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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철진, 마지막 오지 남극 탐험여행 다녀오다

 

2019년 1월 9일부터 2월 4일까지 약 4주간 나의 영원한 동반자 색소폰을 둘러메고 세계의 마지막 오지인 신비의 땅 남극과 태평양의 고도 갈라파고스 등지를 다녀왔다.

 

남극여행은 오지탐험여행의 마지막 하이라이트이자 로망으로 평생을 꿈꾸어 왔던 것인데, 2018년에 북극권 그린란드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나서 바로 여행준비에 돌입하였으며, 이번에 드디어 그 꿈을 실현한 것이다.

 

북극과 달리 남극은 대륙으로 되어 있으며, 남극대륙의 면적은 1360만 평방키로로 한반도의 60배이며, 지구전체면적의 9.2%를 차지하며, 제7대륙이라고 부르며, 어느 특정 국가의 소유가 아닌 인류가 영원히 보존해야 할 마지막 신비의 대륙이다. 그런데 최근 지구온난화로 남극의 빙하가 녹고 있는 중인데, 남극 빙하가 전부 녹으면 지구 해수면이 70m 상승한다고 하고, 하늘의 오존층 구멍도 엄청 확대되는데, 인류와 지구에 큰 재앙이 아닐 수 없다.

 

국가의 지원을 받는 과학자, 기업이나 방송매체의 후원을 받을 수 있는 탐험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남극땅을 밟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가장 용이한 방법은 호주나 남미에서 소형비행기를 타고 직항하면 되지만 그 비행기 값이 상상을 초월하고(몇 천만원) 비행기편도 부정기적으로 있어 보통사람들에게는 “해당사항 무” 이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12월부터 3월까지 한시적으로 남극 순항배가 운행되는 남미대륙의 끝자락, 지구의 땅끝마을인 아르헨티나의 우수아이아로 달려간다.

그러나 인천 연안부두에서 여객선 타듯이 아무 때나 달려가서는 남극행 표를 살 수는 없다.

남극에 진출한 국가들 간에 성립한 남극협약에 따라 남극으로서는 여름에 해당하는 12월부터 3월까지 남극여행자의 수에 제한을 두고 몇몇의 여행사 및 선사들만이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배로 여행하는 경우 보통 10일 일정으로 우수아이아에서 1000km 이상 떨어진남극으로 항해하는데 가는데만 만 4일, 남극땅을 오전, 오후 두 차례씩 이틀동안 네지역 정도 상륙하고, 다시 만 4일 항해하여 되돌아오는 일정이다.

남극여행을 원하는 사람은 최소한 6개월 전에 인터넷 사이트(세계남극여행사협회 www.iaato.org)를 통하여 신청하면 되며, 대신에 여행조건은 까다로와 신체검사, 여권사본 제시는 물론 미리 경비를 다 지불해야 하며 환불도 거의 불가능하다.

여행경비는 여행출발날짜와 여행기간, 배의 크기, 선실의 종류 및 숙식 서비스, 가이드 여부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보통 500만원부터 1000만원 사이인데, 선착순으로 신청할수록 조건이 같더라도 가격이 훨씬 저렴한 것은 당연한 이치. 이때 반드시 확인할 것은 남극땅에 몇차례 상륙하느냐?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여야 한다. 아이러니칼하게도 100인승 정도의 작은 배는 만 4일간의 항해 내내 무려 5미터의 파도에 시달려야하는 대신에 조디악(모터달린 10인승 고무보트)을 이용하여 남극땅에 상륙 가능하나, 수백명이 타는 대형크루즈는 파도에 덜 시달리고 선실이나 숙식서비스는 훨씬 호화스러우나 남극에 도착해서는 배를 댈만한 곳이 거의 없어 뭍에는 상륙안하고 주변만 둘러보다가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는 10개월 전인 2018년 3월에 인터넷을 통하여 신청하였으며, 일단 집결지인 우수아이아의 지정 호텔에 도착하였다. 2인 선실을 신청하였는데 가장 궁금한 것은 룸메이트가 어느나라의 누구인가였는데, 천만다행으로 같은 한국사람이다. 주최측에서 신청자의 국적, 성별, 나이 등을 감안하여 룸메이트를 정해 준 것이다. 그는 나보다 17년 연하의 서울 중앙여고 국어교사로서 그 나이가 되도록 자유로운 삶을 위하여 결혼도 포기한 사람이다. 여름방학 및 겨울방학만 되면 6개월치 월급을 몽땅 털어서 세계여행을 떠나고, 게다가 산악자전거 매니아로 뉴질란드만 산악자전거로 7번을 다녀왔다고 한다. 나도 “영원한 자유인” 이 되는 것이 인생의 모토인데, 마누라가 있으니 아무래도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그는 나보다 한 수 위다.

