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자동차
차창 밖을 내다보니 차가 갑자기 이상한 도로를 달리고 있다. 다리를 건너 시내 고속 화도로 진입을 얼마 앞둔 지점에서 교통이 혼잡하니 아예 자전거 전용 도로로 겁도 없 이 들어선 것이다. 봉고와 유사한 자동차를 타고 Shanghai의 서쪽 Quingfu에 있는 공 장을 방문하고 오는 길이었는데 우리와는 달리 자전거 전용도로가 버스까지 다닐 정도로 넓어 가능한 일이지만 나 스스로가 범법행위를 방조하는 것 같아 좌불안석이 다. 조수석에 앉아 안내하던 불란서 친구에게 근심스럽게 물으니 괜찮단다. 경찰에 걸 려도 외국인인 자신이 가자고 했다면 그냥 보내준다며 두고 보란다.
자전거들도 요령 있게 버스나 차를 피해서 각자의 길을 갈 뿐 다툼이 전혀 없다. 자동 차의 품격이 사람보다 높은 나라이기에 가능하지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진 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다리가 끝나 는 지점에 다다르니 경찰들이 위반차량에게 스티커를 발부하고 있는 상황이 눈에 들 어온다. 꼼짝 없이 걸린 것인데 어찌하나 두고 볼 일이지만 운전사의 표정은 아주 태 연하고 예의 외국인 우대 분위기를 밀고 나갈 모양이다. 이 때 앞차로부터 후진하자 는 신호가 왔다. 경찰과의 사이에는 차량이 10대 정도인데 순간 앞으로 돌파할 것인 가 아니면 거꾸로 갈 것인가를 고민을 하던 운전사는 후자를 택했다. 500미터를 후진 하여 겨우 일반도로로 다시 진입하였지만 역시 제어하는 경찰이나 시민정신은 없었 다.
치솟아 오른 고층 빌딩과 외부 환경은 얼핏 Hong Kong을 닮아 가는 Shanghai는 중국 의 수도 Beijing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Beijing이 역사와 정치의 중심이라면 Shanghai는 오래 전부터 상업의 중심지라는 표현이 걸 맞게 서구화와 개방화를 일찍 서두른 모습이 쉽게 감지된다. 영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분강을 따라 늘어선 Classic 한 건물 군을 비롯하여 Pudong의 고층 건물은 강남을 연상시키고 新天地(센첸리)의 Café는 파리의 샹제리제를 방불케 하며 저녁도 1인당 100US$ 이상 호가하는 것도 그 리 놀라는 눈치가 아니다. 중국 총리의 인상된 본급이 3,120 Yuan, 우리 돈으로 30여만 원 정도니까 총리는 이 곳에서 두 번 식사를 하면 한 달치 봉급을 날린다. 믿거나 말거 나. 여기가 중국 맞아요 하는 의구심 마저 든다.
새로운 도시에서 늘 하듯이 Shanghai 박물관에 가 보았다. 내 이름이 수시로 발견되 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준다. 元明시대 그리고 바로 그 전에 金인데 합치면 내 이름 이 된다. 눈 길을 끄는 것이 하나 둘이 아니다. 동전의 역사, 청동기 문화, 서화, 소수 민족의 복식문화와 가구 등의 전시가 인상 깊게 다가왔다. 두 세시간 둘러 보고 나와 길을 걷다 보니 무척이나 불편하다. 건물은 번듯하지만 바로 앞의 인도는 대부분 공 사 중인데 보행인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건널목에는 보행지도원이 있지만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구분이 가지 않는다. 하긴 서비스나 봉사 차원 보다는 그 들도 공무원 일 테니 말이다. 한 마디로 걷기 힘들고 건널목을 건너려면 상당한 주위를 요한다. 손 을 들고 건너는 나에게 여전히 파란 불인데도 불구하고 택시는 힘의 논리로 위협을 가 한다.
우리도 그러했지만 외국인에 대한 우대 조처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호텔 문을 나서면 Bell Boy가 외국인에게 쏜살같이 다가와 Taxi를 잡아 줄 것을 자청하고 그렇게 해 준 다. Taxi 잡기가 힘든 시간대에 이 같은 배려는 상상을 초월한다. 현지의 외국인 들은 중국인의 이 같은 배려를 즐기면서도 그 들의 문제점을 낱낱이 지적을 한다. 예를 들 면 상가 앞의 광장을 두세 번 뜯어고치는 것은 다반사란다. 전기나 가스 매설을 위해 한번, 조경 및 환경 조성을 위해 두 번째 그리고 진입로 개선 등이 이유라는데 얼마 전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보는 것 같아 긍정도 부정도 아닌 즉, 영화 25시의 주인공 안 소니 퀸의 어정쩡한 표정이 되는 것을 한국인이라면 공감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들 의 잠재력이 상상을 초월하는 것은 시인해야만 한다.
우리의 현실을 비교해 보자, 긍정적인 면에서는 질서의식이 매우 높아 버스 전용도로 나 고속도로의 갓길 운행이 줄어들고 있지만 1,2차선과 고속도로의 추월 선을 유유히 운행하는 화물차는 중국은 물론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진 풍경인데 이를 노태 우 전 대통령만 탓 할 수는 없지 않는가. 또한 하향 평준화와 너나 내나 다를 게 없다 는 사고가 주류를 이루는 사회 통념이 경제적 환경을 내리막으로 조성하고 있으니 우 리가 더욱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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