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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서울고 명성 되찾다

조회 수 30754 추천 수 0 2013.09.25 20:37:04

연구하고 논문 쓰는 과학중점학교 왕년의 서울고 명성 되찾다

[중앙일보] 입력 2013.09.25 00:05

[학교 깊이보기] 강남 일반고 가운데 선호도 1위

서울고 2학년 김명섭·김민석·손정현(왼쪽부터)군이 서울대 암연구소 실험실에 있는 클린벤치(cleanbench?무균 상태에서 세포를 배양하는 실험 기구)에서 세포 배양 실험을 하고 있다.


‘일반고의 위기’를 겪던 서울고(서울 서초동)가 재도약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대 수시모집에서 재학생 10명을 합격시켜 주변을 놀라게 했다. 이는 외국어고·과학고 등 특목고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수다. 서울시내 자율형사립고보다 많다. 학생선발권을 갖고 있는 특목고도, 중학교 내신 50% 이상만 지원할 수 있는 자율형사립고도 아닌 일반 공립고가 이뤄낸 성과라 많은 학부모가 이 학교의 교육방식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학교 측은 “2010학년도부터 과학중점학교로 지정받아 수학·과학 특화교육을 실시하며 수시모집에 강한 학교가 됐다”고 분석했다.

글=정현진 기자 ,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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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오후 5시. 서울 혜화동에 있는 서울대 암연구소 9층 분자영상 및 치료연구실에서 서울고 2학년 김명섭·김민석·손정현군이 한창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표적 세포에 색상이 잘 입혀지지 않았어. 이런 식으론 세포 구분이 안 되겠는데.”(김민석)

 “클린벤치(cleanbench·무균 상태에서 세포를 배양하는 실험기구)에서 세포를 배양할 때 아무래도 외부 공기와 접촉이 있었나 봐. 다시 해보자.”(손정현)

 학생들은 최근 학계에서 암세포 치료의 대안으로 떠오른 엑소좀(exsom·일종의 세포 간 신호전달체계)에 대한 실험 중이었다. 클린벤치와 광학·형광 현미경 등 대학원 석·박사 과정에서나 다룰 법한 실험기구를 능수능란하게 다뤘다. 손군은 “아직 기구가 낯설어 실험할 때마다 실수가 많다”며 “하지만 강권욱(서울대 핵의학과) 교수가 논문 지도교수를 맡아 보완할 부분을 꼼꼼하게 가르쳐 주신 덕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니 교복 입은 고교생이 논문이라니, 지도교수는 또 웬 말인가.

 김민석군은 “우리 팀 말고도 서울고 2학년 13개 팀이 이런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라며 “과학중점반 학생 누구에게나 이런 기회가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고가 수학·과학 특화 프로그램으로 운영 중인 R&E(대학·연구소 등 외부 연구기관과 협력해 진행하는 연구 프로젝트) 활동을 말하는 것이다.

 서울고는 2010년 과학중점학교로 지정돼 학년마다 3학급(전체 15학급)을 과학중점학급으로 운영하고 있다. 1학년은 중점반·일반반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이 특별교과(과학교양) 수업과 수학·과학 체험활동을 60시간 이상 이수한다. 2·3학년에 올라가면 과학중점학급을 중심으로 과학융합·과학사·실험수업과 같은 특별·전문 교과를 공부한다.

 과학중점학교 교육과정의 가장 큰 장점은 수학·과학 관련 체험·연구 프로젝트다. 박창래 서울고 연구부장은 “과학중점학교에선 입학사정관제 등의 대학입시에서 요구하는 진로·적성 개발활동을 다채롭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학년 때는 주제 중심의 소그룹 탐구 프로젝트에 전교생이 참여한다. 3~4명이 한 팀이 돼 3월부터 5개월 동안 담당교사와 공동연구를 한다. 이 외에도 자연·지리 탐사, 천문 캠프, 담임과 함께하는 과학 체험 등 1년 내내 체험·연구 활동이 이어진다. 2학년에 올라가면 과학중점반 학생을 중심으로 R&E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동안 서울대·고려대·성균관대 등 대학 연구실을 찾아 대학교수 지도 아래 수준 높은 연구를 한다. 매년 3~4명으로 이뤄진 14개 팀이 선정돼 지원을 받는다. 과학캠프, 대학교·연구실 탐방, 동문 선배 특강 등 수학·과학 체험활동도 꾸준하게 이어진다.

