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총동창회 지부동호회 주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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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 happy! Power Social Worker
탁구 예찬 

                                                                                                      김 풍오

 

  월요일 아침이면 부산해진다. 탁구 모임에 가기 때문이다. 아침 신문을 다 읽고

이번 주에 할 일을 체크한 다음 마지막으로 컴퓨터를 켜고 이메일을 본다. 그리고

수건과 마실 물을 챙기고 탁구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선다.

  집에서 5분이면 자치회관 탁구장에 도착한다. 벌써 부지런한 회원들이 탁구대를

펴고 커피를 준비하고 있다. 모두들 모닝 커피를 마시면서 주말에 있었던 얘기들

하느라 여념이 없다. 나는 커피를 선착순으로 마신 다음 준비된 선수와 난타를 치

기 시작한다.

  탁구는 그 속도감 때문에 탁구공과 상대방의 움직임 외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 못

한다. 빠른 공을 칠 때는 마치 번갯불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 이만큼 고도의 집

중력이 요구되는 운동도 없다 하겠다. 골프를 칠 때 어드레스하고도 공을 칠 때까

지 갖은 상념이 머릿속에 어른거리는 것과는 사뭇 대조된다.

  이렇게 나의 일주일은 탁구로 시작된다. 두 시간 동안의 운동은 몸과 마음을 개

운하게 해주고 일주일을 즐겁게 보내도록 해준다. 내가 이렇게 탁구의 매력에 빠지

게 된 계기는 작년 초에 테니스를 하다가 오른쪽 다리의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당하게 된 것이었다. 70년대 중반부터 즐기던 테니스를 더 이상 못한다고 생각하니

여간 섭섭하고 아쉬운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운동을 해야만 했다. 운동을 좋

아하기도 하지만 당뇨의 조절을 위해서라도 땀 흘리는 운동을 해야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탁구였다.

  사실 나는 테니스와 골프를 최우선의 취미로 하던 시절에는 탁구를 좀 시시하게

여겼었다. 테니스나 골프처럼 넓은 공간에서 운동하는 것에 비하여 탁구는 좁은 공

간에서 움직이는 것이 좀 마땅치 않아 보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얼마나 잘못된 생

각이었는지 모른다.

  탁구는 매우 섬세한 운동이다. 지름 38mm 무게 2.5그람에 불과한 탁구공의 변화

무쌍한 움직임 때문이다. 그 작고 가벼운 공은 스핀을 잘 먹기 때문에 어떤 구기

보다 테크닉이 다양하다. 야구에서 투수가 여러 가지 볼을 던지는 것은 공을 잡는

형식에 따른 다양한 스핀 때문이다. 테니스에서도 톱스핀, 슬라이스 등 치는 방식에

따라 스핀을 넣을 수 있고 골프에서도 페이드 샷이나 드로 샷을 구사할 수 있지만

탁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탁구에서는 서브가 아홉 가지나 된다하고 스핀 종류

만 해도 루프드라이브, 사이드스핀, 톱스핀, 백스핀 등 다양하기 그지없다. 탁구 경

기에서 나오는 현란한 플레이는 이러한 다양한 스핀의 구사 능력에 따라 나온다.

 

  이곳 자치회관의 탁구 회원은 남자 6명과 여자 8명으로 모두 14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령층으로 보면 30대 중반의 학원 강사부터 8순을 넘긴 할아버지까지 다양

하다. 이 중에 고희를 바라보는 영숙이라는 분이 있다. 그녀는 탁구 경력이 5년 되

었다는데 제법 잘 치기도 하려니와 여간 즐겁게 탁구를 하는지 모른다. 어느 날 그

녀는 탁구를 시작하게 된 얘기를 나에게 들려주었다. 5년 전 당시에 아이들 다 결

혼시키고 나니 허전하기가 그지없었다 한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친구도 많은 편이

아니고, 지팡이를 짚고 다닐 정도로 건강도 안 좋았다고 한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

자치회관의 탁구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단다. 어느 날 와서 관람해보니 자기 또래의

아줌마들이 깔깔대며 탁구를 하는 것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탁구를 시작하였다고 한다.

  얼마 안 있어 지팡이도 필요 없어지고 소화불량이라든가 하는 잔병도 없어지고

건강이 눈에 띠게 좋아지게 되었다고 한다. 거기에다 성격도 활달해지고 활기차게

생활하게 된 것이 모두 탁구 때문이라며 탁구 예찬에 입에 침이 마를 지경이다.

에서 듣던 분이 한마디 거든다.

 “아유, 글쎄 큰 아들이 너무 좋아가지고 초창기에 떡도 해오고 밥을 몇 번이나

샀다니까요.”

 

  탁구가 서민 운동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기원(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음)은 프랑스의 궁정에서 귀족들이 즐겼던 운동이었다. 세계 1,2위 부자인 빌 게

이츠와 워렌 부펫이 탁구광이라는 것은 이 기원설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그들 집

에 전용 탁구대를 설치해 놓고 동호회원들과 탁구를 즐긴다고 하니 말이다. 탁구에

서 말미암은 정신력과 집중력이 그들로 하여금 그렇게 대부호가 되도록 해준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탁구는 또한 국제 외교적인 사건에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고 단절된 사회와의

가교 역할도 한다. 70년대 키신저를 앞세운 미국 닉슨 대통령의 대중국 외교에서

물꼬를 튼 것이 미국과 중국의 탁구 경기인 것은 유명한 사례다.

 나는 90년대 중반 국제기구의 펠로십으로 스웨덴에 2개월 머무른 적이 있다.

때 소속되어 있던 기관이 아세아 아톰이라는 회사였다. 그곳의 노조위원장이 주선

하여 형무소로 탁구를 치러 간 적이 있다. 수인들과 탁구를 치고 차를 마시고 즐거

운 한때를 보냈다. 그곳 스웨덴 교정기관에서는 출소가 얼마 안남은 사람들이 사회

에 나가 적응을 잘하도록 일반 사회인들과 교류를 시킨다는 차원에서 교도소 내에

탁구장을 운영한다는 것이었다.

 

  지난주에는 코리아라는 탁구를 소재로 한 영화를 보았다. 남한과 북한은 1991

4월 일본 지바에서 열린 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 단

일팀으로 출전하였다. 같은 한국말을 쓰지만 이념적 장벽에 따른 너무나 다른 사고

방식과 생활방식을 가진 두 팀이 하나로 어우러져 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되었

. 단일팀 코리아의 복식조는 남한의 현정화와 북한의 리분희였다. 한국의 대표적

인 두 여배우인 하지원(현정화역)과 배두나(리분희역)의 열연이 영화의 긴장감과 완

성도를 높여주어 재미있었다. 한때나마 탁구는 남북한 분단의 슬픔을 잊어주게 하

는 매체 역할을 한 것이다.

  다음 주 금요일에는 고등학교동창 탁구모임이 있다. 작년 가을에 결성되었을 때

만해도 내가 준호에게 4개를 잡혀주고 게임을 해도 내가 이기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2개 잡고 내가 이기는 비율이 많다. 자치회괸을 드나들면서 내 실력이 많이 늘었다

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나보다 한참 먼저 시작했는데 지금 그는 은근히 나를 경

계하고 있는 것이 말이나 표정에서 감지되고 있다. “준호야, 기다려! 이번 가을에는

너를 따라가고야 말 것이야.” 그날 그의 표정이 어떨 것인지 그려보는 게 요즈음

나의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선우진호

2013.08.09 09:43:01
*.169.167.2

풍오야,

참으로 재미있게 즐독했다.

글힘이 대단하다.

쿠퍼티노에서 진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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