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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아침 ----------------------------김원명

조회 수 3032 추천 수 0 2010.10.13 11:11:39
침대와 아침
등록자 김원명 조회수 5573 등록일 2004.01.05

Bed & Breakfast

영국의 문화권 특히 Canada를 여행할 때는 천편일률적으로 호텔이나 모텔에 묵는
것 보다는 B & B라는 전통 민박을 권유하고 싶다. 현지의 Information Center를 방문하
면 B & B에 대한 소개는 매우 친절한데 대부분은 자원 봉사자의 친지나 가족이기에
사진첩으로 집을 소개해주거나 가격까지도 매우 자세하게 알려준다. 호텔과 달리 격
리되거나 프라이버시가 완전히 보장되지는 못하지만 그 들의 사는 환경과 삶을 엿볼
수 있고 꾸미 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다. 물론 돈을 목적으로 하지만 가족이 모
두 떠난 노 부부가 외로워서 아니면 취미 정도로 하는 집에 들르게 되면 기대 이상의
재미도 함께 할 수 있다.

캐나다의 불란서 문화권인 Quebec에도 B & B는 존재한다. 파리의 축소판이라고 일컬
어지는 Quebec 시를 방문하면서 일부러 도심 한가운데 있는 집을 골라 묵은 적이 있
다. 고색이 창연한 건물을 개조한 B & B는 Interior에서부터 내부 장식과 소품에 이르
기까지 우리 마늘님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60대 중반의 전통적인 불란서 할머니가
주인인데 영어는 간단한 말 몇 마디가 전부다. 방을 안내 받고 짐을 풀고 주변을 돌아
보니 서양 할머니의 정성과 취미가 흠뻑 배어 있고 검소한 듯 하면서도 화려한 방이었
다.. 시내 구경을 하고 돌아와 거실에서 다른 객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TV를 같이 본
연후에 잠을 청했다. 동이 트고 부산한 바깥의 동정과 함께 아침 식사를 청한다. 어제
눈인사를 나눈 객들과 함께하는 아침인데 주스, 빵과 그리고 커피가 전부인 컨티넨탈
식이기는 하지만 접시나 커피 잔 또한 예사롭지 않다.

B & B는 안 주인의 취향에 따라 집 구경을 하는 맛도 별미 중의 하나. 농부의 아내부
터 화가, 사진 찍는 사람, 인테리어, 바느질, 정원 가꾸기 등 직업과 취미도 다양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호텔의 Suit Room을 뺨 칠만한 호화로운 방에서 귀족인 된 듯 하룻밤
을 보낼 수도 있는데 아직도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는 몇 군데의 B & B를 소개해 본다.

첫째, 빵과 바꾼 포도주
Quebec에서 동쪽으로 하루를 달린 후 농촌 마을에서 방을 구하게 됐는데 농부의 아
내는 불란서어만으로 나는 영어만으로 이야기를 했지만 하룻밤을 묵어가는 데는 성
공을 했다. 이층에 있는 아무 장식도 없는 평범한 방에 누어 잠을 청하려 하니 적막강
산 인데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 B & B에서는 아침만을 제공하기에 저녁은 스스
로가 챙겨야 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농촌 마을에서 레스토랑을 발견하기도 힘들고 해
서 가게 집에서 대충 끼니를 때웠더니 그런 모양이다. 이 때 회를 동하는 냄새가 아래
층에서 솔솔 올라오는 데 다름 아닌 빵 굽는 냄새였다. 빵을 안주 삼아 포도주 한 병이
라는 생각이 불현듯이 떠오른다. 그 들로부터 빵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 과제였지만 궁
여지책으로 빵과 바꾸어 먹자는 제의를 하려고 갖고 있던 Red Wine, Medoc 한 병을
들고 내려가 안 주인과 몸 짓과 손 짓으로 대화를 시작했는데 빵을 가리키며 포도주
를 건네는 시늉이 전부였는데 반응은 예외였다. 남편과 애들까지 부르고 우리를 테이
블로 안내를 한다. 그들은 지속적으로 불어만 했지만 눈치로 때려 잡은 이야기는 일주
일에 한번 빵을 군다는 내용이었고 자기들은 빵을 제공하고 내가 갖고 온 포도주는 같
이 마시자는 것이었다. 공정거래에 양자는 이내 합의를 하고 색다른 파티를 즐겼다.

