Opera의 공연을 보았던 것이다. 해외에서 바라본 오페라 무대는 압권이었 지만 우선 Jet Leg가 발목을 잡는다. 설상가상으로 언어 전달의 문제점과 식곤증 등 은 나를 가면 상태로 유혹을 한다. 초대한 분에게 실례가 될까 봐 잔뜩 긴장했는데도 불구하고 귀에 익은 음악이 들려오면 반짝하고 지루하면 어느새 꿈나라를 헤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몇 년 후에 그 회장님은 나를 데리고 시카고 불스의 농구시 합 그리고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야구 시합에도 데리고 갔었다. 국내에서도 가보지 못 한 프로 농구와 야구를 해외에서 관전한 것도 오페라 감상만큼이나 이벤트로서 두고 두고 기억에 남는다.
오페라 아리아 중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 오거나 아예 대중음악으로 전환된 곡 또한 이 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 중에도 Don’t you know? 라는 노래 제목으로 더 유명한 라 보엠 중의 무젯따의 왈츠는 첫 대면부터 낯을 가리지 않고 나에게 다가왔었다. 귀에 익은 멜로디기도 했지만 소프라노가 아니었기에 더 자연스럽고 친근하다는 인상을 받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보충 설명을 듣고 보니 내용과 가사가 의미심장하고 음미할 수록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난에 시달리던 보헤미안 중의 한명인 무젯따가 귀족인 부자 애인을 데리고 옛 친구들 앞에 화려한 모습으로 등장하 여 한마디로 척(Pretend)하면서 부르는 곡인데 요약 정리하면 “그대들이여 나를 모르 는가?” 하고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하는 옛 동료들을 비아냥거리는 것이다. 예술에 살고 사랑에 울고 웃는 이들 앞에서 세상과 타협하고 세태에 오염된 모습을 보 여 주는 무젯따와 같은 부류는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이 시대 마지막 로맨티스트라고 자부하고 사는 그대 또한 자가당착 이나 자기도취에 빠진 무젯따는 아니던가? 나는 어디로 향해 가고 있고 현재 좌표의 재 수정은 언제 해 야만 하는지 항상 아리송하기만 하다. 무젰따가 되어 신나게 왈츠를 추어 볼까 나 아 니면 온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는 혜성 같이 나타난 다수의 정치판 무젯따들을 탓해야 하나? 하긴 어리석은 우리 민중만을 탓하는 것도 자기위안은 될 것이다.
인생은 오페라! 우리가 평생에 걸쳐 써가는 오페라 La Coreano(?) 그대의 역할은, 가난한 예술가 로돌포(Rodolfo)와 미미(Mimi)인가, 변신으로 행복(?)한 무젯따(Musetta), 아니면 주연은 꿈도 꾸지 못하는 잡초와 같은 엑스트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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