 장천 서울고 교장은 “과학고 못지않은 연구가 이뤄진다”며 “일반 공립고가 이런 연구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할 수 있었던 건 학부모와 동문의 재능기부가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고는 1974년 고교 평준화 시행 전엔 경기고와 함께 양대 명문고였다. 현 서남수 교육부 장관(23회), 강호문 삼성전자 부회장(20회), 소설가 최인호(16회), 야구선수 안치홍(61회·기아) 등 정·재계는 물론 예술·스포츠 분야까지 이 학교 출신 유력 인사를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자연과학 분야에도 강한 면모를 보여 교수나 연구자도 많다. 이런 동문 선배들이 후배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이런 각 대학교수의 지원 덕에 R&E 논문의 질적 수준도 수준급이다. ‘X선에 의한 물의 표면장력 변화 탐구’ ‘항우울제가 중추 신경계에 미치는 피해 연구’ ‘게임이론의 다양한 전략에 따른 구체적 상황에의 적용’ 등 대학 수준에 버금가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은나노의 살균효과 및 유해성 관찰’ 연구에 참여했던 3학년 장승호군은 “수십 번을 실험해도 매번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데, 정말 미치겠더라”며 “실제 연구 과정에선 바보스러울 정도의 우직함과 지치지 않는 끈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책으로는 배울 수 없는 연구자로서의 태도와 자세를 익힌 것이다.

 동문 선배의 지원은 R&E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는다. 동문 조성 기금을 120억원이나 모았다. 동문회는 매년 4억원을 학교에 지원한다. 등교 셔틀버스 5대를 무료로 운영하고, 장학금을 매년 1억5000만원 줄 수 있는 것도 모두 동문의 힘이다. 일선 고교에선 찾아보기 쉽지 않은 실내 스포츠 클라이밍 시설과 체대 입시생을 위한 체력단련실도 선배들 지원으로 지어졌다. 체대 입시생인 3학년 한종선군은 “15명 정도가 함께 체대를 준비 중”이라며 “지난해 체력단련실이 마련되면서 사설 학원에 갈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교 안에 운동시설과 도서관이 모두 있어 시간이 절약된다”고 좋아했다.

 지난해 동문의 파워를 느낄 수 있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2011년 노벨상 화학상 수상자인 다니엘 셰흐트만의 강연이다. 방한한 그는 원래 과고 학생만을 대상으로 강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셰흐트만 방한에 관여한 동문이 힘을 발휘해 서울고 학생도 강연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당시 강연에 참여했던 3학년 주영호군은 “일반 공립고 학생이 노벨상 수상자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곤 상상을 못했다”며 “동문 파워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장 교장은 “서울고 동문 파워는 인근 고교가 가장 부러워하는 점”이라며 “매년 30명씩 1년 동안 선후배를 멘토·멘티로 연결시켜주는 멘토·멘티 결연 프로그램도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고는 과학중점반 프로그램뿐 아니라 인문사회 교육과정도 탄탄하다. 2011년부터 1·2학년에 각각 20명씩 소수정예로 방과후 학교 인문영재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3월 초 지원서와 자기소개서 등 서류평가와 면접을 거쳐 선발한다. 4월부터 9개월 동안 경제·역사·철학·정치·사회 5개 분야의 전문 교과를 이수한다. 이 과정 속에서 참가자 전원이 관심 주제에 맞춰 논문 한 편을 제출한다. 수업은 『국부론』 『자유론』 등 고전을 읽고 발표·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렇게 1년 동안 총 96시간을 이수한다. 올해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생 10명 중 5명이 이 인문영재학급 수료생이다.

 영재학급을 담당하는 윤용아 교사는 “2학년 영재학급 수료 후 3학년에 올라가면 관심 주제에 맞게 자율동아리를 구성해 계속 토론을 이어간다”고 말했다. 지난해 인문영재학급이었던 3학년 고정우군은 “맹자 일대기를 공부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며 “정규수업에선 하기 힘든 깊이 있는 독서와 토론 덕에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은 모두 들어오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외고·국제고 등에서나 가능할 법한 국제교류 프로그램도 이 학교의 자랑거리다. 미국·일본·중국·러시아 현지 고교 탐방과 문화체험 등 국제교류 프로그램에 매년 200여 명이 참가한다. 비행기 값을 제외하곤 무료다. 서울고 학생들은 해외 현지를 방문하고, 그 나라 학생과 교사는 서울고를 찾는다. 일본 아키타현 8개 고교와는 과학 교류로까지 확대했다.

 장 교장은 “국제교류 때는 반드시 현지에서 홈스테이를 한다”며 “단지 해외 학교 탐방이 아니라 학생끼리 실질적인 교류를 넓혀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지난해 일본·중국 학교를 방문했던 3학년 김형중군은 “그때 만났던 현지 친구들과 지금도 페이스북과 e메일 등으로 연락을 주고받는다”며 “사설기관을 이용했으면 비용이 비쌌을 텐데 저렴한 비용에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양한 학습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고 체육을 소홀히하지 않는다. 오히려 야구·수영·농구·축구·복싱·유도·테니스는 물론 일반 고교에선 보기 힘든 실내 골프연습장과 스포츠클라이밍 등 12개 종목에 달하는 체육시설까지 갖추고 전교생이 체육을 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매주 토요일은 스포츠 데이로, 인문영재학급이나 기타 대외활동에 나가는 학생을 제외하곤 전교생이 참여한다.

