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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근성 동기를 추모하며 (손우현)

조회 수 3530 추천 수 0 2014.04.19 08:14:05
故 박근성 동기를 추모하며 사진과 글 한편 올립니다. 글은 외부기고 용으로 쓴 것입니다. 손우현

(사진 설명: 작년 5월 경포대에서,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박근성, 그 다음이 이승우, 우단은 이종달, 좌단이 나)

 

()주간에 날라든 비보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는 성주간(고난주간)이다. 지난 일요일 저녁 아내와 함께 미사를 보고 귀가해 저녁 식사를 한 후 서재에 앉아 있었다. 친구 L로부터 전화가 왔다. 머지 않아 만나기로 약속이 돼있는데 왠 일인가. 혹시 와병 중이신 노모가 돌아가신 것은 아닌가 하는 불길한 예감이 스쳐갔다. 그런데 이게 왠 청천벽력인가? 내달 초 같이 만나기로 한 P가 별세했다는 문자를 동창회 총무로부터 받았는데 이게 어찌 된 일이냐는 것이었다. 나는 우두망찰하여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보고 있던 컴퓨터를 끄고 전화기를 들었다. 똑 같은 문자 메시지가 나에게도 와있었다. 알아보니 P는 그날 가평 근처 축령산에서 있었던 동창회 산행에 참가했다가 갑자기 찾아온 흉통으로 쓰러져 헬리콥터로 후송되었으나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망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친구가 유명을 달리 했지만 P의 돌연사는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P는 나의 50년 지기이자 나이가 들면서 더욱 가까워진 평생 친구다. 그는 평소 산행을 즐겼다. 비교적 건강했던 그의 죽음은 의외였다. 나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성경을 펼쳐 들었다. 과거에 애독하던 개신교 성경에 다음과 같은 시편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인생은 그 날이 풀과 같으며 그 영화가 들의 꽃과 같도다. 그것은 바람이 지나면 없어지나니 그 곳이 다시 알지 못하거니와.” (As for man, his days are like grass, he flourishes like a flower of the field; the wind blows over it and it is gone, and its place remembers it no more.) (시편 103:15,16) 참으로 인간은 연약한 존재이며 인생은 허망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육사를 졸업한 P는 동료와 부하들로부터 높은 신망과 존경을 받는 지휘관이었다. 그의 사관학교 동기 회장인 K 장군은 영결식에서 P가 현역 부대장 시절 부대 주변의 노숙자들까지 보살피던 인정 많았던 전우라고 회고했다. 그러나 관운이 따라 주지 않은 그는 군인의 길을 접고 조기 전역했다. 그러나 그를 아끼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재취업하여 60세 이후까지 좋은 직장에서 일을 할 수 있었다.

P는 자상한 가장이자 아버지요 할아버지였다. 10여년전 파리문화원장으로 근무할 때 그는 파리에 유학하고 있던 딸을 잘 부탁한다며 서울로부터 수시로 나에게 전화를 해오곤 했다. 나는 그의 딸과 또 함께 와 있던 부인을 위해 식사 대접을 한 것 이외에는 특별히 해준 것이 없다. 그런데도 그는 내가 파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무남독녀를 둔 나는 그의 심정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딸은 귀국 후 소아과 전문의인 훌륭한 청년과 결혼하여 부모를 기쁘게 해드렸다.

 

그런데 이게 또 왠 일인가. 그의 둘째 외손자가 출산 과정에서 뇌에 손상을 입어 재활 치료를 받게 되었다. 그는 일요일을 빼고 거의 매일 손주를 병원에 데려다 주는 운전수역할을 하게 됐다. 불교 신자였던 그는 이게 자신의 업보일지 모른다면서 손자의 회복이 뜻대로 되지 않음을 늘 슬퍼했다. 영결식에서 유족 대표 인사를 한 그의 사위는 ‘아들 겸 사위 올림이라고 하며 흐느꼈다.

지난 화요일 대전 현충원 국립묘지에서 거행된 P의 안장식에 참석했다. 스님의 목탁 소리를 들으며 여러 가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지나 갔다. 인생이란 과연 무엇이고 죽음은 또 무엇인가, 인연은 무엇이고, 가족은 무엇인가, 왜 욕심과 집착은 이렇게 떨쳐 버리기 힘든 것일까?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화두들이다.

P가 이승의 번뇌가 없는 곳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기를 바라며 삼가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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