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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맛집-뼈꼬시, 금풍생이, 장어탕

조회 수 7113 추천 수 0 2013.04.22 23:5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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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를 대표하는 맛, 하모를 파는 당머리 하모거리를 찾아갔지만 아쉽게도 모든 식당이 문을 닫았습니다. 하모가 나는 5월 중순부터 영업한다고 합니다. 여수에 다시 갈 핑계가 생겼습니다.  /사진=이경민 기자

 

 

전국 ‘맛골목 투어’ 2탄은 전남 여수에서 펼쳐집니다. 맛의 고장 전라도에서도 여수는 해산물을 이용한 별미와 별미 식당이 모인 골목이 많은 도시입니다. 속풀이 해장국으로 그만인 장어탕을 파는 장어골목, 구수하고 짭조름한 생선조림을 각종 쌈채소에 싸 먹는 쌈밥집이 모여 있는 쌈밥골목, 밥 도둑 게장골목, 여수 사람들이 ‘뼈꼬시’라고 하는 뼈회(세꼬시) 잘하는 횟집이 모여 있는 돌산 계동마을에 다녀왔습니다. 맛골목을 도는 사이사이 ‘샛서방고기’ 금풍생이, 막걸리식초와 초고추장으로 매콤새콤달콤하게 무친 서대회 같은 여수의 봄맛도 보고 왔습니다. 당머리 하모(갯장어)거리는 오는 5월 중순 갯장어가 잡힐 때까지 문을 열지 않아 맛보지 못하고 아쉽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장어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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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승완 기자 

 

음식이 맛있느냐 없느냐를 평가하는 개인적 기준 중 하나는 속도, 즉 ‘얼마나 빨리 먹느냐’이다. 맛있는 음식은 순식간에 먹어치우거나, 천천히 오랫동안 음미한다. 빨리 먹을 때는 입에서 본능적으로 당기는 음식, 천천히 음미할 때는 머리로 평가하고 감상하는 음식이다.

 

전남 여수 ‘장어골목’에서 장어탕을 한 그릇 비우는 데는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먹었다기보다 마셨다고 해야 할 듯하다. 전형적인 입에서 당기는 음식이었다. 술을 마시지 않았건만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일부러 술을 진탕 먹고 속을 쓰리게 한 다음 왔어야 이 장어탕의 진가를 만끽했을까’ 싶을 만큼 시원했다.

 

장어골목은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 맞은편 ‘여수돌산갓어물갓김치’ 가게와 ‘남면상회’ 사이에 있다. 골목을 따라 ‘명창식당’ ‘화태식당’ ‘명성식당’ ‘황금해장국’ 등이 있고, 다시 길을 건너 이어지는 골목에 ‘백제식당’ ‘이화장어구이요리전문점’ ‘7공주식당’이 있다. 골목 끝은 교동시장의 시작이다. 골목 터줏대감으로 “딸만 일곱을 낳았다”는 고정자(67)씨가 운영하는 ‘7공주식당’에서 장어탕을 먹었다.

 

기름이 적어 담백한 붕장어(아나고)로 끓인다. 구이용 장어를 다듬고 남은 등뼈와 대가리를 푹 끓인 국물을 쓴다. 여기에 콩나물과 양배추까지 더해졌으니 시원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고춧가루가 매콤한 개운함을, 들깨 가루가 구수한 맛을 더한다. 들깨 가루는 구수하지만 자칫 음식을 텁텁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고씨는 이 ‘양날의 검’을 능숙하게 다룬다. 전체적인 맛의 균형이 경쾌하다.

 

밑반찬도 아주 좋다. 둥글납작 큼직하게 나오는 무김치는 좀 많이 익은 동치미 무처럼 시지만 시원하다. 손님이 가위로 알아서 썰어 먹어야 한다. 고춧가루와 참기름, 참깨로 버무린 쪽파와 여수 돌산에서 나는 갓으로 담가 톡 쏘는 갓김치는 장어탕 국물의 감칠맛을 기하학적으로 상승시킨다.

