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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낭만 그리고 골프
등록자 김원명 조회수 6293 등록일 2003.10.21

여행하면서 골프하고 특히 레드 와인을 한 병 곁들여 즐기는 저녁식사는 늘 그리던 일
이고 몇 번인가 이런 작은 행복을 해외에서 가져본 적이 있다. Golf를 위한 Group
Tour 중 내일이 종말이라고 해도 나는 오늘 36홀을 돌겠다는 자세로 동남아 일대를 헤
매기도 했고 일본의 호까이도에서는 108홀을 3일간에 걸쳐 돌고도 부족해 떨어져 있
는 3홀을 더 돌아 111홀을 내돈 땡전 한푼 안내고 돌아본 기억도 있다. 많은 라운딩 수
가 행복을 가져다 주더냐라고 물어보신다면 대답은 당연히 No!

Europe에서 골프를 하기란 그리 쉽지는 않지만 무리해서 독일에서 두 번, 아일랜드
와 남부 프랑스에서 각각 한번 씩 라운딩을 해본적이 있다. 독일의 골프장은 주변 경
관 즉 고성이나 숲과 잘 조화를 이루지만 질퍽질퍽한 페어웨이와 떨어진 사과는 골프
공과 분별을 어렵게 하여 그렇게 재미있었다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는데 비하여 아
일랜드는 매우 색다른 점이 있어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자연미를 그대로 최대한 살
리면서도 난이도와 골퍼의 변별력을 보여주는 설계가 돋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황
량한 목장과 갈대밭도 지나고 장미가 화사한 화단에서 lost ball을 찾기도 한다. 호수
위에 떠 있는 그린을 향해 쏘는 맛이란 공 몇 개 잊어버리면 어때 하고 나 자신에 관대
해지기도 한다.

아일랜드는 유럽의 3대 빈국 중의 하나지만 골퍼에게는 천국이다. 여름에도 해양성
기후 탓으로 선들선들 바람이 불고 땀이 날 새가 없다. 그리 덥지 않고 그 옛날의 양치
기 모습으로 되돌아가기 쉬운 구릉과 늪을 벗 삼아 샷을 날릴 수 있다. 인구 500 만명
에 골프장이 650개라니 우리 골퍼에게는 군침이 스르르 돈다. 이 나라에서 특이한 것
은 교회를 개조하여 숙소나 레스토랑으로 사용하는 것이 많다는 것이었다. 신심이 사
라져서인가 아니면 사업이 잘 않되나? 더블린 시내의 한 수도원을 개조한 호텔에 묵
은 적이 있는데 미국인 Group Tour Golfer들이 매일 로비나 식당을 점령(?)하고 떠들어
대 주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다반사다. 아일랜드는 어글리 아메리칸들의 또
다른 골프장이었다. 역사, 문화에 더불어 날씨, 골프장 그리고 비용까지 저렴하니 한
마디로 완벽한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언젠가 한 열흘 이 곳에 묵으면서 그들의 역
사와 문화의 정체성을 이해하는데 탐닉하며 낮에는 골프 밤에는 그들의 맥주
Guiness 를 즐겨보는 꿈을 갖고있다.

수도 Dublin에서 남쪽으로 90마일 떨어진 Athron이라는 곳에 방문처가 있었고 그들의
배려로 고성을 내부 수리하여 만든 회사의 Guest House에서 며칠 묵게 되었는데 하루
는 골프까지 일정을 배려해 주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나는 회장의 이니셜이 박
혀있고 특별히 주문한 클럽으로 라운딩을 했다. 그들의 성격이나 손님 대접이 우리네
그 것과 매우 유사하게 매우 융숭하며 정성을 다하는 것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특히
House Keeper는 Best였다. 우리가 떠나는 다음날 회사의 토너먼트가 있는데 그녀는
여사원 중 일 순위 우승 후보란다. Handicap이 4라는 말에 존경한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골퍼는 항상 Low Handicap Golfer에게는 항상 존경심을 표현해야만 한다.

아일랜드에는 아직도 자가용 기사를 흔히 볼 수 있다. 전 근대적인 직업구조를 갖고
있지만 그들 나름 데로는 매우 행복하다. 금요일 밤부터 밤새워 마실 흑맥주 Guiness
를 생각하며 일주일을 보낸단다. 우리도 골프 후에 저녁식사를 하면서 Red Wine을
각 일병 씩 마셨는데 호스트 부부가 2차를 가자는 것이 아닌가. 의아해 하면서 따라
간 곳은 전통적인 Irish Pub, 영국의 Pub 보다 조금 더 낡았다라고 생각하면 큰 무리
는 없다. 단, 인간미와 활기는 더욱 넘치고 흐르며 바이올린 반주에 탭 댄스를 하는 종
업원이나 흥에 겨워 노래를 하는 모습까지 분위기가 다양하며 이 것이 바로 그 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이다. 교회를 개조한 식당에서 엄숙하게 식사를 하고 와보니 이 곳
이 살만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목구멍을 넘어가는 Stout인 Guiness의 맛이란 실제
로 느껴 보아야지 말로는 설명이 어렵다. 우리는 주변과도 쉽게 하나가 되었고 그들
은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는 것을 공개하고 같이 노래를 하잔다. 아는 것이 London
Dally(일명 Oh, Denny Boy!). 목청 뽑아서 노래 부르니 그 기분은 가라오께의 그 것과
는 천양지차.

Dublin 시내에는 한국 음식점이 하나도 없다. 하긴 한국사람이 Business를 하러 오거
나 관광을 가야 되는데 아직 우리네의 일반적인 시선을 끌만한 것은 없고 오히려 북아
일랜드쯤으로 생각하여 분쟁지역으로 혼동하기가 일쑤이다. 마침 틈이나 이층버스
를 타고 더블린 시내를 관광하다 보니 가이드가 갑자기 영국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대
목에 이르러서는 목이 메인다. 그 들에게 억압 받아온 일을 어찌 일일이 열거하리요
하는 심정이다. 우리가 일본과 일본인에게 느껴온 감정의 몇 배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일랜드인들이 너무 머리가 좋다 보니 이들에게 술을 권장하여 국민 모두를 주정뱅
이화 했다는 영국인의 교활함을 보라. Irish Whisky가 이래서 유명해졌고 예술을 제외
한 분야에서는 철두철미한 탄압과 철권 통치로 일관한 것이 바로 영국이다. 극작가 오
스카 와일드를 비롯하여 이름께나 있는 소설가는 헤아릴 수 없으며 존포드 감독이나
존웨인도 이 나라 출신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영화 등에서 가끔 Irish인의 삶을 그
린 것을 접하곤 하는데 눈으로 확인 한 것과 대동소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과 낭만 그리고 골프는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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