그런데 룸메이트는 오히려 나를 부러워한다. 자기가 해보고 싶지만 하지 못한 것이 있으니 바로 “색소폰” 이다. 사실 이번 남극여행의 주목적은 남극의 펭귄무리들을 관객으로 그 앞에서 색소폰을 연주하는 것이 아닌가? 만일 색소폰이 없다면 가성비도 형편없고, 왕복 만 8일간 파도에 시달리는 개고생을 하면서 굳이 남극에 가야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일단 땅끝마을 우수아이아에서 시간 여유가 있어 주변의 푸에고국립공원 지역을 반나절동안 둘러보았다.

 

드디어 남극가는 배에 승선이 시작되었다.

얼마나 꿈꾸어 왔던 여행인가? 배를 보자마자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아문젠, 스코트, 박영석, 엄홍길, 김창호, 하다못해 김병만(비싼 방송출연료 받아 쳐 먹고 한국최고의 모험가로 자처하는, 내가 가장 혐오하는 김제동과 막상막하의 쥐새끼 같은 인간)만 남극에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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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아이아 항구에서 남극행 배에 승선을 기다리며

 

이번에 내가 승선한 남극행 배는 바하마 선적의 OCEAN NOU호로, 승객 65명, 승무원 및 가이드 35명으로 총 100인승이다. 그리 큰 배는 아니지만 선내에 2인승 선실이 약40개, 뷔페식 레스토랑, 라운지, 도서실 등 기본적인 시설과 10인승 조디악 10기, 50인승 구명정 2기가 갖추어져 있다.

선내에 술을 파는 바가 있다지만, 가격도 비쌀 것 같아 우수아이아의 슈퍼마켓에서 1리터짜리 브라질산 브라마 맥주 5병과 아르헨티나산 파타고니아 맥주 5명, 그리고 각종 과일과 햄, 치즈 등 안주류를 미리 구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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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실내에서 마실 맥주와 색소폰을 들고 포즈를 취하다.

 

오후 3시에 출발한 배는 비글해협을 따라 동진하여 저녁 8시경에 포트윌리암스 라는 마을에 도착하였다. 포트윌리암스는 비글해협 건너편 섬에 있는 칠레령으로 원래 칠레 해군기지의 군인가족 거주 마을인데 최근 인구가 늘어 실질적인 지구 최남단 마을이다. 우리 일행들은 일단 하선하여 1시간 동안 마을을 둘러보았다. 지구 최남단 마을이라는 것 이외에는 그다지 큰 특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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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윌리암스 마을에서, 나무기둥에 예쁜 수를 놓은 천으로 옷을 입힌 것이 이채롭다.

 

포트윌리암스를 둘러본 후 다시 승선하였다. 9시가 넘어서야 서서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선내의 레스토랑에서 뷔페식 저녁식사를 하였다. 그리 호사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메뉴도 다양하고 음식도 입맛에 맞다. 저녁식사 시간의 술은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선실로 다시 돌아와 사온 맥주를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남미대륙 부속 섬의 마지막 끝자락 케이프혼 까지는 파도가 비교적 잔잔한 편으로 선박도 큰 흔들림이 없었다.

그러나 웬걸, 대서양과 태평양이 만나는 드레이크 해협에 들어서자 상황이 일변한다. 배가 좌우로 앞뒤로 마구 흔들린다. 파도높이가 5미터까지 치솟는다고. 앞으로 48시간 동안 심한 배 rolling과 멀미에 시달려야 한다니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온통 난리다. 선내 스탶 중에 의사가 있으며 특효 배멀미약을 처방하여 준다. 나와 룸메이트는 멀미약을 먹지 않고 버텨보기로 하였다. 그런데 여행의 베테랑이라는 룸메이트는 기어이 오버잇트를 하고 말았다. 나도 속이 무척 메스꺼왔으나 토하지는 않았다. 대신 저녁식사와 다음날 아침식사 두 끼를 건너 뒤었다.