 

고정자씨와 이곳 장어골목 식당 주인들은 요즘 손님이 아니라 장어가 없어서 고민이다. 고정자씨는 “장어가 없어 갖고 아주 그냥바다에서 뭐가 안 나뿔라서”라며 안타까워했다. “벌써 (장어 골목에 있는 식당 중) 두 집이 문 받아부렀어. 장어만이 아니여. 요즘 바닷고기가 엄청 귀해부러. 여수가 큰일이여.”

 

그래서 7공주장어탕에서는 장어탕 가격을 최근 1만원에서 1만2000원으로, 장어구이도 1만6000원에서 2만원으로 올렸다. 식당에 오는 손님한테만 내주고 포장 판매도 더 이상 하지 못한다. 아쉬운 일이다.

 

 

계동마을 뼈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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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경민 기자

 

여수 사람들은 “여수가 뼈꼬시의 고향”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뼈꼬시란 말을 처음 들어서 알아보니, 뼈회(세꼬시)였다. 뼈를 발라내고 포를 뜰 정도로 크지 않은 생선을 회로 먹기 위해 잔뼈에 무수히 많은 칼집을 넣은 것을 말한다. 씨알이 작은 잡어 따위를 먹기 위해서 개발한 방식인데, 이걸 더 선호하는 이들도 많다. 뼈를 씹는 맛도 좋고 살만 먹을 때보다 더 고소하단 것이다. 뼈꼬시는 일본말 세꼬시를 여수 사람들이 그 의미를 살려 한국식으로 변화시킨 말인 듯하다.

 

뼈꼬시는 여수에서도 돌산 바닷가에 있는 계동마을이 이름났다. 해안을 따라 횟집 대여섯 곳이 늘어섰다. 어딜 들어가도 뼈꼬시를 먹을 수 있다. 가장 오래됐다는 ‘계동횟집’ 주인 이내화(68)씨를 가게 앞에서 만났다. “한 22년 됐나? 처음에야 먹을 게 없어서 하게 됐지. 우리 한 집 했어. 그러다 소문이 나면서 도로 포장도 안 된 여기까지 여수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어. 식당도 늘어났고. 숭어, 쥐치, 뽈락, 도다리, ‘깔다구’라고 하는 새끼 농어 따위를 뼈꼬시로 주로 내요. 솜씨? 노하우가 있어야지.”

 

이씨가 말한 노하우는 회 뜨는 솜씨뿐이 아니었다. 계동마을 뼈꼬시는 ‘양념장’이 독특하다. 이씨는 아내가 아파 손님을 받지 못한다며 옆에 있는 ‘수평선횟집’에 가보라고 했다. 주인이 배 타고 나가 생선을 직접 잡아다 쓰는 집이라고 했다. 뼈꼬시를 주문하니 양념장이 함께 나왔다. 된장에 통들깨와 어슷 썬 파, 참기름, 들깨 가루, 약간의 고춧가루를 고루 버무린다. 다른 지역에선 본 적이 없는 양념장이다.

 

이 양념장을 뼈꼬시와 함께 먹는다. 상추나 깻잎, 봄에는 배춧잎에 뼈꼬시회 몇 점을 놓고 양념장을 얹어 쌈을 싸서 입에 넣는다. 씹으면 통들깨가 깨지면서 들깨 특유의 짙고 구수한 향이 입안에 퍼진다. 으깨진 들깨가 된장과 더해지면서 자연산 뼈꼬시회 맛과 부드럽게 융합된다.

 

서너 가지 생선 뼈꼬시회가 한 접시에 나온다. 수평선횟집에는 5만·6만·7만·8만·10만원짜리가 있다. 주인은 “둘이서 5만원짜리 정도면 알맞다”고 했다. 언뜻 양이 적어 보이지만, 밑에 무채 따위가 깔리지 않아 보기보단 푸짐하다. 뼈꼬시회가 나오기 앞서 전복·멍게·개불·소라숙회·부침개·갓으로 담근 물김치 따위 반찬이 푸짐하게 깔린다. 뼈꼬시회를 먹고 나면 식사로 굴을 넣고 끓인 떡국을 준다.