둘째, 원로 선배와의 만남
Nova Scotia라는 섬은 남한의 반 정도의 크기인데 해안선을 따라 조그만 항구와 마을
들이 어우러져 아기자기하다는 말이 어울린다. Nova Scotia는 영어의 고어로
Northern Scotland라는 뜻이며 Halfax가 주의 수도이며 해군 기지가 있고 얼마 전에는
피카소의 그림을 실은 비행기가 떨어져 세인의 주목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특히 섬
의 서쪽 가운데 부분에 위치한 마호니 베이는 말로 설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
고 바다와 더불어 함께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은퇴 후의 삶을 생각해볼 정도다. 나는
이 곳을 두 번이나 찾았는데 한 번은 바느질을 하는 안 주인이 운영하는 Victoria Style
의 화려한 방에서 묵었고 또 한번은 집 대문에서 바다가 바로 20M 앞인 평범한 집에
서 묵었는데 후자가 더욱 기억에 남는다.

70이 넘은 주인 할머니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고 이층 방으로 안내를 하는데 온통 벽
이 사진으로 가득 차 있었고 모두가 할머니의 작품이었다. 마호니 베이의 4계절이 그
야말로 파노라마와 같아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이 할머니는 돈이 궁하기 보다는 아
들 딸 모두 대처에 내 보내 놓고 영감님과 둘이 외로워 B & B를 운영하나보다라는 생
각이 들었고 물론 객도 우리 둘뿐이다. 짐을 대충 풀고 Wooden Ship Festival(나무 쪽
배 축제)이 벌어지는 마을 중심가의 English Pub에서 식사를 하고 돌아와 거실을 둘러
보니 낮이 익은 물건들이 눈에 띈다. 바로 유발과 유봉으로 약을 분쇄하거나 고루 섞
을 때 사용하지만 약의 상징물로서 가족 중에 누군가는 약사라는 생각이 들어 물어보
니 할아버지가 은퇴하신 약사이며 슈퍼마켓의 사장과 Halifex의 약사회장까지 역임하
셨단다. 우리도 한국에서 온 부부 약사라고 소개하자 할머니께서 말씀을 전하셨는지
우리를 보러 거실로 나오셨다. 할머니 설명에 의하면 부군께서 손님과 직접 대하는 것
은 처음이시란다. 당당한 풍채와 함께 위엄을 갖추신 분이었지만 우리는 금방 같은 전
문인 입장으로 돌아가 양국의 현황과 상호 관심사에 대하여 2시간 이상이나 대화를
나누었다. 다음날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 아침식사를 같이하면서 이것 저것 권하시며
최대한의 관심을 표명해주던 원로 선배와 할머니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셋째, 뒷마당이 골프 연습장
캐나다 록키를 구경하고 Vancouver로 돌아 오는 길에 하루 걸이 정도를 남겨 놓고 사
막 한 가운데인 샌루이스오비스포에서 하루를 묵기로 했다. 방을 구하면서 가능하면
오후에 골프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마침 골프장으로부터 3마일 거리에 있는 적당
한 집을 소개 받았다. B & B 표식이 없어 주소를 수소문해 겨우 찾았고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녀가 우리를 맞이하는데 여느 부부와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웬 지 안
사람이 진짜 주인이고 남자는 동거 남(?)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짐을 방으로
옮기자 마자 골프 하러 간다니까 여 주인은 자신의 클럽까지 우리 집 사람에게 빌려주
며 친절을 보이고 남자는 골프장에 자기도 가니까 그 곳에서 만나자고 했다. 우리는
서둘러 골프장으로 향해 Twilight지만 16홀까지 즐기고 클럽하우스에서 저녁을 즐기
고 돌아왔다. 물론 그 골프장은 그 동네의 놀이터였고 동거 남과는 맥주 한잔을 같이
나누었다. 색 다른 것은 다음 날 아침이었는데 일찍 일어나 집 주변을 돌아보다 보니
바로 그 남자가 골프 연습을 하는데 집 뒤로 흐르는 냇물을 향해 샷을 날린다. 뒷마당
에 고무 매트를 깔고 연습장에서 집어온(?) 공을 때리는 것이었다. 강권에 의해 나도
몇 번은 날렸지만 골퍼가 하지 않아야 할 행동임에는 틀림이 없다.

여행 후일 담 중에서도 B & B는 많은 추억거리를 만들고 오랫동안 간직하게 해준다.
물론 약간의 모험 정신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언어가 큰 장애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
다. 현지인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 들과 대화하고 때로는 감동을 받을 수 있는 B & B에
서의 하룻밤을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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