 

우수아이아 항구를 떠난지 만 4일만에 육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남극이 목전에 다가온 것이다. 모두들 환호하며 사진을 찍느라 법석들이다. 나는 이번 여행에 대비하여 DSLR은 아니지만 40배 줌 기능이 있는 캐논 하이엔드카메라를 별도로 장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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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와 빙산의 남극대륙 전경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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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대륙 전경의 일부. 펭귄의 무리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1월의 남극기온은 남극점을 포함하여 내륙쪽은 영하 몇 10도 이지만 해안가는 영상 5도까지 올라가며, 최저 영하 10도에서 0도 정도로 우리나라 겨울기후와 비슷하다. 대신 바람이 많이 불도 하늘의 구름도 수시로 변한다. 파란하늘이 금새 흐려지더니 눈발이 날리기도 한다.

 

배가 상륙을 위하여 정박할 지점을 찾는다. 파도가 비교적 잔잔한 지역에 배를 정박하고 10인승 조디악들을 물에 띄어 하선준비를 한다. 순서대로 조디악에 가이드와 여행객들를 태우고 뭍으로 향한다. 상륙하여 3시간 가량의 자유시간을 준다고 하기에 나는 조금이라도 더 남극에 머물기 위하여 색소폰을 둘러메고 선착순으로 조디악에 올라탔다.

아! 드디어 평생동안 꿈에 그리던 남극땅을 내가 밟아보다니! 남극땅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의 흥분과 감격을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

해안가에 펭귄들이 한 두 마리 보이기 시작하더니 여기저기 펭귄의 무리들이 보인다.

펭귄들이 떼지어 몰려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선내에서 미리 특수 방수장화와 방수바지를 준비해주었다. 해안가인데가 일부러 눈이 없는 곳을 찾아 상륙하였는지 아무튼 돌아다니는데는 큰 문제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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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끅땅에 첫발을 내딛는 사람들을 환영하는 펭귄의 무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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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펭귄의 무리들이 보인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붉은색의 똥밭에서 서식하고 있다.

 

그런데 펭귄들이 무리지어 있는 곳이 가까워오자 이거 웬걸, 온통 새똥 냄새와 생선썩는 비린내가 코를 진동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당연하다.

펭귄은 날지 못하는 새인데 수천년 아니 수만년, 수백만년 동안 펭귄들 서식지의 똥오즘, 먹다버린 생선찌꺼기들을 누가 치워줄 수 있단 말인가? 펭귄서식지에 폭우라도 쏟아져 내린다면 다소 완화될 수 있겠지만 과연 남극에 눈 대신 폭우가 가능할까?

그리고 펭귄무리들이 여기저기서 짹짹거리는 소리가 얼마나 크게 들리는지?

다른 사람들은 시끄럽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합창소리로 들린다.

 

드디어 회심의 카드, 색소폰을 꺼내 들었다.

원래 남극에서 나팔을 불 사람도 없겠지만, 분다고 하여도 아무 때나 불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가이드가 알려준다.

펭귄의 번식시기에는 아무리 새들이라도 소리에 민감할 수 있는데, 마침 번식시기가 끝나고 갓 태어난 어린 새끼들을 키우는 시기라서 색소폰 연주가 가능하다.

그런데 사람도 아닌 한낱 새들 앞에서 색소폰 연주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꽃나무도 그 앞에서 욕만 한다면 빨리 시들어버린다고 하는데, 하물며 동물들도 그 앞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준다면 좋아할 것이 아닌가?

어쨌든 나는 남극에서 색소폰을 연주한 최초의 사람이고, 긴네스북 감이다.

게다가 내 나이가 몇이냐? 예전 같으면 고려장터는 아니더라도 요양원이나 경로당에서 있을 나이 아닌가? 아직까지 활동할 수 있도록 체력을 물려준 부모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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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펭귄을 관객삼아 색소폰을 연주하다. 곡명은 Amazing Grace와 애국가

 

선내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다른 지역에 상륙하였다.

오전에 본 펭귄은 “젠투펭귄”이라고 하며, 오후에 다른 지역에서 본 펭귄은 특이하게도 목주위에 나비넥타이를 맨듯한 “턱끈펭귄”이다.