여수 시내에서 돌산대교를 건너 자동차로 20분쯤 달리면 계동마을이다. 돌산대교에서 무술목해수욕장 방향으로 17번 국도를 따라 10분쯤 달리다가 무술목삼거리에서 왼쪽 길로 간다. 잠시 후 해안길을 만난다. 왼쪽 차창으로 펼쳐지는 서로 다른 톤의 푸른빛을 가진 바다와 하늘 사이에 작은 섬들이 둥둥 떠 있다. 이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만으로도 충분히 값어치를 하는 여정이다. ‘계동’이라고 적힌 표지판을 따라 다시 좌회전해 들어가면 나타나는 포구가 계동마을이다.

 

 

여서동 쌈밥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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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경민 기자

 

여서동5길을 따라 쌈밥집 네댓 곳이 늘어서 있다. 제일 이름난 ‘미소쌈밥’은 이 길에서 좀 떨어진 여서동3길 은현교회 맞은편에 있었다.

 

가게 문에 ‘정어리’라고 종이에 유성펜으로 써붙인 걸 보니 정어리쌈밥을 먹어야 할 철인 듯싶었다. 식당 주인은 “얼마 전부터 정어리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가을까지 나온다”고 했다. 정어리라는데 남자 어른 손가락 굵기 정도로 흔히 보는 것보다 잘다. 제주도에서 맑은국 끓일 때 쓰는 큰 멸치나 각재기 정도 크기다. 여수 앞바다에서만 잡히는 특정한 종류의 정어리인 것 같다.

 

납작한 냄비에 우거지와 고구마줄기 따위를 깔고 그 위에 정어리를 얹는다. 고춧가루와 간장으로 양념해 바글바글 끓여낸다. 구수하면서도 칼칼하다. 살이 일반 정어리보다 보드랍다. 뼈는 굳이 발라내지 않아도 될 만큼 연하다. 대접에 나온 밥에 넣고 썩썩 비벼서 각종 쌈채소에 크게 싸서 입에 넣고 우적우적 호쾌하게 먹어야 맛있다. 고등어쌈밥·정어리쌈밥 1인분 7000원, 제육쌈밥 8000원. 2인분 이상 주문해야 한다.

 

 

당머리 하모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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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경민 기자 

 

장어라고 통칭하지만 네 가지 정도로 크게 나뉜다. 흔히 구이로 먹는 장어는 민물장어다. 일본말로는 ‘우나기’라고 한다. ‘꼼장어’라고 맵게 볶아서 술안주로 주로 먹는 건 먹장어, 가늘게 회 떠 먹는 ‘아나고’는 붕장어, 일본 사람들이 여름 별미로 치는 ‘하모’는 갯장어이다. 여수에서는 이 모든 장어를 맛볼 수 있다.

 

당머리 장어거리에서 다루는 건 갯장어다. 당머리에선 갯장어라고 하지 않고 듣기 좋게 ‘참장어’라고 부른다. ‘유비키’와 회 두 가지로 먹는다. 갯장어에는 잔뼈가 많다. 이걸 뼈회를 뜰 때보다 더 촘촘하게 칼집을 넣어서 씹을 수 있도록 해서 회로 먹는다. 이 갯장어회를 샤부샤부식으로 팔팔 끓인 육수에 살짝 데쳐 먹는 게 유비키다. 육수는 장어 뼈와 대가리, 인삼이나 감초 따위 한약재를 넣고 끓여 만든다. 포실포실 부드럽고 담백한 갯장어 맛을 최대한 끌어내는 요리법이다. 간장 달인 양념장이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갯장어 자체의 맛을 더 즐기기에는 소금만 찍어 먹는 편이 낫다. 대개 회는 4만원, 유비키는 5만원쯤 받는다.

 

아쉽게도 지금은 갯장어를 맛볼 수 없다. 모든 가게가 문에 자물쇠를 채워 잠겼다. 햇볕 잘 드는 골목 벤치에서 마을 주민들과 담소를 나누던 ‘선창가횟집’ 주인은 “하모가 나오는 5월 말부터 여름철에만 한다”고 했다.