 유도부 주장인 2학년 이동규군은 “서울고 학생이면 스포츠 관련 동아리 1개쯤은 들고 있다”며 “종목별로 스포츠 대항전이 열리면 실내 체육관이 꽉 찰 정도로 응원전도 뜨겁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매일 오전 7시20분이면 서울고 운동장에선 진풍경이 펼쳐진다. 학생 300여 명이 줄을 지어 운동장 세 바퀴(2㎞)를 돈다. 안상인 예체능부장교사는 “참가를 희망하는 학생에 한해 아침 건강 달리기를 한다”며 “토요 스포츠 데이와 각종 스포츠 동아리 활동 등을 모두 학생부와 포트폴리오에 꼼꼼하게 기록한다”고 했다.

 수학·과학 특별활동과 독서·토론 중심의 인문사회 활동, 스포츠를 강조하는 교육이 어우러지면서 서울고는 강남 일대 중학생 사이에선 가장 가고 싶은 일반고로 꼽힌다. 서울 지역은 현재 고교선택제를 실시하고 있다. 1~3지망까지 가고 싶은 학교를 선택해 지원한다. 실제 과학중점학교 지정 첫 해인 2010년엔 1지망 경쟁률이 16.4:1에 달했고, 2011년은 17.2:1, 지난해엔 15.8:1을 기록했다. 강남 지역에선 1위, 서울 전체에선 3위(1위 건대부고 19.4:1, 2위 서울사대부고 18.2:1)의 지원율이다.


3학년 학생들이 말하는 학교

"동문 장학금만 매년 1억5000만원
행사 때 강당 꽉 채운 동문들 보면 파워 실감"


Q 학교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동문 파워다. 학교 장학금만 1억5000만원이다. 주위 학교 친구들이 다 부러워한다. 등교 셔틀버스는 물론 체력단련실, 골프연습장, 스포츠 클라이밍 시설도 모두 동문회에서 지원해줬다. 또 동문 파워를 느낄 수 있는 별도의 자리도 있다. 매년 5월 재학생·졸업생·학부모·동문 선배를 패널로 선정해 여는 교육 관련 대토론회다. 800석 가까운 강당이 꽉 들어찬다. 이걸 보면 나도 졸업 후 후배를 위해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Q 과학중점반은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모두 Ⅰ·Ⅱ까지 여덟 과목을 다 들어야 한다. 부담은 안 되나.

 “부담이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단점보다 장점이 크다. 소주제 연구라든가 R&E(대학·연구소 등 외부 연구기관과 협력해 진행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과학 네 분야 중 한 분야만 알아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 좋아하는 분야는 각자 다르겠지만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지식과 개념은 알아야 한다. 많이 배우니 연구 아이디어를 얻는 데도 도움이 된다. 정말 제대로 수학·과학을 공부하는 느낌이다.”

Q 서울고는 남자 학교다. 이성에 관심을 가질 땐데 남녀공학에 다니고 싶지 않나.

 “(일동 웃음) 하하하. 아니라고는 못하겠다. 하지만 남고라서 편한 것도 많다. 우리 학교는 스포츠 활동을 강조한다. 아침에 건강 달리기를 하거나 운동 동아리 한 개쯤은 가입해 활동한다. 운동하고 나면 웃통 벗고 씻거나 땀을 말리는데 여학생이 있으면 불편할 것 같다. 또 운동뿐 아니라 신문반, 영어토론, 과목별 심화공부 등 동아리가 많다. 상설동아리와 자율동아리(학생들끼리 토론 모임) 등을 합하면 70~80개쯤 된다. 다들 동아리 2~3개 정도 하기 때문에 여자 생각할 틈이 없다.”

Q 학교 도서관이 있던데.

 “그렇다. 학교 도서관에서 자율학습을 하는 학생이 많다. 380석인데, 학원 안 가고 이곳에서 자기주도학습을 하는 학생에게 고정석을 차지할 기회를 먼저 준다. 학원을 이용하지 않고 주로 학교에서 공부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거의 자기 자리를 가질 수 있다.”

Q 학교가 대학 캠퍼스만큼 넓다.

 “우리 학교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학교 내 나무만 1200그루라고 한다. 건물 5층 높이의 나무도 많다. 학교 정문에서 건물까지 이르는 200m 산책로는 우리 학교 학생뿐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들도 자주 찾더라. 그래서 낮에는 학교 문을 항상 개방해 둔다고 들었다.”

Q 내신 경쟁이 치열하겠다.
 
 “한순간만 아차 하면 쭉 미끄러진다. 학생을 선발하는 자율형사립고가 아니라 중학교 내신이 좋은 친구만 들어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워낙 지원율이 높은 곳이다. 중학교 때 친구 중에도 여기 오고 싶었는데 못 온 친구가 많다. 그래서 공부하는 분위기는 자율형사립고 못지않게 진지하다. 수업 중에 조는 학생을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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