펭귄의 종류는 모두 21종으로 크기에 따라 황제펭귄(115cm), 킹펭귄(95cm), 젠투펭귄(80cm), 턱끈펭귄(75cm) 등이 있다. 가장 큰 황제펭귄이나 킹펭귄은 보기가 쉽지 않고 대신 3번째로 큰 젠투펭귄과 4번째의 턱끈펭귄은 흔히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간혹 남아공, 뉴질랜드, 칠레, 아르헨티나, 페루 등지의 해안가에서도 펭귄을 볼 수 있는데, 이것들은 오리지날 남극 펭귄과 비교하여 크기부터 왜소하고 종자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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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넥타이를 멘 신사처럼 보이는 턱끈펭귄 한쌍의 우아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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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끈펭귄 한쌍이 냄새지독한 똥밭에서 목을 높이 쳐들고 서로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집에서 애완용으로 키우는 강아지, 고양이를 빼고는 아마도 펭귄일 것이다.

펭귄은 우선 생김새부터 귀엽고, 특히 두발로 서서 짝은 날개를 흔들고 뒤뚱뒤뚱 걷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재미있다. 그리고 펭귄의 깃털은 오로지 검은색과 흰색이 조화를 이루고 있고 가만히 서있는 모습은 영락없는 영국신사이다. 특히 까만 줄의 나비넥타이를 맨듯한 턱끈펭귄의 모습은 더욱 그러하다. 다만 현지에서 보니 붉은색의 똥밭에 엎드리거나 넘어져 앞가슴의 하얀 털이 붉게 오염되어 지저분하게 보이는 펭귄들이 상당수 눈에 띄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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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두 마리와 나란히 서있는 펭귄 가족. 아주 정겹게 보이지 않는가? 앞에는 아빠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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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끈펭귄 앞에서도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다음날도 아침식사를 마치고 새로운 지역을 찾아 세 번째로 상륙하였다.

이 지역은 빙하와 빙산이 일품인 지역인데 유감스럽게도 전날과 달리 날씨가 좋지 않다.

눈보라가 치고 바람이 많이 분다. 출발할 때 색소폰 짐이 하나 더 있어 방한복과 털목도리를 미처 챙기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다행히 남극 상공에 크게 뚫린 오존층 구멍은 워낙 잘 알려져서 썬크림과 썬글라스는 챙겼다.

그러나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날씨 때문에 상륙을 포기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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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때문에 선명하지는 못하지만 빙하가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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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를 배경으로 색소폰 연주 포즈를 잡다.

 

다행히 이 지역에서 펭귄무리가 제일 많이 서식하고 있다.

그동안 싱가포르 등지의 동물원에서 몇 마리의 양식산 펭귄은 더러 보았지만, 이렇게 순수한 자연산 펭귄 몇 천 마리가 무리지어 서식하는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물론 TV 프로그램에서 간혹 보지만 실제로 와서 체험하는 것과 감히 비교가 될 것인가?

아마도 평생 아니 3대가 보아야 할 펭귄은 여기서 다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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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매우 추웠지만 색소폰소리에 환호하는 펭귄 관객들을 위하여 다시 나발을 잡다.

 

다시 조디악을 타고 선내에 돌아오자 가이드들이 기발한 제안을 한다.

우리들 중에 남극해 바다에 다이빙 도전할 자신이 있는 사람이 있으냐고?

어느 누가 감히 차거운 얼음바다에 심장마비를 각오하고 뛰어들 것인가?

드디어 내가 손을 들었다. 일행들 모두 호기심 내지 근심스런 마음으로 나를 쳐다본다.

눈을 딱 감고 차가운 남극해 얼음바다에 풍덩하고 뛰어들었다.

약 10분간 수영하고 나오니 그제사 온몸이 후덜후덜 떨린다.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하면서, 수건으로 내몸을 감싸준다.

 

어찌보면 무모하거나 미친 짓이겠지만 나는 도전에 성공하였다.

이제 나는 어느 누구 앞에서도 자랑할 수 있다.

남극에 가는 것도 보통일이 아닌데 남극에서 펭귄 앞에서 색소폰 불고, 차가운 얼음바다에 다이빙까지 하지 않았는가?

 

나는 오지여행 다니면서 간혹 생명을 거는 위험한 도전을 하고 있다.

60세에 뉴질란드 남섬 여행시에는 저만치 발밑에 시퍼런 계곡급류가 휘감는 다리위에서 번지점프(번지점프의 원조)를 시도하였는가 하면, 폭포와 급류는 물론 바이칼 호수 같은 차가운 물에 준비운동 없이 다이빙은 부지기수이고, 최근에는 그린란드 탐험시 무모하게 혼자서 트레킹 나섰다가 북극곰과 에스키모 사냥개에 물려 죽을 뻔한 일 등, 그래도 운이 좋아 살아 있다.