 

갯장어는 먹을 수 없지만, 동네만 구경하러 가도 괜찮다. 여수수협 근처 마을 입구에서 좁은 골목을 따라 갯장어 전문점들이 늘어섰다. 뒤로는 하얀 돌산대교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치솟았다. 골목을 휘돌아 들어가면 작은 고깃배들이 갯벌에 삐딱하게 걸터앉았다. 파란색 계열로 알록달록하게 칠한 나지막한 집들은 마치 그리스 산토리니 섬에 있는 마을 같다.

 

 

봉산동 게장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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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승완 기자

 

여수 시내 봉산동 사랑병원을 가운데 두고 가로 세로 교차한 골목에 ‘호랭이게장’ ‘여수돌게’ ‘둥가게장’ ‘두꺼비게장’ ‘황소식당’ 등 게장백반집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꽃게나 참게가 아닌 돌게를 쓴다. 참게보다 게 특유의 향은 덜하고, 꽃게보다 살이 적다. 하지만 싸고 푸짐하다는 미덕을 가졌다. 1인분 8000원이면 밥 한 그릇은 족히 먹는다. 게다가 더 달라면 한 번은 리필(refill)해준다. 기본 2인분 이상 주문해야 한다.

 

간장게장이나 양념게장이나 전체적으로 아주 달다. 특히 양념게장은 떡볶이 같다. 식당 여기저기서 밥 더 달라는 말이 터져 나온다. 게장이 맛있어서라기보다는, 달고 매워서인 듯하다.

 

  

 

지금 여수에서 맛보는 봄 별미

 

 

금풍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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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승완 기자

 

여수시가 선정한 ‘여수 10미(味)’에 포함된 생선이다. 정식 이름은 딱돔이라고 한다. 봄이 제철이다. 여객터미널 앞 ‘구백집’ 종업원은 생선 이름이 왜 금풍생이인지 묻지도 않았는데 숙달된 조교처럼 설명했다.

 

“전라좌수사로 임명된 이순신 장군님이 여수 관내를 순시할 때 관청에 딸린 관기 집에서 식사를 하셨대요. 그때 이 생선이 상에 올랐답니다. 장군님이 생선이 맛있다고 이름을 물었는데, 아무도 몰랐대요. 이순신 장군님이 당시 기생으로 있던 평선이의 이름을 따서 평선이라고 부르셨대요. 그런데 이 평선이는 구워야 더 맛있다고 해서 여수 사람들이 ‘구운 평선’이라고 부르다가 금풍생이가 된 거래요. ‘샛서방고기’란 별명도 있어요. 너무 맛있어서 남편은 안 주고 애인한테만 줬다는 거래요.”

 

금풍생이구이를 주문하자 세 마리가 1만원짜리 한 접시에 나왔다. 내장을 빼지 않고 칼집만 넣어서 노릇하게 구웠다. 손바닥보다 작고 살도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맛이 기막혔다. 살결이 부드러우면서 차지고 감칠맛이 있다. 여기에 간장과 식초, 참깨, 참기름, 다진 파를 섞은 양념장을 끼얹는다. 맨밥에 양념장만 비벼 먹어도 좋을 정도로 맛있다. 식당 주인에게 양념장을 칭찬하자 “금풍생이만 29년째요”라는 자부심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시내 웬만한 식당에선 다 맛볼 수 있다.

 

 

서대회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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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승완 기자

 

서대는 광어와 비슷하지만 더 작고 길쭉하다. 얻어맞아서 부은 듯한 얼굴이 아름답지는 않은 생선이다. 여수에서 즐겨 먹는 생선이다. 가늘게 썰어서 막걸리를 발효시켜 만든 식초, 초고추장에 버무려 먹는다. 매콤새콤달콤하다. 각종 채소와 함께 사발에 넣고 비비면 밥 한 그릇 뚝딱이다. 생각만 해도 침샘을 자극하는 맛이다.

 

'뼈꼬시' '금풍생이' '장어탕'-전국 맛골목 투어 2편-여수
김성윤  구름에 님의 블로그 더보기
입력 : 2013.04.22 07:21

유명환

2013.04.23 18:10:01
*.97.123.131

참으로 먹거리가 아름답고 황홀할 지경인 우리나라가 좋다. 한국인은 한국에서 살아야 가장 행복하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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