“깡생깡사”라고, 어차피 인생은 모험과 도전이 아닌가?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그 당시에 무슨 깡다구로 겁없이 덤벼들었는지, 이제 다시 해보라면 No, Thank you!

나이가 들수록 더 오래 살고 싶은 것은 당연지사!

 

나 스스로 생각해보아도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내 인생에서 할 짓 다하고 살았다.

학교 다닐 때는 쌍코피 터지게 공부를 열심히 하였고, 일반 직장에서 중간간부로 있을 때는 상사를 절대적으로 받들고 부하들을 후려쳐가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였으며, 여유가 생기자 사교댄스에 몰입하여 덕분에 수많은 로맨스도 가져보았다.

안전공단에서 고급간부로 있을 때는 업무와 권력에 대한 관심보다는 색소폰 취미에 몰두하였다. 그리고 세계일주 여행을 결심하고 정년퇴직 3년 전부터는 핵심보직을 포기한 대신 색소폰과 여행준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다.

다행히도 공단 재직 시 내가 관여하고 창시한 PSM제도가 산업안전의 핵심 화두가 되어 정년퇴직 후에도 프리랜서로 계속 일을 할 수 있으니, 여행경비 조달에 절대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월급쟁이로 퇴직한 사람이 여행경비로 생활비를 쓸 수는 없지 않은가?

돈만 많이 벌 량이라면 언제라도 회사를 차리고 사람을 쓰면 되지만, 퇴직 후 나의 인생 목적은 돈이 아니고 “자유로운 영혼”이다. 그렇기에 용돈이 떨어지고 여행경비가 필요할 때만 프리랜서로서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색소폰 연주와 여행, 특히 세계오지여행이 바로 내 인생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선택은 내 스스로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자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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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남극해 얼음바다에 대표로 다이빙하여 뛰어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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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해 다이빙에 성공한 후 얼음바다에서 기어나와 만세를 부르다.

 

오후에 마지막으로 킹조지섬에 들렸다.

킹조지섬에는 7개국의 기지가 있는데 한국의 세종기지도 그곳에 있다. 러시아 기지가 제일 크고 그 다음이 칠레, 중국이다. 한국기지는 킹조지섬 깊숙한 곳에 초라하게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국력의 차이라 어쩔 수 없다. 한국기지에 찾아가서 위문공연이라도 하려했지만 주위사람이 말린다. 한국기지에서 원하지도 않을 뿐더러 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집단 성추행 사건이 있어 분위기가 매우 안 좋다고들 한다.

법조계, 정치계, 문화계, 체육계는 물론 과학기술계, 심지어 여기까지 성추문 사건이 있다니, 나쁜 넘들!

나도 상당히 밝히는 인간이지만, 그래도 고상한(?) 춤솜씨(사교댄스)와 감미로운 음악(색소폰)으로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시간이 흘러 로맨스가 다하면 상대에 대한 마무리도 비교적 깔끔하게 처리하였다. (대신 가정불화로 곤욕을 크게 치렀지만---)

성추문이 있었다는 부끄러운 현장의 방문 및 위문공연은 결국 자의반 타의반 취소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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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조지섬에서 최고의 명당에 자리한 대규모의 러시아 기지

 

귀로는 지루하였지만 선내에서 색소폰을 연주하여 사람들의 지루함을 조금이나마 달래주었다.

역시 어느 크루즈여행에서나 최고의 인기곡이자 앵콜송은 영화 타이타닉 주제가인 셀린디옹의 “My Heart will Go On”

내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인 10일간의 남극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다음 목적지인 갈라파고스 제도로 향하였다.

 

남극여행의 전체적인 소감을 말하라면, 일반사람들에게는 굳이 추천을 하고 싶지 않다.1000만원 이상의 고비용과 2일간의 남극상륙을 위하여 편도 25시간의 비행시간과 왕복 8일간 아무 할 일도 없이 5m 파도와 배멀미에 개고생을 해야 하므로, 가성비로 따진다면 최저이다.

본인이야 워낙 오지여행을 좋아하고 북극권 그린란드까지 다녀왔는데, 마지막 남은 남극을 빼놓을 수 없지 않은가?

남극에 여행갈 시간과 돈이면 세상에 가볼만한 곳이 즐비하고, 같은 오지라도 좋은 곳도 많다. 장엄한 빙산과 빙하를 실제로 보려면 차라리 남극여행 비용의 반값으로 갈수 있는 북극권 그린란드를 추천하고 싶다.

광어우럭도 양식산이 아닌 자연산, 여자도 성형빨 화장빨이 아닌 자연미인이 최고인데, 다만, 동물을 너무나 좋아하여, 양식산이 아닌 순수 자연산의 펭귄 무리들을 꼭 보고 싶은 사람은 예외.

 

북극, 남극까지 다녀왔는데, 다음 오지 여행지는 어디일까?

오지여행지 중에서 내 생애 죽기 전에, 몸이 불편하면 지게에 업혀서라도 꼭 가지 않으면 안되는 곳이 있다.

바로 서부 티벳 접경지역의 카일라스 산 오체투지 순례길이다.

카일라스 산은 불교에서 일명 수미산 이라고도 하는 곳으로, 사바세계의 배꼽, 중심지역으로 산꼭대기에 부처님이 계신 곳이다.

 

카일라스 산을 한 바퀴 돌면 많던 적던 현생에서 지은 죄가 씻어지고, 세 바퀴를 돌면 삼대의 죄가 씻어진다는 곳이다.

착실한(?) 불교신자인 나로서는 삼대는 아니라도 반드시 죽기 전에 현생의 죄를 씻어야 한다.

내가 비록 강도 살인 폭행은 하지 않았지만, 불효죄와 도둑의 죄가 있다.

특히 유부남으로서 새것은 물론 남의 것을 탐한 죄가 크다.

부처님께 나의 모든 죄를 이실직고 하고 고행의 방법으로 카일라스 산을 한 바퀴 돌지 않으면 다.

그런데 고민이 생긴다.

카일라스 산 순례를 하고 오면 모든 죄의 사함을 받는다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데, 아직도 마음은 청춘이다. 마음을 다스려도 몸이 따르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허사.

그렇다고 매번 카일라스 산에 갈 수는 없지 않은가?

이왕 한번 순례가는 것, 마지막까지 죄를 더 짓고, 더 이상 죄를 지을 심신의 여력이 없을 때 비로소 순례길에 나서면 되지 않겠는가?

우리 나이 70이 넘어 주변에서 동창 친구 지인들이 수시로 죽거나 식물인간 상태로 되고 있는 상태에서 언제까지 미룰 수는 없지 않는가?

아무리 100세 시대라도 눈만 떠있다고 살아 있는 것이 아닐진데, 내 체력도 서서히 쇠잔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남극에서 만난 룸메이트는 5년 후인 2024년을 추천하며, 그동안 자기와 함께 산악자전거로 세계일주여행을 하자고 하면서 당장 산악자전거 구입하라고 재촉하고 있다.

(산악자전거 타다가 넘어져 고관절, 아니 무릎이라도 다치면 그것은 더 큰 골치)

그러나 5년 후까지는 너무 멀고, 내년 2020년에는 괴롭고 힘들더라도 모든 마음을 비우고, 카일라스 산 순례길에 나서는 것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

 

2019년 2월 6일

유 철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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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 남기욱동문 여수 요트투어사업전개관련 남기욱 2019-12-13 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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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 유철진, 갈라파고스 탐사여행 다녀오다 file 집행부 2019-02-08 615
316 박인보 문상관련 감사의 글 <부인 유지혜> file 집행부 2019-01-06 625
315 이명인동기 문상에 대한 인사 - 이윤지(이명인 딸) 집행부 2018-12-14 484
314 졸업 50주년 기념행사 <김동배> 집행부 2018-11-19 558
313 졸업 50주년 기념 소모임(금융인 모임) 행사 여행기 최문식 2018-11-06 550
312 졸업50주년 기념행사 참석 후기 <이형연동기의 글> 집행부 2018-11-02 513
311 일산마수회 천방지축 규슈 나들이 file 김종원 2018-07-05 630
310 황학연 조문 감사-황학연 가족 집행부 2018-05-13 671
309 4월18일-4월21일 일본 성지순례 안내 file 집행부 2018-03-28 417
308 영어 라디오 tbs eFM의 생방송 전화인터뷰 손우현 2017-05-31 622
307 홍순길 이사 file 홍순길 2017-05-18 786
306 춘계 가족나들이(2/2) file 양덕용 2017-05-15 632
305 춘계 가족나들이(1/2) file 양덕용 2017-05-15 626